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다이아몬드와 흑연은 둘다 탄소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다이아몬드는 단단하고 투명하며 흑연은 부드럽고 검다. 둘이 서로 전혀 다른 결정(結晶)을 이루게 된 것은 탄소 원자들의 상호연결 방식에서 비롯되었다. 흑연이 탄소 원자들의 단일중심형 결합물이라면, 다이아몬드는 특정한 형태를 지향한 다중심형 결합물이다. 부드럽거나 단단하거나 검고 투명한 성질들은 탄소 원자에 담겨 있는 것이 아니다. 탄소 원자들간의 상호연결에 담겨 있거나, 혹은 적어도 탄소 원자들간의 상호연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이런 변이는 물질에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류 역시 연결과 집합을 생존의 수단으로 삼아 왔고, 그 연결망의 영향력을 거부감 없이 수용하는 데 익숙하다. 그것은 인류가 생존을 위해 지향하고 구축해 온 선(善)의 결정이기 때문이다.  

얼마전, '이혼'에 전염성이 있다는 연구·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지구촌에 큰 반향이 일고 있다. 미 하버드의대 의학사회학자 니콜라스 크리스타키스 교수와 캘리포니아대 제임스 파울러 교수의 공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혼은 친구들에게 확산돼 친구들의 관계를 파멸시킬 수 있다. 절친한 친구들 사이에 별거가 이혼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75%나 늘어나고 또 친구의 친구들이 이혼할 확률이 33%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자매가 이혼을 했다면 이혼 안 한 자매의 이혼할 확률이 22%나 늘어나고 이혼문제로 다투고 있는 자매의 경우 이혼 확률이 55%까지 증가했다. 

속을 털어놓는 친구나 가족 같은 가까운 사람이 결별하는 모습을 직접 보면 자기에게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이혼 문제를 더 쉽게 여겼고, 이렇게 결혼 상태의 파괴는 전염병 처럼 직접 주변 사람들에게 크게 영향을 주는 집단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이같은 결과는 그들이 불행을 좇아서 초래한 것이 아니고, 행복을 좇다가 맞이한 파국이라는 점에서 흥미롭다. 그들의 논문은 오천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표본으로 이들의 배우자, 친척, 친구, 이웃, 동료가 되는 수천 명의 사람들의 행복에 대한 정보를 20년 동안 추적해 분석한 결과다. 이같은 방향성을 전제하면 바이러스는 생존을 위한 것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협하는 불행을 차단하고 행복바이러스만을 전파한다는 결론이 논문 전반을 지배한다. 사람들이 만약 친구나 주변사람을 통해 이혼이 불행하다고 인식했다면 파경의 집단화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결혼보다 이혼이 행복하다는 왜곡된 인식의 조장과 그 확산이 문제다.

물론 그들 연구 논문의 골자는 행복은 전염성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다. 사람의 행복은 자신의 선택이나 행동만이 아니라 자신이 알지 못하는, 자신과 두세단계를 거쳐 아는 사람들의 선택이나 행동에도 영향을 받으며, 행복이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무의식적으로 이루어지는 사회적인 현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있다.

특히, 이 조사내용 가운데 눈길을 끄는 건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의 정도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우선 자신의 행복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바로 옆집에 사는 이웃이었다. 어느날 갑자기 이웃이 행복해지면 자신도 당장 행복해질 가능성은 평균 34퍼센트였다. 어떤 사람의 경우 최대 70퍼센트까지 늘어나기도 했다. 그 다음은 가까이에 사는 친구였다. 1마일(1.6킬로미터) 거리 이내에 사는 친구가 행복해지면 자신도 행복해질 가능성이 평균적으로 25퍼센트 정도였다. 사람에 따라서는 최대 60퍼센트였다. 세 번째는 가까이에 사는 형제자매로 나타났다. 형제자매는 평균적으로 14퍼센트 정도 영향을 주었다.

반면, 배우자의 영향은 이보다 적었다. 배우자가 행복해지면 자신이 행복해질 가능성은 10퍼센트도 안되었다. 고작 8퍼센트였다. 이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조사결과를 인정할 경우, 배우자는 행복바이러스의 영향을 주고 받는 별개의 '개체'이기 이전에 자신과 행복바이러스를 공유하는 집합체로 설명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이혼을 결정한 부부 조차도 대부분 일방의 행복에 국한하지 않고 두사람 모두의 행복을 고려한다는 역설이 존재한다. 우리의 유전자 지도에는 이렇듯 불행이 철저히 배제된 행복추구의 관성이 각인되어 있다.

우리는 같은 맥락에서 인류는 궁극적으로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초개체'라는 가설을 세워 볼 수 있다. 초개체로 대별되는 꿀벌의 군락은 하나의 척추동물이다. 일벌은 생명 유지와 소화를 담당하는 몸이고, 여왕벌은 자궁이며, 수벌은 남성의 생식기다. 이처럼 사회성 곤충이 이루는 군락은 완전한 하나의 생명체처럼 복잡한 매커니즘으로 작용하며, 사람들 역시 여러 방식으로 구성된 커다란 사회 연결망들 속에 들어 있다. 연결망의 군락들은 하나의 목표를 지향하는 매커니즘으로 작동되며, 초개체의 단위를 이룬다. 행복바이러스가 그토록 빠른 확산력을 보이는 이유는 바로 우리가 구축하고 있는 연결망에서 찾을 수 있다.  

사무치는 외로움

크리스타키스 교수에 따르면 연결망은 일종의 사회적 자본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상황대응의 수단이다. 또한 우리가 사회연결망을 형성하는 이유는 연결된 삶이 주는 '이점'이 들어가는 '비용'보다 크기 때문이다. 만약 누군가가 난폭하게 굴거나 혹은 거짓 정보를 주거나, 슬프게 하거나, 전염병을 옮기는 악영향을 끼치면, 우리는 그와의 연결고리를 자를 것이다. 만약 고리 끊어내기를 계속 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면 연결망은 결국 분해되고 인류는 파멸을 맞이할 것이다.

크리스타키스 교수는 사회연결망을 지속시키고 가꾸기 위해서는 선하며 가치있는 것들의 확산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같은 맥락에서, 사랑, 친절, 행복, 이타성, 아이디어 같은 선하며 가치있는 것들을 확산하기 위해서도 사회연결망은 필요하다.

어느덧 우리는 쌀쌀한 날씨 속에 서 있다. 우리가 자기중심적인 여러 이유로 외면한 선(善)과, 그로 인한 사회연결망 가꾸기와 지속시키기에서의 따로 떨어짐, 그래서 우리가 겪고 있는 결핍의 부작용들이 선연히 드러나는 각성의 시절이다. 행복과 불행을 구분할 수 있는 유일한 척도는 선(善)이다. 더 많은 선의 연결로 행복을 공유하는, 초개체의 일원이고 싶은, 외로움이 사무치게 자각 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