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정치의 가장 큰 덕목은 대립과 분쟁을 조정하고 통일적인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정치인은 눈과 귀를 밝게하여 현장을 정확히 판단하고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보편적가치를 규구(規矩)로 삼는 조율사다. 그래서 정치인이 된 자가 가장 먼저 벗어야 할 허물은 자신과 그가 속한 집단의 편협한 관점이다. 육도삼략(六韜三略)이, "천하의 눈으로써 보면 보이지 않음이 없고, 천하의 귀로써 들으면 들리지 않음이 없으며, 천하의 마음으로써 생각하면 알지 못함이 없다"를 요체(要諦)로 삼는 이유다.

그러나 최근 익산의 정치 그 절반은 한 정치인의 눈과 귀 어둠으로 극심한 흉통을 앓고 있다. 지역정당을 노점상 수준의 마인드로 운영하지 않고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속출하면서 발병된 것이다. 주요당직자들 중 상당수가 모리배들로 포진되었다는 비판이 잇따라 터져나오고, 여러 비리들이 폭로되었지만 부적절한 구조는 전혀 조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조폭정당, 정상배들의 정당이라는 오명을 더 깊게 각인하는 작태로 유권자들을 비웃길 서슴지 않는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이 자신에게 주어진 힘을 귀히 여기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전개되는 양상을 살피건데 도적에게 곳간을 맡긴 격이 아닌가. '다른 사람에게 권력을 빌려주지 말아야 한다'는 장수의 덕목이 밝게 부각되는 까닭이다. 권력을 빌려주면 필경 그 권력을 잃게 된다. 그가 대중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 할 소임을 부여받았기에, 거기에 필요한 힘을 도둑에게 맡기는 것은 어리석음의 소치에 그치지 않는다. 전장의 장수가 병권을 잘못 맡기는 것은 자살행위다. 나아가 자신을 믿는 국민들에게 죄를 짓는 일이다.

권력을 빌어 사익을 좇고, 독선적 행위로 조직의 근간을 흔들어 분열을 획책한 자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냥하지 않고 물어 죽이는 희열에 도취되어 미쳐 날뛰는 야수와 같다. 권력은 권력을 지키라고 주어진 것이 아니라, 권력을 준 이를 위해 봉사하는 데 쓰는 것이다. 더구나 권력을 흉기로 쓰는 자가 있다면 마땅히 칼을 잡아야 한다. 칼을 잡거든 반드시 베어야 한다. 이로운 시기를 잃지 않기 위해서다. 더구나 지금은 다음 총선을 준비해야 할 때가 아닌가. 환부가 썩어 조직이 완전히 괴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선출직 공직자가 유권자들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반드시 모였다가도 흩어지게 마련이다. 시름을 함께 나누고 즐거움을 더불어 기꺼워하며，주민들이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을 함께 꺼리는 행동이 정의로움이니，이 정의가 있는 곳으로 천하의 사람들이 달려가는 법이다. 지역정당이 주민들과 삶을 함께 하고 진정한 이익을 돌려주는 데 힘쓰는 도리가 있는 곳인지 성찰이 필요한 때다.

올바른 정치인의 행보는 대중을 육성하는 효용성을 지닌다. 그를 롤모델로 삼는 대중은 자신의 권리와 이익을 수호하기 위해 부단히 저항하고 적극적으로 요구하며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하고도 조직적인 노력을 경주한다.

민도(民度)는 그 지역의 정치적 수준을 가늠 할 바로미터가 된다. 정치인은 대중을 통해 자신의 존재 이유를 확인하며, 흔들리지 않고 바르게 나아갈 지표로 삼는다. 대중은 정치인을 늘 새롭게 하는 자극제가 된다.

반면, 대중이 정치인에게 기대 할 것이 없을 때 지역사회엔 냉소주의가 고착화 된다. 특히, 포기하고 흩어져버린 민심은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선입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에 빠져든다. 지역할거주의가 기생하는 환경이 된다. 지역정당이 공천하면 조폭이든 협잡꾼이든 전혀 검증되지 않는 사회를 조장한다. 우리 앞에 있는 정치인은 자신이 정치를 죽이고 스스로를 가리켜 정치인이라고 말하는 모순을 보는가. 

지역정당의 안팎에서 팽배한 퇴행적인 대립과 반목의 기저에 그 정치인의 이름을 팔아 사욕을 챙기는 자들이 있다. 그들 지록위마(指鹿爲馬)의 권세 앞에 그나마 나름의 정치를 지향하거나 정치인에게 충성을 다했던 이들이 가차없이 축출되고, 정치인이 아닌 그들만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익집단이 형성됐다. 정치인이 그것을 보거나 듣기를 원치 않는 그들은 적극적으로 불통을 조장한다.

유권자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아

팽당한 이들이 반발해도 그들은 태연자약하다. 아무리 당내 문제로 지역사회에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어도 표심은 요지부동이라는 지나칠 정도의 믿음에서 기인한 오만(傲慢)이다. 잘 길들여졌기에 주인을 물지 않을 것이라는 민심에 대한 주객이 전도 된 사고(思考)의 오류다. 정치인이 민심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하늘은 늘 푸르다고 생각하는 농사꾼과 같다. 그의 논에는 우기에도 물이 채워져 있을 것이며, 호우가 내린 날에는 영락없이 벼가 침수되고 도복되어 모든걸 잃을 것이다. 더욱 문제는 농사꾼이 하늘은 늘 푸르다고 생각하는 이상 농사꾼에게 닥친 호우는 천재지변일 뿐으로 여겨진다는 점이다.

설마 정치인 그는 자신이 중력이 없는 곳에 살고 있다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지는 않으리라. 민심은 소리내지 않고 도도하게 흐르는 물과 같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엎어버리기도 한다. 예로부터 위정자가 스스로를 물고기라 여기고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여 물(민심)의 상태를 파악하기에 노력한 까닭이다. 지역정치의 한축을 담당하는 정당 안팎이 갖가지 이유로 혼란스럽다. 민심을 읽을 창구조차도 없는 형국이다. 물고기가 물을 벗어나서 살 수 있겠는가.

강태공에 따르면 천하 백성의 마음은 흐르는 물과 같다. 막으면 멈추어 흐르지 않고, 터주면 흘러가고, 휘젓지 않고 가만히 놓아두면 맑아진다. 그 때 비로소 정치인의 정체성이 뚜렷해지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