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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군산 법원은 허위사실 공표로 기소된 박경철 시장을 당선무효형으로 단죄했다. 당초 벌금 1천만원을 구형했던 검찰은 500만원의 양형은 부당하다며 항소했고, 피고인은 무죄를 주장하는 항소를 제기해 지난 화요일 전주법원에서 두번째 항소심 공판이 열렸다. 사법부의 판단 대상은 6.4 지방선거 익산시장 후보로서 박경철의 두 가지 거짓말이다. 하나는 자신이 당선될 목적으로 '희망제작소가 선정하는 희망후보'를 사칭한 것이고, 또 하나는 상대 후보를 낙선시킬 목적으로 '상대 후보가 익산시장 재임기간에 기 선정된 익산시 소각장 건설업자를 바꿔치기 했다'며 날조한 것이다. 희망제작소는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설립한 민간기관으로 대한민국 시민사회의 씽크탱크로 자리매김한 지 오래되었다. 희망제작소는 지난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희망후보를 선정했는데, 익산시장 후보 가운데서는 이한수 후보가 희망 후보 현수막을 받았다. 그러나 이와 무관한 박경철 후보가 자신이 희망 후보라고 공표한 것이다. 익산시 소각장 건설에는 850억원이 들어갔다. 만약 비리가 있다면 거액이 오갔을 것이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한 비용 규모다. 박경철 후보는 토론회 과정에서 존재하지 않는 소각장 비리를 폭로했다. 민선 3기에 선정한 소각장 건설업체를 상대 후보가 민선 4기 익산시장에 당선되어 바꿔치기했다는 것이다. 이 두가지 허위사실 공표는 엄연하다. 희망후보를 사칭한 보도자료는 익산지역에 주재하는 기자들은 물론 지역언론 기자들에게 배포됐고 일부 언론은 이를 그대로 보도한 상태다. 소각장 비리 날조는 각 방송사의 토론회 동영상으로 존재한다. 피고인 쪽은 원심법원에서 부정할수 없는 공소사실 심리를 피하고, "이같은 행위에는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법리 논쟁에 매달렸다. 희망후보는 공직선거법상 경력의 범주에 들지 않고, 희망제작소에서 선정한 바가 없기 때문에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공소사실은 박경철 후보가 경력을 허위 표시했다는 것이 아니라, 허위사실을 공표해 선거에서 승리를 가로챘다는 것이다. 또 '희망후보 선정'은 당시 선거캠프에서 보도자료에 명시한 사항이다. 원심법원이 희망후보 사칭을 유죄로 인정한 근거다. 하지만 6.4지방선거 당시 박경철 후보 캠프의 선거대책본부장이 증인으로 나와서 "보도자료는 모두 내가 작성했고, 희망후보 관련 보도자료 작성과 배포 건은 박경철 후보가 몰랐다"고 진술 함으로써 박경철 피고인이 위법의 책임을 벗었다. 원심법원이 희망후보 사칭을 처벌하지 않은 이유다. 지난 화요일에 열린 공판에 검찰쪽 증인은 박경철 익산시장 후보 캠프에서 자신이 보도자료 생산을 맡았었고 대부분의 보도자료를 작성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자신의 컴퓨터에서 일자별로 생산된 보도자료를 CD에 복사해 법정에 제출했다. 원심법정 증인으로 나왔던 선거대책본부장의 진술과 정면으로 상반된다. 위증 논란이 불거진 대목이다. 거짓말을 가리는 법정을 또다른 거짓말이 혼란에 빠뜨린 것이다. 기소된 거짓말은 시민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했다는 것이고, 법정에서 나온 거짓말은 법관들의 올바른 판단을 방해한다. 피고인이 희망후보 사칭의 책임당사자로 판명되느냐의 여부 못지 않게, 누가 위증죄로 처벌받을 것인가에 관심이 쏠리게 한 증언이다. "익산시 소각장 건설업체를 바꿔치기했다"고 단정한 사실에 대한 심리 과정에서도 피고인은 "의혹을 제기했을 뿐이니, 표현의 자유에 해당한다"는 부적절한 해석 또는 거짓말을 낳았다. 의혹제기란 관련 사실들을 제시한 뒤 그에 따르는 객관적인 의심을 표명하는 것이다. 제시되는 사실은 그 자체로 진실이거나 공표하는 사람이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를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피고인 쪽이 '토론회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 받기 위한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가공의 사실을 진실로 가장하되 단정하는 방식의 공표는 정보 수용자를 속이려는 적극적인 의도를 내포하는 것으로 해석 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진실에 접근하려는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상대 후보에게 결정적으로 불리한 미확인 사실을 확신에 찬 태도로 단정하여 공표한 것은 고의적인 범행이다. 오직 '가해 행위'인 것을 "의혹제기"다 "표현의 자유"다로 강변하고 있는 꼴이다. 원심법원이 유죄를 인정한 배경이다. 항소심에서도 달라진 것은 없다. 피고인 쪽 변호인단 중 새로 선임된 변호인의 모든 변론도 피고인의 토론회 발언이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여 죄를 물을 수 없다는 논지에 힘을 실었다. 이는 피고인이나 변호인단의 사실에 대한 변별력 수준을 드러낸다. 이렇게 군색한 주장 혹은 대응에 넌더리를 치며 잠시 고개를 돌려 본다. 박경철 시장이 지역언론사 기자들의 보도기사와 칼럼 수 십건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과 모욕죄 등으로 잇따라 고소한 지점이다. 법정에서는 벌을 피하기 위해 표현의 자유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시장의 지위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유린하는 이율배반에 실소를 금치 못하면서. 거짓말은 교활한자의 것/ 반칙은 비겁한자의 것 허위사실 공표 조차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면서, 그것이 상대방의 낙선으로 이어졌는데도 벌 받을 사안이 아니라고 우기면서, 공인의 명예를 표현의 자유가 훼손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논거는 무엇이란 말인가. 더구나 표현의 자유를 그토록 광범위하게 해석하면서 모욕죄를 어떻게 떠 올릴 수 있는가. 박경철 시장은 "무고죄는 벌금형도 없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던 만큼, 사실만을 적시하여 보도한 기사와 칼럼들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데 대한 무고죄 성립 여부도 검토했으리라고 확신한다. 자신의 재판이 한창 진행중인데 그런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경우의 수들이 여러 시민들의 입길에 올랐다. 그 가운데, 자신에 대한 여론이 악화 된 책임을 특정 언론들에 돌려 재판부의 눈을 피하려는 수단이 아닐까라는 추론에 무게가 실린다. 또한 자신이 지속적으로 문제를 야기해 기사 거리를 제공한 책임을 엉뚱하게도 언론에 전가하는 목적도 배제하지 않는다.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는 박 시장은 표현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가치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으로 투영된다. 그 신념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맹목적이다. 허위사실 공표 조차도 선거방송 토론회에서는 허용돼야 한다는 주장이 아닌가. 그런데 익산시장이라는 지위를 악용해 형사고소를 남발하면서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퇴행을 서슴지 않는다. 혼란스러워 하는 시민들을 향해 이상하다고 할 것인가. 박경철 시장이 받고있는 재판은 거짓말 또는 반칙에 대한 재단을 목표한다. 거짓말은 교활한자의 것이고 반칙은 비겁한자의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