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의 2015년 하반기 정기인사 시즌이 불쑥 다가왔다. 박경철 시장이 세번째 맞이하는 인사다. 연거푸 이질적인 인사를 경험했던 익산시 조직은 벌써 부터 적잖은 동요를 보이고 있다. 익산시 공무원노조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존재하지도 않는 전임시장 파를 축출한다거나 원칙없는 인사를 또 단행할 경우 그 충격파로 조직이 식물화 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는 조직 안팎에서 박시장과 그를 둘러싼 일파가 붕당 논리를 분별의 잣대로 삼고 있다는 풀이에 따른다. 박 시장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골라서 하는 무리, 경쟁자를 향한 적개심을 끊임없이 부추기고 강공 드라이브만이 승리의 유일한 수단이라고 귀엣말하는 무리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다.

한풀이 정치로 간주되는 박 시장의 좌충우돌과, 쓴소리에 쌍심지를 켜고 잔혹하게 괘씸죄를 묻는 박 시장의 오만방자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덕인을 배척하고 소인을 가까이 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배척은 야비하고 공격적이며, 야합은 보란듯이 노출시키면서 과시하고 유혹한다. 오직 이해관계로 사상누각을 쌓고 있는 것이다. 박 시장과 그 주변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이해관계로 얽힌 그들이 한 통속이 되어 난국을 조장한다고 본다. 부정의 팽창은 혼란의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인사에 쏠린 눈은 어느 때 보다 많다. 비리가 발 붙일 공간이 그 만큼 좁을 것이다. 박 시장의 세번 째 인사가 두번의 실패를 자양분 삼아 대다수의 공감을 얻는 인사가 되기를 희망한다.

그 지표는 985년 전 송나라 구양수의 붕당론이 제시한다. 천년 전의 사변인데 오늘의 익산에 금과옥조라는 점에서 놀랍기도 하다. 옛 말이니 오늘에 연결하는 의도로 원전을 폭넓게 의역한 부분들이 있음을 밝힌다.

나는 들었다. 붕당(朋黨)이라는 말은 예로부터 있었다. 오직 다스리는 이가 군자와 소인을 분별할 따름이다. 대개 군자는 군자와 더불어 바른 뜻에 의기투합하여 붕(朋)을 만들고, 소인은 소인과 더불어 이익을 함께 추구하기 위해 당(黨)을 만드니 이는 자연스러운 이치이다.

그러나 나는 생각건대 소인에게는 붕(朋)이 없고, 오로지 군자에게 붕이 있다고 여긴다. 왜 그러한가. 소인이 좋아하는 바는 이익과 녹봉이고 탐내는 것은 재물과 화폐다. 그 이로움이 같을 때에는 잠시 서로 끌어들여 당(黨)을 만들어 붕(朋)이라 하는 것은 거짓이다.

이익을 보고 앞을 다투는 지형에 이르러서는 이익이 다하면 관계가 멀어지고 심하면 도리어 서로 해쳐서, 비록 그 형제와 지척간이지만 능히 서로 보전하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말하는 것이다.

소인에게는 붕이 없고, 잠시 붕이 된 것은 거짓이다. 군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지키는 바가 바른 뜻과 옳은 것이요, 행하는 바가 한결같은 정성과 믿음을 기반하는 것이며, 아끼는 바가 명예와 절개이다. 그것으로써 몸을 닦으면 곧 바른 뜻을 함께 하여 이롭게 한다.

이로써 백성을 섬기면 곧 같은 마음으로 함께 다스려 끝과 시작이 한결 같다. 이래야 군자의 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다스리는 이가 마땅히 그릇된 붕을 물리치고 군자의 진정한 붕을 쓴다면 바로 천하가 다스려질 것이다.

요(堯)임금 시절에 소인배 공공·환두 등 넷은 하나의 당을 만들었고, 군자 팔원·팔개 등 열여섯은 하나의 붕을 만들었다. 순(舜) 임금이 요임금을 도와서 네 흉악한 소인배를 물리치고, 팔원·팔개 등의 붕을 진출시켜 요의 천하가 크게 다스려졌다.

