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문화방송(MBC)과 한국방송(KBS) 노조가 지난 4일부터 총파업에 들어갔다. 양대 공영방송의 총파업은 같은 목적을 지향한다. 정권의 꼭두각시인 경영진을 퇴출시키고 언론을 정상화 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총파업의 불씨가 된 MBC 사장 김장겸은 'MBC 블랙리스트'를 만든 혐의로 형사 고발된 상태다. 기자들을 성향·회사 충성도 등에 따라 등급을 매겨 인사·승진 등에 불이익을 줬다는 내용이다. 김장겸은 또 부당노동행위 등으로 고용노동부에 고발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노조는 김장겸의 범행 동기를 'MBC가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수행할 인적 토대를 만들기'에 있었다고 규정한다. 그는 사장이 되기 전에도 6년 동안 정치부장직을 맡아 MBC 뉴스를 극소수 극우 세력의 전유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 보도는 사상 최악의 편파보도였고, 보도국장 재직 시에는 세월호 유가족을 '깡패'라고 지칭한 것으로 알려져 국민적 공분을 샀으며, 최근에는 최순실 게이트 사건을 철저하게 축소·은폐했고, 오히려 태블릿 PC의 진위를 문제 삼는 '가짜 의혹'으로 사건의 본질을 왜곡했다는 것이다.

김장겸은 또,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으로 재직하면서 공정방송을 바라는 사내 구성원들을 무차별적으로 탄압하고 업무에서 배제하는 한편 그 빈자리를 시용·경력 기자들로 채우는 등 각종 부당노동행위를 실무에서 총괄했고, 지난 2월 사장 취임 뒤에도 부당노동행위는 계속됐다.

고용노동부는 그가 기자들을 자기 분야가 아닌 스케이트장, 주차장 관리로 보내는 등 상식 밖의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고 밝힌다.

사실이라면 김장겸은 언론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21조와 MBC 방송강령을 모두 위반한 장본인이니 이미 공영방송사 사장 자격을 잃었다. 경영진들을 제외한 MBC 구성원들은 MBC의 무너진 신뢰 회복이 절박하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권력의 입맛에 맞춘 받아쓰기 뉴스, 진실을 뒤덮는 가짜뉴스, 뉴스를 장난거리로 취급하는 방송, 진창에서 허우적거리는 방송으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없다는 게 김장겸에 대한 불복종 선언의 요체다. 이 사회의 정상 유지와 발전을 추동하는 한 축의 기수로서 자괴감을 일상의 조건으로 여겨야 한다면, 더이상 업을 감당할 동력도 상실한 것이라는 깨달음이 그 출발점인 것이다.

특히, 공영언론 매체의 구성원인데 수치심을 둔화시킨 상태에서 어떻게 진실 앞에 두 눈을 똑바로 뜰 수 있겠는가. 또 진실을 말하게 하는 정의감과 그 벼리가 되는 도덕성은 수치심 없이 어떻게 발현될 수 있겠는가.

그런데 김장겸은, 현 정권이 외쳐온 언론 적폐 청산은 자기편이 아닌 언론인들을 대청소하겠다는 뜻으로 명백한 언론 탄압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자신을 비롯한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민주노총 산하 언론노조가 행동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의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이것이야말로 헌법과 방송법에서 규정한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고 말한다. 앞으로도 특정 단체나 정치집단의 압력에 굴하지 않고 제작 자율성과 공정보도를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노조의 고발이 있었고, 고용노동부가 수차례 출석을 요구했으나 소환에 불응한 김장겸이다. 기다려도 계속 버티자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했으나 슬그머니 사라졌다가 5일 뒤늦게 고용노동부 조사에 응하는 김장겸이다.

잘못이 없어 억울하다면, 얼른 가서 조사를 받고 누명을 벗는 게 인지상정인데, 김장겸은 스스로 법 위에 군림하는 특권의식을 드러내는 것을 경계하지 않는 모습이지 않은가.

법을 경시하며,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시하는 태도에서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무엇인가. 무소불위의 전횡을 휘두르고도 남았을 그의 세계관이다.

