편집국장 공인배

"누구든지 행정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다가 공무원들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라. 꼭 공무원이 아니어도 좋다. 개인간에 원한을 져서 혼내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와서 말만해라. 당신이 지껄인 대로 상대방를 불러 족치고 대질신문해 주겠다."

무르익은 지방분권 빠를 수록 좋다

지난 17일 제69주년 제헌절 경축식을 주재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개헌사를 통해 '국민에 의한, 미래를 향한, 열린 개헌'이라는 3대 원칙을 표방했다. 그는 또 '개헌의 주체는 국민이고 개헌의 목표는 국민 행복의 증진'이라는 점도 확인했다.

개헌의 방향성도 제시했다. 권력의 편중과 오남용에 따른 사회갈등을 해소하고 3권 분립의 헌법정신과 지방자치의 실질적 구현을 위한 전방위적 분권 이루기, 양성평등 실현과 사회적 약자의 권리 강화,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권리 등 시대변화에 따른 기본권 강화, 현행 헌법에 남아 있는 유신 잔재 청산, 선거제도 개편 등이다.

정 의장은 개헌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했고, 지상명령인 경제생태계 복원을 위해 대화, 타협, 협치의 의회주의 작동을 호소했다. 또한 당리당략이 아닌 국리민복의 관점에서 국회가 제 역할을 해나가 줄 것도 주문했다.

4일 전, 국회 헌법개정특위의 소위원회 심사경과 보고 및 자문위원회 소위원회 활동경과 보고와 맥락을 같이하는 개헌사다.

하지만 개헌 특위가 국회의장의 바람에 전면적으로 부응하는 것은 아니다.

당장, 권력 분립 가운데 지방분권 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자치입법권·지방재정권·자치사법권 등 지방분권의 수준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중앙집권적이고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지 않다는 의견, 자치법률에 대한 통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 지방분권을 지향하는 것은 바람직하나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 등이 제기됐다.

그런데 이런 주장들은 지방분권의 정의(定義)와 영 동떨어져 있다. 궁극적으로 중앙집권에서 벗어나자는 게 지방분권인데, 나라의 특성이 중앙집권적이니까 제대로 된 지방분권을 실시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지방분권을 오인 한데서 비롯한 것이다.

제왕적 중앙집권의 폐단은 이루 헤아릴 수 없게 많다. 무엇보다도 국민의 평등권을 저해한다.

그 폐해는 경제적인 면에서 극심하게 드러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국민들간 소득 격차·취업율 격차·생활수준 격차 같은 것들이다.

문화상품도 수도권에 편중되어 있다. 소비수준이 높고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육의 수도권 편중은 인재의 블랙홀 현상을 심화시켜 왔다.

수도권은 인구과밀화로 골머리를 앓게 됐고, 지방은 인구감소 때문에 심각하다. 뚜렷한 목적의식이나 의지가 없는 한 지방살이는 언제든 벗어나고 싶은 삶이다.

지방분권은 문화적으로 동질적인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지 않다는 주장에는 더욱 동의할 수 없다.

일극중심적이며 획일화 된 문화에 길들여진 국민의식을 타파하자는 게 지방분권인데, 그 특성이 지방분권과 맞지 않다는 주장은 논의구조 밖에 있기 때문이다.

일극중심 지배체제는 전체주의를 지향해 왔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억업하고 지도자의 권위를 절대화 했다. 그 위해성을 우리는 목도해 왔고 문재인 정부의 제1 의제가 '권위주의 청산'인 까닭이다.

그것은 양복 저고리를 벗고 넥타이를 매지 않는 쇼가 아니라 권력을 분점시키고 인구와 재정과 기업을 분산시켜야 완성된다.

그렇다면 지방이 분점받은 권력을 어떻게 감당하는가. 의존에서 벗어난 주체적인 마인드가 그 토대다. 주체성은 자율 속에서 길러지는 법이다. 입법권을 통제한다는 발상은 반대를 위한 반대에서 비롯한다. 지역의 특수성이란 토착적인 것도 있고, 창출과 착근과정을 거치는 것도 있다.

그렇듯 자연발생적이거나 인위적인 모든 토착 정서는 오직 독보적일 때 가치를 갖게 된다. 그것은 또 독자성의 토양에서 자란다. 그런 가치들의 집합이 국가이고, 그런 시너지의 총합이 국가의 경쟁력이다.

그런데 다양성과 다원성을 견인할 주체성을 파괴하면서 지방분권을 운운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리의 풀뿌리 지방자치는 1995년 실시된 이래 22년이 흘렀다. 따라서 실질적인 지방분권 문제에 점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은 시대에 뒤처진 퇴행적 사고다. 분권은 혁명이다. 동시에 당위다. 권력구조 개편을 빼놓고 개헌을 생각할 수는 없다.