순이 스스로 천자의 자리에 올랐을 때는 고, 기, 직, 계 등 스물둘이 조정에 나란히 서서 서로의 능력과 덕을 칭송하며 밀어주고 자신의 기용은 한사코 사양했다. 이렇게 22명이 한 붕을 이루자 순은 모두를 등용해서 천하를 또한 크게 다르렸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주(紂)왕에게 신하가 억만 명이 있었는데 오직 각자의 마음뿐이었다. 주(周)나라의 신하는 삼천 명이 있었는데 오직 한 마음이었다" 하였다. 주(紂)왕 시절에 억만 명의 마음이 각각 달랐기 때문에 붕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할 수 있다. 주(紂)는 이로 인해 멸망했다. 주(周) 무왕의 신하 3천명은 하나의 큰 붕을 이루었는데 주(周)는 그들을 등용하여 흥하게 되었다.

후한(後漢) 헌제(獻帝) 때에는 천하의 명사를 다 모아서 구금하여 당(黨)인이라 지목하니, 황건적이 일어나 한나라 황실이 크게 어지러워졌고, 뒤에 깨닫고 후회하며 명사들을 모두 석방하였으나 이미 때를 놓쳐 구제할 길이 없었다.

당 말년에 이르러 붕당 논의가 점증했는데 소종(昭宗) 때에 이르러 조정의 명사를 모두 죽여서 간혹 황하에 던지며 말했다. "이들은 같은 패거리 청류(淸流)이다. 탁류(濁流)에 던질 만하다" 이리하여 당은 결국 멸망했다.

살펴보니, 앞 세대의 군주 중에 사람마다 마음을 다르게 부려서 붕당을 금하는데는 주(紂)같은 왕이 없었다. 맑은 무리의 붕에게 죄를 물어 죽이는데는 당 소종(昭宗)대 만한 때가 없다. 그들은 모두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멸망하게 했다.

익산시 조직은 냉정을 되찾아 사악한 의도들을 퇴장 시켜야

서로 칭찬하고 밀어주고 사양하고 의심하지 않음은 순(舜)대의 스물두 명 만한 이들이 없었다. 순 또한 의심하지 않고 그들을 기용했다. 후세에 순이 22붕당에 속았다고 꾸짖지 않고 순을 성자라 칭하는 것은 순이 군자와 소인을 분별했기 때문이다.

주(周) 무왕 시대에는 그 나라의 신하 3천명이 모두 하나의 붕을 이루니 예로부터 붕의 인원이 많고 규모가 큰 것은 주(周)같은 나라가 없었다. 그러나 주가 이들을 등용하여 흥한 것은 훌륭한 사람이 아무리 많아도 싫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붕당의 이치는, 흥망과 평화와 혼란의 자취를 다스리는 분이 거울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이 붕당론은 박 시장 뿐만 아니라 그 주변과 익산시 공무원들 모두가 새겨야 할 금언이 아닐까 한다. 예기(禮記)에 "위대한 덕성은 하나의 관직에 구애됨이 없다"고 했다. 만약, 박 시장의 인사 스타일이 부당하다고 생각된다면 조직이 지금처럼 과열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싸늘하게 식어있어야 한다. 어차피 하고 싶은 대로 할 텐데, 과당경쟁은 인사의 대가에 대한 기대심리를 높여서 더 어처구니없는 인사를 낳을 공산이 높다. 그것은 소인배들의 작태이며, 불의와의 결탁이다. 조직이 냉정을 되찾고 구성원들이 각자 묵묵히 자기일을 수행하는 태도만이 그나마 박 시장의 폭주를 위축시킬 수 있다.

고요하면 소리가 크게 들리고 움직임이 잘 포착되는 법이다. 박 시장과 그 주변을 바람 한 점 없는 숲 속에 노출시켜야 한다. 그런 환경이 조성되면 박 시장은 붕당론에서 동떨어진 인사를 감히 할 수 없을 것을 확신한다. 공직사회는 본래 공존과 공감을 중시하고 떳떳하다. 사악한 무리가 발 붙일 곳이 없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