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에서 떠나겠다는 사람들이 자꾸만 생겨난다. 먹고 살기가 팍팍하다. 부족한 자에게 불리하다.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등의 신음들이 끊이지 않는다. 분노게이지가 상승하면 "도대체 살 만한 도시가 아니다"고 비명을 지른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지역공동체의 내일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아주 적다. 그 가운데서도 밀알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다 함께 잘 사는 방도가 제시되면, 당장 자기가 감수해야 할 손해를 먼저 생각한다. 어떻게든 무임승차 하겠다는 태도가, 지금 닥친 한 푼의 손해로 열푼의 이익을 공유 할 내일을 가리는 장애다.

지역공동체가 도모하는 비전이 오히려 개인들의 도전의지를 약화시키고, 창안자의 질곡이되어 좌절과 절망을 양산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모호한 도시. 주인의식 보다는 뜨내기 의식이 팽배한 도시. 불안을 일상의 한 축으로 받아들인 도시.

이런 도시가 인재를 아끼고 육성할리 만무하다. 서민이든 중산층이든 기회만 닿는다면 자식을 타지로 내보내는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그것이 삶의 전부인 양 한다. 익산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 조차 상당수가 전주 등지에 거주하며 출퇴근하지만,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도시다.

도시의 공동화는 가속화되고, 버려지고 있지만, 빈 건물을 소유한 이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는다. 낡고 노쇠하여 이대로 먼지에 덮히다가 끝내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은 도시. 누군가를 열렬하게 좋아하며 추종하거나 추앙하는 심장이 없는 곳에 영웅이나 스타가 존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혁신적인 사람은 불안하게만 비쳐지고, 혁신의 행보는 부정적으로 평가되며, 새로운 기회를 위한 투자는 의심을 받을 뿐이다. 3천억원을 쏟아부은 익산일반산업단지가 텅텅 비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의 시야 밖으로 밀려나 표류하게 된 이유다. 그 혁신적 도전과 비전은, 정치적 목적에 의해 부풀려진 부채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급기야 침몰하고 있는 것이다.

익산의 경제활동 인구 분포로 볼 때, 농업을 제외한 소비부문이 비대한 반면 공산품 제조업 부문이 과소한 기형적 산업구조다. 혁신적 재편이 요구되는 분야다. 돈이 있어야 상업이나 서비스, 시회기반시설 종사자들이 나눠먹을 파이를 키울 수 있다. 제조업은 재화를 창출하고 노동현장을 제공한다.

산업단지를 채우면 부채를 청산할 수 있고, 자치단체의 세원이 증가한다. 비전을 위한 이유있는 부채는 그렇게 증명할 수 있고, 재정자립도가 높아지면 그 만큼 챙길 수 있는 복지영역도 넓어진다. 늘어나는 노동력의 수요는 떠나는 사람을 잡고, 타지에서 인구를 유입시킨다.

당초 산단 조성계획은 노쇠한 도시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것이었다. 젊은 사람들은, 교육환경의 수준을 높이고 함께 고민하는 지역공동체 문화를 창출하며 도시의 활력이 된다. 자치단체는 또 높아진 재정자립도를 삶의 질을 높이는 재원으로 환원해 도시 전체를 선순환 구조로 재편할 수 있게 된다.

단적으로 7년 전 침체된 도시를 견인할 유일한 해법이 산단 조성이었지만, 민선 6기에서는 그 효용가치가 뚝 떨어져 관심 밖으로 밀려난 듯 보인다.

당초의 비전에 다가서기 위해서는 기업유치 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어야 하는데, 민선 5기에 입주할 의사를 표명하고 양해각서를 체결한 업체들 조차 대부분 실제 투자를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산단 조성에는 막대한 돈이 투자됐다. 절박한 문제였기에 빚(지방채)을 얻어서 시행했다. 부채규모를 감안하면 발생하는 이자가 만만치 않다. 익산시는 당장 빚을 갚아나가야 한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산단을 분양하는 것이다. 손을 놓고 있다면 무책임의 전형이며 해도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무능을 인정하는 꼴이다.

민선 5기는 전방이나 일진머티리얼즈 등 국내외 굴지의 기업 25개사를 익산 산단에 유치해서 300억원의 빚을 갚았다. 산단을 분양하면 산단조성으로 발생한 빚을 갚을 수 있다. 단순명쾌한 지표다. 이렇게 익산시의 건전재정 운용과 비전을 담보하는 '기업유치'라는 당위는 그러나 퇴색 일로에 놓여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익산시 시정목표의 최상위에 있어야 할 명제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으면서 까맣게 잊쳐져가는 이유가 뭘까. 냉정하게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져 보면, 설명이 되긴 된다. 우선 민선 5기에 벌인 일을 민선 6기가 책임질 필요는 없다는 셈법을 고려해볼 수 있겠다. 민선 6기에 산단 분양을 완료하고 빚을 다 갚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들 민선 5기의 공으로 돌아갈 뿐이라는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방임의 정치적 반사이익 추구는 파국 맛볼 것

민선 6기가 기업유치에 전념하면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다가 분양실적이 저조하면, 민선 5기의 혁명적인 청사진에 민선 6기가 먹칠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렇게 우려하는 것을 책망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당위를 등지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면서 같은 규모의 이자 부담을 계속 안고 가거나 일반회계상의 긴요한 예산들을 긴축해 빚을 갚는 것은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분담지우는 일이다. 낙제점을 받을 살림살이다.

특히, 산단을 분양하지 않고 비워둠으로써 전임시장의 '혁신'을 '치기 어린 도전'으로 평가절하시키면서 이를 두고두고 표징케 하거나, 익산시에 치명적인 손실을 안겨준 실패의 산물로 부각시켜서 정치적인 반사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이 일말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큰 착각이다.

익산시는 꽤 오래전에 침체의 늪에 빠졌고, 백약이 무효여서 헤어나기도 어려우며 누구에게 물어보더라도 갈수록 심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도시를 구할 길은 7년 전이나 지금이나 7년 뒤나 같다는 것을 익산시민들이 알고 있다.

전임시장의 도시경영 마인드와 도전 정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부상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자치단체장이 시민을 우선하지 않고, 정치적인 이해관계로 정책을 취사선택하는 것은 후진적인 행태다.

지금처럼 기업유치에 소극적으로 임하는 것은, 전임시장에 대한 시민들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나아가서는 그의 낙선을 안타까워하는 시민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게 하며 그의 재입성을 주창하는 사람들이 급증케 하는 동인이 된다.

최소한 그에게 침몰하는 익산시를 견인토록 못다한 책무를 부여해야 한다는 여론의 역풍을 부를 것이다.

무엇이 정당하며 효과적인 정치적인 경쟁인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갖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