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거짓말은 더 큰 거짓말을 낳고, 한 번 원칙을 어긴 사람은다음에는 쉽게 원칙을 어기는 법이다. 속여서 무엇을 가로챈 사람과 공동체의 질서를 뒤죽박죽 어지럽혀 혼란을 일으킨 사람일 수록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하는 까닭이다.

거짓은 단순한 일을 복잡하게 만든다. 상식이다. 일일 연속극들의 상투적인 테마가 그걸 명증한다. 작은 거짓말에서 시작하지만 막바지에는 엄청난 거짓말을 하다가 결국 파멸에 이르는 악역들은 인간군상들의 잔혹사에 설득력을 더한다. 각기 다른 성격과 옷을 입었지만 결국 같은 노정을 걷고 파국을 맞이하는 이 악역들은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을 반영해 주기 때문이다.

지금 익산 지역공동체는 아주 독특한 색깔의 악역을 바라보며 깊은 비탄에 젖어있다. 그가 드라마틱한 인생 역정을 지니고 있기에, 그가 서슴없이 던진 거짓말들이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는데 그치지 않고 그를 향한 부메랑이 된 종국적 비극은 유달리 처연하다.

익산 시민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매일 흥미진진한 촌극을 지켜봐야하는 관객이자 비운의 주역으로서, 그가 거짓을 숨기기 위해 조작한 진실이 무엇인지를 상상하며 숨죽인다. 삿된 것을 깨뜨리고 바른 것을 드러내는 하늘은 거짓말을 두려워하지 않고 부끄러운 줄도 모르는 악인을 어떻게 징벌할 것인가.

이 드라마는 거짓의 바다에서 표류하던 그가 그 바다에 잡아먹히는 마지막 장면을 담을 것이다. 장면에는 비극적 결말이 아로새겨질 것이다. 지난 행태로 보아 그는 이런 하늘의 뜻을 향해 "나에게 왜 그러느냐고" 반문하며 끝내 원망할 수도 있겠다. 부끄러운 줄 모른다는 것은 떳떳지 못한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하늘은 그것을 응징하는 것일 따름이다.

처음 경고의 목소리가 있었을 때 고쳤다면, 경고하는 사람을 적으로 삼지 않고 하늘을 비추는 거울로 받아들였다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는 오늘은 없었을 것이다. 그가 처한 오늘은 그가 하늘을 비추는 거울들을 상대로 눈가리고 귀를 막은 결과다. 그는 지금 자신이 삿된 무리의 우두머리가 되지 않았나를 살펴야 할 때다.

그리하여 자신을 천길 낭떠러지 끝으로 내몬 자들이 기실은 지근거리에서 아첨하는 삿된 무리였다는 것을 발견해야 한다. 그래야 뒤늦게나마 자신이 공의로운 심판을 받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치료할 상처를 겁내지 않으며 제2의 삶에 순응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상황이 위중한데도 그가 거듭되는 무원칙한 행보로 더 큰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건 역시 책임 직면을 거부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다. 즉, 모든 책임을 진영간 대립구도에 전가하고, 무조건적인 충성을 강요하는 의도가 아니라면, 민선 5기에서 유력한 승진대상자였거나 정년이 몇개월 남지 않은 공무원들을 대거 읍면지역으로 방출하여 그들의 명예를 훼손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첫 번째 인사에 이어 두 번째 단행된 이번 정기인사에서 승진서열의 후미에 있는 사람을 굳이 승진시켜서 근평조작 의혹을 불러일으킬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이는, 항소심을 앞 둔 그가 비용 마련을 위해 혈안이 된 것이 아니냐는 뒷 담화의 개연성을 제공한다. 어느모로 보나 위험하기 짝이없는 이런 비정상적인 행보가 속출한 이유가 뭘까.

그가 첫 번째로 단행했던 인사 직후에도 공직사회는 적잖이 술렁였다. 파격적이라는 말이 너무 밋밋할 정도로 충격적인 발탁인사와 전보인사는 각가지 의혹과 비판을 초래했었지만, 그는 시정운영 과정에서 그보다 더 야만적인 일련의 행태로 자신이 하고자 하면 못할 짓이 없다는 걸 만 천하에 천명하는 듯 했고, 이번 두 번째 인사는 그 결정판으로 평가 된다.

이런 좌충우돌 폭압 드라이브로 조직은 장악할 수는 있겠지만, 위쪽을 무서워서 피하거나 더러워서 피하는 조직원들을 양산한다. 복지부동과 무소신 그리고 무책임이 만연하여 결국 식물조직으로 전락하는 일만 남게 된다. 몰랐을까. 무소불위의 전횡은 고립을 자초한다.

원칙이 없고 기회주의가 팽배하게 되면 호가호위 하는 간교한 무리들이 발호하기 마련이다. 줄을 잘 서는 것이 경쟁의 최고 수단이 되고, 거간꾼들이 몰려들어 매관매직이 성행하게 된다. 그런 순리를 몰랐을까. 공조직이 그렇게 무너진다면 무엇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자기를 그대로 비추는 거울에 돌을 던졌다. 잇단 거울 깨지는 소리가 지친 시민들의 신경을 곤두세우게 했다. 거울도 안 보는 사람, 내일을 걱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스스로 인정하면서 시민들을 위해 하고 싶은 일들이 있다고 말하는 것을 누가 믿어주겠는가.

사과는 거짓의 고리를 끊겠다는 선언
많은 이들의 갈길을 열어주는 출발선

더구나 의욕이 바닥나고 사단화 된 조직 내부에 시민을 위해 충성할 직원들이 얼마나 있겠는가. 또한 거짓말쟁이로 낙인 된 사람의 주변에 뜻을 함께 할 외부 인재들이 꼬일리도 만무하다. 게다가 그는 그동안 헌신적으로 자신의 선거를 도왔던 대부분의 사람들을 마치 자신의 비루한 과거를 지우듯이 헌신짝 처럼 버렸다.

하지만 배은망덕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것을 논급 할 여유는 없다. 왜 권력을 가져야만 했는지 그토록 오랫동안 매달려야 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는 온데간데 없고, 권력을 제왕적으로 휘두르는 현재의 그가 당장 위태롭고 위험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주어진 임기동안이라도 시민들을 위해 참으로 무엇인가를 하고자 한다면 먼저 왜 자신의 주변에 충언하는 사람들이 없는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단 한 번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막중한 책임을 직면해야 한다. 말없이 지켜보며 냉가슴을 앓는 불특정다수의 시민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보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뼈아픈 성찰에 따른 대시민 사과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는 더이상의 거짓 고리를 끊고 진실만을 말할 것이라는 선언적 의미를 지니기에.

동시에 독단이나 독선이 아닌 겸손한 경청으로 공조직의 합목적성을 바로세우고 지역사회 발전에 일사분란하게 분골쇄신할 공무원들을 육성하겠다는 약속이기에, 스스로 거울 앞에 서는 것이기에, 그리하여 거듭나는 것이기에 사과는 새로운 출발점이며 성스러운 것이다.                 

진실과 원칙, 이것은 지도자의 기본 덕목이며 정치의 생명이다. 몰랐을리 없다. 그것은 또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고 많은 이들의 갈 길을 열어 준다. 무엇보다 사실을 말해도 남이 믿어주지 않는 그 지옥에서 빠져 나오는 길이다. 정직하지 않고 본성이 악한 자에게는 다른 모든 지식이 해로울 뿐이다. 시민들이 그것을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