삼권분립 체제 확립도 지방분권 정신에 입각한다면 어려울 리 없다. 특히, 이번 개헌특위의 방향성이 '기본권'의 의미를 확장하고 심화시키는 것인 만큼, 평등이 그 준칙이 되어야 하고 지역간 장벽을 무너뜨리는 것으로 그 시작을 삼아야 한다.

집행자의 전인격이 법 정신 실현 좌우 검·경 수사권 조정 경찰 환골탈태 먼저

이번 개헌작업을 지켜보는 익산지역의 입장에서,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신청의 주체를 '검사'로 제한하고 있는 헌법 12조 3항에서 '검사'를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검찰개혁이 사회의 화두가 될 정도로 검찰 권력이 비대해진 시대상황에 '삭제'가 부합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이 논의되고 있는 엄중한 마당에서도 전라북도 경찰의 인권의식은 바닥을 치고 있다.

최근 전북도경은 특정 업자의 주장에 기대어 수사를 진행하면서, 익산시장의 정치적 입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수사하고 있다는 사실은 공표하면서도, 수사내용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추측보도와 오보가 양산됐다.

전북도경은 그 책임의 주체이면서도 수수방관했고, 오보를 막아야 할 책무를 저버렸다. 그 바람에 익산시장은 손써 볼 겨를도 갖지 못한 채 만신창이가 되었다.

전북도경의 익산시장 소환도 무리한 수사 진행이 아닐 수 없다.

누군가의 고소 고발이나 진정사건을 조사할 경우 경찰은 그 신빙성을 먼저 검토해야 한다.

그 내용이 허위일 경우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하나는 공무(公務)가 낭비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공권력이 흉기가 되어 무고한 사람을 가해하는 것이다.

법령이나 규칙을 댈 필요도 없다. 고소 고발이 또는 진정사건이 있으면, 먼저 그 배경 혹은 저의와 무고(誣告)의 정이 없는지를 조사해야 한다.

만약에 제시된 사실이 입증되지 않는다면 무고를 의심해야 하는 것이다.

우리의 상식으로 볼 때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는 주장은 허위다.

허위로 누군가를 처벌받게 할 의도를 가졌다면 무고죄의 당사자가 된다. 특히, 그가 30만을 대표하는 익산시장을 상대로 무고를 한 당사자라면 그 자체만으로도 구속 수사를 받아야 할 만큼 죄가 막중하다.

그런데 전북도경은 주로 업자의 말에 기대어 익산시장을 소환했다.

이는 무고죄 검토가 없었다는 걸 방증한다. 고작 불러서 했다는 조사가 업자와 익산시장에 대한 대질 조사다. 한가한 경찰이 아닐 수 없다. 그리하여 전북도경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누구든지 행정기관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다가 공무원들이 말을 들어주지 않으면 경찰에 신고하라. 꼭 공무원이 아니어도 좋다. 개인간에 원한을 져서 혼내주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와서 말만해라. 당신이 지껄인 대로 상대방를 불러 족치고 대질신문해 주겠다."

그런 말이다. 그리하여 전북도경은 도민 누구든지 피고발자가 되면 무조건 불러 조사하고, 고발자의 무고행위는 눈감아 주겠다고 대외에 천명한 꼴이다.

이런 실정을 보면, 경찰이 체포·구속·압수수색 영장 신청권을 공유할 경우 그 남발 등에 따라 도민들이 극심한 혼란을 겪게 될 것이 자명하다.

오용되는 권력은 스스로 제어하지 못한다. 폭주하기 마련이다. 주변은커녕 자신조차 살피지 못하는 법이다.

수사권 조정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오늘의 지상명령이 경찰의 '환골탈태'인 이유다. 인권을 유린한 경찰관을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퇴출한다든지, 그런 전력이 있는 경찰관을 소급적용해 퇴출시킨다든지, 조직을 정화하는 일이 선결돼야 한다.

사실 우리의 헌법이 무결점은 아니더라도, 넓은 의미에서 보면 집행하는 이들이 의지만 있다면 오래전에 새 시대를 열 수 있을 정도의 장치는 완비하고 있다.

하지만 개헌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된 이유는 집행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무소신과 무책임에서 비롯했다.

개헌 이전에 국민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 종사하는 모든 주체들의 진입장벽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모든 부문에서 전인격을 따져 선발해야 하는 까닭이다.

헌법정신이 늘 굳건하고 생동하게 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고 수백, 수천번 개혁을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경찰의 환골탈태 이후에 수사권 조정을 검토해도 늦지 않다.

그런데, 작금의 실상을 볼 때 그 때란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