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없는 법정공방

요즘 익산은 자치단체장의 선거법위반 여부를 심리하는 법정의 진실공방으로 과열된 양상이다. 1월 27일 현재 4차심리에 이르기까지 번복 된 진술에 일희일비하는 법정드라마가 연출었다. 3년 전에 이 사건은 증거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되었었다. 관련자들 전원이 검찰에 제기된 익산시장의 선거법위반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지금, 당시의 관련자 중 한 사람인 A씨가 검찰에 걸어들어가 진술을 뒤집었고, 검찰은 다시 관련자들을 불러 조사한 뒤 익산시장을 선거법위반 혐의로 기소한 것이다.

이 관련자들은 사연도 많다. 3년 전에 이미 무혐의 처분되었던 사건을 다시 검찰에 고발해 수사를 재개시킨 A씨는 익산시장과 깊은 은원(恩怨)관계를 지닌다. 그는 이른바 익산시장의 자위권 발동에 피해를 입은 폐기물 처리업자 중의 한 사람이다. 한 때 북부권에 몰려있는 폐석산에 폐기물을 묻어 채우겠다는 업자들이 기승을 부렸던 사실을 익산시민이라면 누구나 안다. 가뜩이나 기존 폐석산 복구 과정에서 환경을 오염시키는 폐기물 매립 사례가 속출, 익산이 전국의 쓰레기장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김감이 팽배했던 시기였다.

폐석산에 폐기물을 매립할 수 있다면, 석산개발업자는 우선 만만찮은 복구비용을 전혀 쓰지 않아도 되고, 가만히 앉아 폐기물 반입 수입을 올리는 등 천문학적인 이익을 챙길 수 있다. 이것을 노린 업자들 가운데 혹자는 헐 값에 폐석산을 사들이고 주변 마을 주민들로부터 가구당 수백만원씩 주고 동의서를 사들였다. 석산개발업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들 역시 폐석산 사설매립장 신청서를 내는 과정에서 보상 규모와 형평성을 놓고 주민들과 충돌, 업-민간 대립이 민-관. 민-민 갈등으로 비화되는 등 지역공동체의 반목이 심화일로를 치달았다.

당시 익산시장이 '임기내 사설폐기물매립장 불허' 방침을 공표한 목적은 두 가지였다. 타지역 폐기물들이 익산시로 무분별하게 반입되는 것을 제한해 지하수와 토양 오염을 막는 것과, 흉흉한 민심을 수습해 바람직한 지역공동체 분위기를 회복하는 것이었다. A씨는 바로 익산시장의 그런 조치에 의해 손해를 입은 폐기물처리업자다. 그는 이번 선거법위반 시비의 무대가 되는 '전북대 -익산대 통합합의서 이행 촉구 익산시민대책위원회'의 부위원장이었다.

4년 전 A씨가 속했던 이 단체의 시민운동이 익산시장의 사사로운 목적에 의해 전개됐는지, 그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을 익산시장이 보전해 주기로 약속했는지, 실제로 비용 정산과정에 익산시장이 개입했는지가 이번 재판의 쟁점이다. A씨는, 전북대-익산대 통합 합의가 시민들이 요구하는 내용을 수용하고 마무리 된 이후, 역시 같은 혐의를 수사중이던 검찰의 질문들을 전면 부정했었다. 당시 두 대학간 통합이 전북대 수의대와 인수공통전염병연구소의 익산 유치가 전제돼야 한다는 요구는 지역정서를 반영하는 것이었고, 대책위 결성과 운동 전개는 시민들의 순수한 의지의 발로였다는 강조도 뒤따랐다. 따라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운동 비용을 익산시장이 지불해야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당시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 대책위 관계자들의 한 목소리였다.

그리고 3년이 흐른 뒤 A씨는 진술을 번복했고 관련자들을 조사한 검찰이 공소를 제기, 해를 넘기는 법정공방이 진행되고 있다. A씨가 3년 전의 진술을 번복한 배경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세차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A씨의 익산시장에 대한 적의는 하늘을 찔렀다.

돌아보면 A씨는 폐기물처리사업을 계속하기 위해 행정소송을 벌이면서, 자신이 뇌물을 준 공무원을 고발하는 등 익산시를 지속적으로 압박해 왔다. 행정소송 1심에서 익산시가 패소했고 지금은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익산시는 신규폐기물처리사업 불허 방침을 마지막까지 포기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미 재판에서 완승한 다른 폐기물처리 업체의 도시계획심의 요청 자체를 여러차례 반려한 것이 그 방증이다. 이는 익산시가 '전국 쓰레기장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한 '자위권 발동' 취지를 지키려는 행정기관의 일관성에서 기인한다. A씨 역시 자신의 사업을 방해하는 익산시장을 무너뜨리기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럼 당시 시민대책위의 투쟁국장이었던 B씨는 또 어떤가. 자신이 최근 만천하에 공개한 대로 그는 3년 전 같은 사건으로 검찰조사를 받다가 구속됐던 시민운동가다. 환경단체 간부였던 그는 같은 단체의 통장계좌로 입금된 농협 익산지부의 특정 사업지원금 횡령 혐의로 기소되어 유죄판결을 받았다. 이때 받은 양형은 확정되었다. A씨는 같은 재판을 이끈 검찰조사 과정에서 당시 시민대책위의 활동은 순수했었다고 누누이 확인했었다. 대학간 통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거두려는 시민들의 열망이 왜곡되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검찰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했다. 
허위에 휘둘린 검찰

B씨는 최근 익산시장의 선거법위반에 대해 수사를 재개한 검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했었다. 하지만 그는 3차 공판이 열린 법정에 검찰측 증인으로 출석, 갑자기 3년 전의 진술을 번복했다. 익산시장의 부탁을 받은 농협 익산지부가 자신이 속한 환경단체 통장에 시민대책위의 활동 비용을 지원했다는 게 그 골자다. 변호인단은 이날 B씨에게 특정 승진예정자를 승진시켜달라고 인사청탁했다가 들어주지 않자 진술을 번복한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런가 하면, 검찰측의 가장 유력한 증인이자 피고인으로 4차 공판에 나온 C씨는, 3년 전의 진술을 번복해 이번 사건 검찰 기소의 근간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이날 법정에서 검찰 진술을 홧김에 저지른 실수로 정리하면 또다시 진술을 뒤바꿨다.

진실없는 법정공방이었던 꼴이다. 처음부터 증언에만 의존하면서 기소한 '허위에 휘둘린 검찰'이 실로 남루한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