MBC를 망가뜨린 대표적 인물로 꼽히는 그가 '언론자유, 방송독립'을 운운한다. 언론노조를 '정권의 편' '무소불위 조직'이라고 규정한다. 그들을 상대로 어떻게 부당노동행위를 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는 이렇게 언론사의 구성원들은 언제든지 필요에 따라 정권의 편이 될 수 있고,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들 수 있다는 지고한 신념을 드러낸다.

그가 지난 2015년 보도본부장, 2017년 2월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하는 동안 MBC에서 발생한 언론인의 해고, 부당전보 등 중징계 사례만 50여건에 달하는 이유다. 그가 자유한국당 관계자를 만나서 "내가 무너지면 자유한국당도 무너진다. 내가 보수의 마지막 보루다. 그러니까 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는 폭로를 의심하기 어렵게 하는 그의 행적이다.

MBC본부 노조의 이번 총파업은 지난 2012년 170일간의 파업 이후 5년 만이며 노조가 꺼내든 마지막 카드다. 조합원 93.2%가 찬성한 파업이다. 김장겸이 임명한 간부들마저 보직을 던지고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 자유한국당은 김장겸의 구명운동을 입증하듯 김장겸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에 반발해 정기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하고 장외로 나갔다. 국회의원들이 고용노동부와 청와대, 대검찰청 등을 잇따라 찾아가 시위를 벌엿다.

자유한국당 역시 김장겸과 다르지 않은 언론관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고발 사건을 조사하는 고용노동부일 뿐인데, '문재인 정부의 폭주하는 좌파광풍'이니 '언론장악'이니 하면서 지난날 자신들의 죄를 뒤집어씌우는데 혈안이다.

'남은 것은 MBC 뿐이다.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자유한국당 대표 홍준표의 말은 그들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설명해 준다. 김장겸은 자유한국당, 그 전신인 새누리당의 앞잡이 언론인 이었고, 그가 MBC의 수장이었다는 사실과 김장겸은 MBC 구성원들을 자유한국당에 줄세우는 존재였다는 사실 등을.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안보문제가 위중한 마당에 교섭단체 대표연설도 거부했다. 사상초유의 행보다. 안보장사가 국회에서 좌판을 접고 방송장악 하수인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것이다. 그들만의 명분이다. 자기부정이다.

언론을 제발 내버려 둬라

범국민적 정서에 반하는 국회의원들의 집단행동은 배지를 내팽개치는 행태다. 그저 사익 패거리일 뿐인 그들이 행정부와 사법부 중심부에 난입해서 소란을 피우는 꼴이다. 이렇게 희화화 될 것을 뻔히 아는 그들이 노골적인 철면피를 자처하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홍준표의 영도 아래 있는 그들은 무척이나 불안해 보인다. 집권당 시절 공영방송을 정권의 이중대로 사용했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이다. 정권을 창출한 새 정부가 방송을 장악하고 좌지우지 할 것이라는 그들의 관점은 자신들이 경험한 토대 위에 세워졌기에 모든 것을 걸고 막아야 할 '방송사 사주 교체'인 것이다.

홍준표는 극우세력의 위기의식을 극대화하기 위해 스스로 새누리당이 여당이던 시절의 역대 정권이 언론을 장악했다는 사실을 자백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현 정권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실릴 것이므로. 이렇게 추한 몰락이 또 있을까.

그 바탕에는 김장겸 사수가 실패하더라도 극우세력은 결집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깔려있을까. 하지만 그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양대 공영방송의 언론노조가 지향하는 것은 '방송의 독립성 확보'라는 점이다.

홍준표식 관점으로 본다면 현 정권에게도 달갑지 않은 양대 방송사 노조의 총파업이지 않은가. 감시와 비판에 자유로운 언론, 자기 검열을 통해 스스로를 제약하지 않는 언론이 그 개혁의 지표다.

권언유착의 고리를 끊자는 것이다. 양대 노총이 과도적 터널을 지나 본래의 빛 속으로 들어가고, 더 이상 언론이 인위적인 중력에 행동을 제약받지 않을 때, 국민들이 가짜뉴스의 먹구름이 걷힌 하늘을 보며 진일보한 민주주의를 숨쉴 때, 홍준표와 자한당은 스스로 들어간 늪에 빠져 입이 잠기는 순간을 맞이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