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우크라이나 전쟁 중에 중동전쟁이 확전 일보 직전이다. 그 양상도 야만적이고 비인도적이다. 민간인 집단학살의 전쟁범죄를 서슴지 않고 있다. 끔찍한 참상 앞에서 깊은 회의와 절망, 슬픔과 분노를 누를 길이 없다. 문제는 우크라이나 전쟁도 중동전쟁도 머나먼 남의 일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크라이나전, 중동전에서 북한이 거론되고 북한의 무기가 발견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 등과 적극적인 협력 확대에 나서는 등 신냉전 시대가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극우적인 발언으로 논란 끝에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없이 18번째로 신원식 국방부 장관의 임명이 강행되었다. 그는 국방부 장관 이취임식 직후 전군 주요 직위자와 화상회의에서 이렇게 지시했다. “응징이 억제고, 억제가 평화라는 생각으로 만약 적이 도발하면 첫째, 즉각 응징하라. 둘째, 강력히 응징하라. 셋째, 끝까지 응징하라.” 고도의 균형감과 무한한 겸손함이 없으면 작은 오판조차도 돌이킬 수 없게 커다란 희생을 초래할 수 있는 과잉 무장력의 대치상황에서 무지하고 무식한 만용에 소름이 돋았다. 정부 여당이 평화의 가장 큰 위기 요인이다.
최근에 사정이 있어 전세를 알아보게 되었다. 매매 물건은 매우 많은데 전세 물건은 별로 없었다. 심각한 것은 대부분 역전세라는 것이다. 매매가보다 전세가가 1~2천만 원씩 높은 것이 예사로울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보증보험도 들 수 없는 전세 물건이 대부분이었다. 전세 물건은 그리 없는데 왜 매매 물건은 그리 많고 역전세가 심할까? 현장에서 확인한 한가지는 높은 이자율 문제였다. 높은 이자 부담 때문에 집을 매물로 내놓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요즘 익산에 지어지고 있는 수많은 아파트 건축 때문에 장차 집값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매물로 내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집값이 떨어지고 전세가는 예전 수준이다 보니 역전세가 많아졌다고 한다. 높은 금리, 환율, 유가를 포함한 물가의 3중고 4중고 앞에서 부동산 문제뿐이겠는가? 심각한 경제와 민생 위기 앞에 서 있다.
최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가 민주당의 승리로 끝났다. 민주당 진교훈 후보는 56.52%를 얻어 39.37% 득표에 그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17.15% 차이로 이겼다. 2020년 21대 총선 강서구 합산 득표율 격차 17.87%와 거의 비슷한 수치이다. 지난해 6월 강서구청장 선거에서 강서구민들은 득표율 2.61% 차이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손을 들어줬었다. 1년, 2년 짧은 기간의 선거 때마다 거의 20%씩 심판선거 성격의 부동표가 교대로 출현한 셈이다. 여야 정치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큰 실망이 표출된 결과이다. 이번 선거는 정부 여당에 대한 심판선거였다. 1, 2, 3심 공히 유죄판결을 받은 김태우 전 구청장을 형 확정 3개월 만에 사면해서 다시 출마시키다니 유권자를 핫바지로 본 것인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국민의힘 당규도 무시되었다. 전무후무한 후안무치의 사례이다. 그 와중에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네 번째로 기소되었다. 정의당 권수정 후보의 1.83%를 비롯해 소위 진보진영 세 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합해도 3.42%에 불과했다. 선거 후폭풍이 거세다. 평화문제도, 경제문제도, 기후위기도 심각한 상황에서 거대 양당은 적대적 투쟁에 몰입되어 있다. 진보정당은 민생을 지키기 위한 전열을 가다듬는 대신 존재감을 위협받는 벼랑 끝 상황에 몰려있다.
요즘 정치를 보면 이런 낱말들이 떠오른다.
공공성 상실의 정치, 엘리트 기득권 정치, 사당화 정치, 제왕적 정치, 패권정치, 출세 정치, 이념 과잉 정치, 분열정치, 줄서기 정치, 끼리끼리 정치, 편협한 팬덤 정치, 폭력적, 위선적, 무능, 부패, 소아적 이해관계 중심, 관계 단절적, 저차원적 욕구 등등....... 아, 슬프고 아프다.
이 정치 부재, 민생 부재 상황을 어찌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정치 본연의 역할을 할 것인가?
정치 제도, 정당, 정당 구조, 정치 문화가 혁신되어야 한다. 대전환이 절박하다.
하지만 현실은 역행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선거제도 개혁은 오히려 개악되기 직전이다. 고양이가 생선을 사양하기를 기대할까? 특히 선거제도 개혁 등 제도개혁을 통한 정치개혁은 어려울 것 같다. 현재 존재하는 정당들이 스스로 혁신하여 상식과 합리를 중시하는 생활 정치 정당, 유능한 정책 정당, 민주적인 대중정당, 통합력 있는 전국정당으로 진화하는 꿈은 꿈속에서도 보기 어려울 것 같다. 진보정당들조차 그간의 편협한 관성에서 자유롭지 않은 현실은 비참한 선거 득표율이 웅변한다. 험악한 정치문화개혁도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두루 살펴보면 가장 큰 문제는 현재의 적대적 양당체제 그 자체이다. 이를 넘어서야 정치가 바뀔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실효성 있는 3당 체제를 만드는 것이다. 국회 교섭단체 기준인 20석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 거대 양당 사이에서 캐스팅 보트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꼼꼼히 준비된 유연한 연합정치를 통해서 사표 심리를 넘어설 만큼의 제3당을 형성하는 것이 열쇠이다. 적대적 양당정치의 폐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절실하게 공유하고, 상식과 합리적인 수준에서 민주적인 정당을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모든 인사들과 세력들이 모여야 한다. 현재의 여야, 보수와 진보의 문법도 넘어서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들을 믿고 대한민국 정치개혁의 절박성에 대한 소명의식으로 함께 할 수 있다면 3당의 정치 공간은 의외로 크게 열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실효성 있는 3당 형성과정은 신의를 가지고 유연한 자세로 끈기 있게 대화하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연합정치의 과정이어야 한다. 이는 국민들에게 소통과 타협의 새로운 정치문화의 가능성을 인정받는 과정이 될 것이다. 신의, 소통, 대화와 타협, 평화, 책임정치, 국민통합의 길이다. 균형, 신의, 신뢰, 평화, 통합, 겸손, 연민, 유능, 헌신, 명예, 긍지, 보람, 명랑, 대승적, 실사구시 등의 낱말은 3당을 연상하는 핵심 낱말이 될 것이다. 3당 운동, 연합정치를 통해서 내년 총선이 정치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도전을 다 해봐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