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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7호 실체없는 익산시 부채 위기론 주범들의 책임이 막중하다

편집국장 공인배

실체 없는 의혹과 조장된 불안은 그 대상에게 단기간에 치명적인 피해를 안겨주지만, 그 의혹이 규명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특히, 선거 기간 중에 가공된 의혹이나 불안은 사회공동체가 감당하기 어려운 후유증을 남기며, 나중에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돌이킬 수가 없다.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둔 무렵 부풀려졌던 익산시 부채 문제는 선거가 끝나고 5개월이 지난 뒤에도 여전히 걷히지 않는 암운(暗雲)이다. 당시 시민들은 걷잡을 수 없이 공론화 되어버린 낯선 자지체 파산위기론에 가슴을 움켜쥐었었다. 더구나 3천여 억원이었던 부채가 사실은 7천여 억원이라는 말에 그동안 속았다는 생각이 팽배했다.

빚이 많은데 감추고 있었다는 데 분노한 것이다. 그렇게 인지적으로 불평형 상태가 되면 사람은 의식을 선점한 정보에 사로잡히기 마련이다. 불어난 4천여 억원의 빚은 몰래 쓴 돈이라는 예단과, 도대체 그 돈을 어디에 썼으며 어디로 빼돌렸느냐는 의심에 시민들은 경도됐다. 터무니없는 현상으로 보이지만, 실제다.

지자체의 빚은 공익을 위해 쓰여진 돈이 실정을 초과했다는 걸 나타낼 뿐이고, 그것은 집행부 안팎의 심사와 의회의 심의 등 촘촘한 감시체계를 통과하는 절차에 의해 발생된 것이다. 공공재를 확보하고 공익에 기여할 목적이 아니면 대부분 사용 승인을 받기 어려운 시스템이다. 집행의 투명성도 그와 같은 감시체계 안에서 확보된다.

이렇게 예산은 혼자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을 누구나 안다. 그래서 지자체는 비생산적인 곳에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 일반의 비판대상이 될 수 있다. 빚에 국한하여 본다면 생산적인 곳에 예산을 투입한 결과이고 감당할 수 있다면 비판 대상이 될 수 없다.

소모성 예산을 특별히 더 많이 사용하지 않았고, 지역발전에 반드시 필요한 기반조성을 위해 부채를 얻었으며 상환에 큰 무리가 없는데 지자체가 비판 받는다면, 지자체는 지역발전을 도모하기 위한 공적 투자를 할 수 없게 된다. 다만, 발생된 부채를 조기상환해 건전재정 상태를 앞당기기 위한 긴축재정은 반드시 필요하고 이의 이행 여부는 감시 대상이다.

그러나 그 부채의 성격은 일절 논급하지 않고, 장차 부채를 상환하는 기간동안 발생할, 투자비 대비 이자와 공공시설 운영비 등을 합산해 부채를 두배 이상 부풀리고, 그것을 지자체 파산규모로 적시하여 유포하는 바람에, 익산시의 부채는 선거 과정에서 올바르게 평가받지 못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갑자기 두배 이상 부풀려진 익산시 부채의 충격파는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인식을 급속히 확산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게다가 그것을 조장하여 유포한 주체가 전직 고위 공무원이었기에 그 파급력은 더욱 강력했다. 더구나 정헌율 당시 익산시장 후보는 자신의 공직생활 중 상당기간 예산을 다룬 전문가였다는 점을 내세워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했다.

익산시장직을 놓고 경쟁하는 후보들 가운데 예산을 가장 잘 안다는 후보가,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는 셈법을 동원해 지자체 파산대책위원회를 운위한 것이다. 정헌율 후보의 그런 위기 경보가 지극히 자의적이었다는 사실은 민선 6기의 2015년도 예산안이 명증한다. 정헌율의 부채 위기론을 계승한 민선 6기는 공약사업 실천계획에 총 부채 3,338억원 가운데 2,155억원을 임기 동안 상환한다는 연도별 목표를 정했다.

