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익산시가 전례없이 휘청거리고 있다. 공무원들이 여러 분야의 사업 비리와 연루되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는 데서 비롯한 강진이다. 원칙의 파수꾼들로서 명예의 실추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는 당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업무수행에 악영향을 미친다. 일단 부패한 집단으로 낙인찍히면 새로운 도전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무사안일주의가 팽배한 조직에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공조직의 존재 의미로 눈을 돌리면, 익산시는 시민들로부터 전혀 동떨어진 곳에 그들만의 성을 축조하고 들어앉은 꼴이 될 것이다. 과거의 공조직을 볼 때 폐쇄적일수록 음성적인 비리는 성행한다. 이런 환경의 공무원들은 끈끈이주걱이 되고 업자들은 그 먹이가 된다.    

이렇게 퇴화된 조직은 나날이 복잡해져가는 관계의 소통방식을 수용할 수 없다. 그런 불통은 익산시 스스로 구축한 불신에서 기인한다.

공조직이 신뢰를 상실한 것은 단순한 하자(瑕疵)가 아니다. 공공기관, 특히 자치단체의 신뢰도는 지역사회 갈등 지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얼마전 국내 유수의 경제연구소는 우리나라의 사회적 갈등 비용을 연간 300조원 규모로 추정해 세간의 말머리를 사로잡은 바 있다.
세계은행도 사회적 신뢰도가 10% 상승할 때 경제성장률은 0.8% 포인트 증가한다는 조사결과를 발표, 신뢰가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이라는 것을 확인한 바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자본이 전체 부의 절반 이상를 차지하고 소득수준이 올라갈수록 이런 경향이 높아진다. 이렇게 물적 자본보다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한 사회적 자본이 부의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수 천년 전의 공자도 일렀다. 공자는 신뢰를 세상에서 제일 큰 자본이라고 했다. 한 나라를 경영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먹을거리와 군사력, 신뢰가 필요하다. 이 가운데 하나를 뺀다면 군사력, 하나 더 뺀다면 먹을거리다. 신뢰는 위정자가 어떤 경우에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덕목이다.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자치단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그 상품을 판매하려고 할 때 신뢰가 가장 큰 자산인 이유다.

상대방이 원하는 조건을 갖추고 있더라도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소용없다. 또, 신뢰는 현안의 향방을 결정하는 핵심기제이며, 현안을 해결하고 목적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 한다. 시민들로 하여금 굳게 믿고 의지하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고, 관계의 불통을 야기하는 것을 공조직 내부의 국부적인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배경이다. 지역사회가 구심점을 잃고 분열하면서 미래를 위한 비전 아래 한 데 응집하지 못하는 것, 가장 세계적인 지역의 패러다임 구축을 방해하는 그것은 바로 불신이다. 최근 익산시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사직당국에 진정과 투서가 넘쳐나는 원인은 곧, 불신에 따른 안정적인 상생 메커니즘의 손상에서 기인한다.

불신을 양산하여 주요주체간 신뢰 조성 기반을 상실한 마당에, 소통과 협의를 통한 지속가능한 지역발전 모델을 찾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신뢰는 질적 발전이 원동력이며, 인본주의적 창의성을 실현하는 요체(要諦)다. 특히, 신뢰는 하나의 소통방식으로서 시공을 초월하여 늘 새로운 것을 추동한다.

자치단체는 무엇보다 해체된 지역공동체를 재건해야 하는 책무가 있다. 이는 일정기간 단번에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다. 공동체는 급격한 변화와 무한경쟁의 여파에 끊임없이 무너질 수 밖에 없고 자치단체는 그 복원과 보수에 매달려야 한다.

현실적 공감이 없이 삶의 질을 높인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돈을 쓰되 소수 기득권 세력에 편중되고, 소외된 이들에게는 부스러기 돈을 흩뿌려 전시효과를 노리는 행정 행위는 반드시 실패를 감당하게 된다. 자치단체가 쓰는 돈의 양적 증대는 비약적으로 커졌지만 사회 약자들의 상대적 박탈감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이들은 자치단체와의 관계에 대한 불만족에 쩌들어있다.

하물며, 자치단체가 각종 비리로 불신의 대상이 되기를 자초하고 있다면, 존립의 이유를 잃게 된다. 특히 익산시라는 공조직을 이루는 구성원들은 먼저,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봐야 한다. 지역사회에 봉사를 하고 녹을 먹는 자로서, 하는 일의 범위를 넘어 멋대로 휘두르는 것은 없는지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성찰이 없는 그런 행위로 누군가에게 불공평하게 이익을 주고 그 사익의 잉여를 분배하는 범죄가, 개인에 국한하는 문제가 아니라 공조직과 지역사회의 통로를 막는 혈전과 같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일깨울 시스템이 절실하다. 

신뢰는 대표적인 사회적 자본

익산시의 수장 역시, 비리 문제에 대한 내부 징벌을 결정 할 때, 공무원으로서 갖춰야 할 도덕적 소양을 중시하되, 불신을 야기하여 사회적 갈등비용을 유발한 데 대한 문책을 더하여 엄중하게 척결해야 한다. 그런 바탕 위에서만 형평성과 적법성을 목숨처럼 여기는 공직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신뢰는 무엇보다 약속과 이행이 연결된 경험의 반복으로 구축된다. 시민들이 공무원들의 전문성과 정직을 믿고 행정행위가 예측가능해질 때 지역사회로부터 감정적인 믿음과 친밀감을 구할 수 있다.

직위고하를 막론하고 공무원이 공복다울 때 공직사회는 자존감을 가질 수 있다. 이는 공조직의 동력이 되고, 광장으로 떳떳하게 나아가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는 신명을 일깨운다. 참다운 공복은 신뢰의 통로를 확보하고 그것을 통해 지역사회를 경영한다. 역동적인 것은 반드시 이끌림의 자성을 띠며, 지역의 비전아래 에너지를 응집시키는 적극적인 주체가 된다. 이렇듯 지역의 리더들이 군집한 공직사회가 연일 비리와 부패 문제로 입길에 오르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자치단체에서 '신뢰'는 어떤 사회간접시설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다시 말할 필요가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