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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최근 이재명 성남시장이 한국갤럽조사 대통령 후보 물망에 올랐다. 그의 정치역정 5년만이다. 성남시장으로 초선을 마치고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재선된 게 전부다. 이재명의 입지전은 고난의 한 복판에서 기록됐다.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공장 노동자가 되어 고학으로 중·고등학교 졸업 학점을 획득해야 했다. 성남 일대 공장들을 전전하는 노동 속에서 그는 프레스에 왼쪽 손목이 눌려 지금도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장애인이 됐다. 화공약품으로 후각기능을 잃어 냄새도 잘 구분하지 못하게 됐지만 그는 주경야독에 끈질기게 매달렸다. 결국 4년 장학생으로 중앙대 법학과에 진학했고, 대학을 졸업하던 1986년 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한다. 고학노동자 출신 변호사는 제도권의 유혹을 뿌리치고, 그가 자란 성남일대의 인권변호사로 투신한다. 서민을 위한 무료변론을 비롯한 양심수와 시국사건 변론, 노동운동 지원 등에 매진하던 그는 성남 NCC 인권위원회로부터 인권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그의 삶을 가장 적절하게 수식하는 단어는 '치열'일 것 같다. 20년 전 성남시민모임을 주도적으로 구성하고 이끌면서 부정부패 고발 등 권력에 대한 감시와 견제역에 긴장을 늦춘 적이 없다. 환경을 악화시키는 권력형 특혜비리에는 대규모 반대운동을 벌이다가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주민들의 의료복지 실현을 위한 성남 시립병원 설립운동을 주도하다가 도망자 신세가 되기도 했다. 시의회에서 시립병원 조례가 날치기로 폐기되는 것에 집단행동으로 항의하다가 수배된 것이다. 그의 정계진출 의지는 이 은거 시기에 움텄다. 무책임하고 반시민적인 성남시를 근본적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직접 참여가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그 방향타였다. 여권이 전통적으로 강세를 지켜온 성남에서 열린우리당 후보로 출마해 두번 낙선했고, 두번 당선됐다. 그의 삶은 이렇게 찬란한 승리로 점철되지만, 그것은 처절한 루저의 잔혹사가 엮어낸 드라마다. 그의 저력은 부조리를 향한 투지와 끈기에서 비롯했다 할 만 하고, 그를 지탱한 힘의 원천은 서민들을 향한 은근과 헌신을 지향하는 신념이라 할 만 하다. 복지에 미친 그의 족적과 불의와 맞짱뜨기를 주저하지 않는 그는 '정치를 위한 정치'가 아닌 '목적을 위한 정치인'의 이정표가 되었다. 이전에도 보기 드물었고, 앞으로도 만나기 어려운 정치인의 전범(典範)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수식으론, '피땀을 흘린 대가를 가지고 더 깊은 진구렁으로 내려가 한 사람이라도 더 밀어 올려 벗어나게 하는 사람'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그런 맥락에서 그는 여전히 빈민이다. 그가 SNS에서 '이재명 대통령'으로 연호되는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을 것이다. 얼핏, 그가 단기간에 집중 조명을 받게 된 도약대가 홍준표 경남지사와의 무상복지 논쟁이며, 그것은 고도로 계산된 정치적 캐릭터 구축 방식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그러나 기실 그것은 이재명을 가로막는 홍준표에 대한 정면돌파였다. 그는 성남시정 운영으로 이미 그걸 방증했다. 전임시장의 방만한 경영으로 위기에 봉착한 성남시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지자체가 빚을 제 때에 갚지 못하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사실상 파산을 인정하는 꼴이다. 하지만 그는 3년 6개월 만에 5,000억원이나 되는 성남시의 악성부채를 전부 청산했다. 그 비결은 쓸데없는 토목공사를 비롯한 부정부패와 누수되는 세금 통제였다. 그런 방법으로 1년에 1,500억원씩 빚을 갚을 수 있었다. 나아가 고단한 서민들의 도시 성남시는 무상 급식, 무상 교복, 무상 출산, 무상 산후조리 복지를 실현하고 204억원을 연간 교육예산으로 추가하는 복지도시로 탈바꿈했다. 전임시장이 만든 초호화 시장실은 시민들이 언제라도 드나들 수 있는 북카페로 개방됐다. 또 시장실에 CCTV를 설치하는 등 이재명 스스로 투명한 유리벽 안에서 시정을 지휘한다. 시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성남의료원을 착공했고, 중소상공인 지원과 IT기업 창업 또는 유치를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성남시의 성과들이 더욱 빛나 보이는 건, 성남시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 의원들과의 갈등을 뚫고 이룩해냈다는 점에서다.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시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어 주고, 집행부와 시민들이 협력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으로 시의회의 정치적 이해관계를 무력화시킨 것이다. 시민이 주체적으로 시정방향을 결정하도록 한 것은, 시장을 비롯한 공무원, 시의원 등은 오직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기본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거버넌스의 기초 마인드가 위기에 처한 지자체의 돌파구를 지방자치제의 대의기능에서 찾아내는 눈이었던 것이다. 이같은 성과는 이재명이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면서 얻어낸 동력에서 비롯한다. 그런 방식으로 시민들을 객석 뿐만 아니라 무대에까지 최대한 끌어 모으고 흔들림 없이 바른 길을 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 과정에서 결코 피하는 법이 없고 직설적이며 공격적인 화법을 날리는, 국민들의 울분을 대변하는 올곧은 지도자로 각인되었다. 이재명은 자신의 정치적 색채를 분명하게 표명하면서도 선언이나 선전이 아니라 자신이 이룬 개혁성과를 바탕으로 실천방법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왔다. 논쟁의 목적을 민생안정과 복지향상이라는 대명제로 일관되게 귀결시켜 명분을 확보했다. 대중정치 힘의 원천은 '소통' 무엇보다 그는 당면한 가장 뜨거운 의제에 대해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낸 뒤, 언론의 강한 지지와 비판을 동시에 수용하는 호혜적·적대적 공생관계를 절묘하게 운용하고 있다는 점을 지자체장이라면 주목할 필요가 있겠다. 그런 방식으로 의제를 선점하고 언론을 통해 의제를 확대 재생산하며 언론이라는 필터를 통해 자신이 구하는 바의 해법을 취해왔기 때문이다. 그것은 그동안 문제를 풀어낸 여러 사례들에서 발견된다. 이재명의 전략적인 언론관은 특히, 얼마전 그가 한 팟캐스트에 출연해 밝힌 '의도'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공공산후조리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국가적 의제로 대두된 '무상'이라는 표현을 붙여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복지의 본질에 대한 사회적 논쟁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그는 옳고 그름을 넘어서 대중이 그의 주장에 대한 실행가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논리적 프레임을 짠 뒤, 상황에 따라 적절한 논란거리를 심어 공익적 감정에 민감한 언론의 관심을 이끌어내 여론을 주도했다는 것이다. 여기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의 주장이 단순히 정치적 수사(修辭)에 불과했다면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재명, 그에게 대통령이라는 옷이 맞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짧은 정치 이력으로 정치적 서열을 매기는 것도 부적절한 일이다. 다만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것은, 현대 민주주의사회에서 대중정치의 힘의 원천과 형성과정을 그가 몸소 비추고 있는 점이다. 인구 100만의 성남시와 30만의 익산시는 비교대상이 될 수 없다. 다만, 역량의 개인차를 떠나 이재명과는 정반대로 치달리고 있는 박경철 시장은 자기 욕망의 불빛에 눈먼 영락없는 불나방이고, 이재명의 입지전이 그에게 벽력같이 스톱을 외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