그러나 올해 지방채 상환 목표액보다 200억6천여 만원이 부족한 463억3천여 만원만 지방채 상환액으로 편성했다. 반면, 지출예산 규모는 3백억원 가까이 늘렸다. 빚을 갚을 돈으로 선심성·소모성 예산을 신규로 편성한 것이다. 교향악단 운영비 9억4천여 만원 등 선심성 예산을 85%가까이 증액하고, 고질적인 소모성 예산으로 지목되어 온 연구용역비를 125.71%나 증액 편성했다.

무엇보다 업무추진비가 전년 대비 40.37%나 증액된 데 이르러서는 재정비상체제의 심각성이란 찾아 볼 수가 없다. 6.4지방선거 과정은 물론이고 취임 직후까지 익산시가 곧 망하는 양 떠들며 설레발치던 박경철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는 것이다. 오히려 고통분담 차원에서 시장 업무추진비를 축소 편성하는 등 전반적으로 긴축재정 기조를 유지했던 민선 5기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그런데 익산시는 최근 각 언론의 '무분별한 예산 편성'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박경철 시장이 봉급을 매월 100만원씩 반납하기로 하고, 시장 등의 업무추진비를 20% 삭감했다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는 명백하게 시민들을 기망하는 주장이다. 익산시가 편성한 2015년 업무추진비 총액은 10억96만원이며, 업무추진비 증액률은 40.37%에 달하고 있다.

재정비상체제와 동떨어진 예산 편성
진실 밝히고 불안 불식시켜야 '인정'

시장 봉급을 반납해 1년 동안 1,200만원을 절감한다며, 2014년 보다 2억8,786만원을 올린 2015년 업무추진비 편성에 대한 비판에 물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예산서는 전년 기준 40.37% 증가한 업무추진비를 표기하고있는데, 엉뚱하게 4대업무추진비 법정 기준액을 잣대로 삼아 되레 20% 깎았다면서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

익산시의 해명자료를 보면, 긴축재정과 고통분담은 시장을 제외한 간부 등 공무원들의 몫일 뿐이다. 노부모 봉양공무원, 장기근속공무원 해외여행 경비 등 직원후생복지 예산을 전격 삭감했다. 민선 6기가 편성한 2015년 예산안에서 선심성·소모성 예산들을 감안하면 직원들의 후생복지비를 삭감할 필요가 없었다. 익산지역 학생들의 우수농산물 식재료비를 50%나 깍을 필요도 없었다. 지방채도 상환 목표액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

이같은 민선 5기의 살림살이 실정을 볼 때, 익산시의 부채는 충분히 감당할 만 하다. 그렇다면, 선거판을 부채 위기론으로 뒤흔들어 유권자들을 혼란과 불안의 도가니에 빠뜨렸던 정헌율과 박경철은 그에 상응한 책임을 져야 한다. 정헌율에 대해서는 추후 유권자들의 심판이 따르겠지만, 박경철 시장은 익산시 부채의 진실을 밝힐 책무를 안고 있다.

부채위기론은 다름 아닌 인구 유출을 가속화시키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의 파산 우려는 심대한 불안이다. 그것을 불식시키는데는 아무리 서둘러도 빠르지 않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자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중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떠난 마음을 붙잡아 돌이킬 단초를 마련하는 길은 박 시장의 공식적인 사죄 뿐이다. 그리고 앞에서는 불안을 부채질하고 뒤에서는 잔치하는 작태를 중단해야 그런대로 시정이 돌아갈 것이다. 박 시장이 6.4지방선거 기간중에 민선 4,5기 익산시를 비리 지자체로 매도한 것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일부 재단될 것이니, 그 상징적인 결정을 기다려야 할 일이다.

하지만 박 시장이 당장에 결별을 고하고 미련을 버려야 할 일은 정치쇼다. 진정성이 없는데 누가 인정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