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경제력)이 있는 쪽이 더 많은 부(富)의 기회를 갖는다. 돈이 경제적 권리조차 결정하는 것이다. 이런 야만의 법칙을 느끼는 지점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각 지형과 상황에 따라 평가와 체감이 다를 뿐, 기회의 불균형은 지구촌 어디에나 엄존한다.

최근 한 도시에서만 1천명 가량의 국민이 살해 된 코트디브아르 내전 역시 그것의 산물이다. 선거에서 패배한 로랑 그바그보 대통령이 퇴진하지 않고 버틸 수 있었던 배경은 곧 자신을 지지하는 남부 세력이 기회를 독점한다는 믿음에서 비롯했다.

남부에는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코코아와 커피 산지가 집중되어있고, 수출항인 산 페드로 항구와 아비장항도 모두 남부  해안에 있다. 그바그보가 권력을 독점 할 수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게 한 배경이다. 이런 경제적 독점구조는 내전의 불씨일 수 밖에 없다.

그바보가 선거 결과에 불복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기회균등'이 보장되지 않는 체제에선 남북 양립이 불가피하고, 어느 쪽이 정권을 잡든지 정국불안에서 탈피 할 수 없다. 경제력 공유를 위한 현실적인 국토개발과 경제력 분산책이 없이 갈등구조를 해소 할 수 없다.

특히, 코트디부아르의 체제는 남부 내부에서조차 심각한 갈등을 잉태하고 있다. 코코아와 커피 농장은 노동력 착취와 인권유린의 산 교육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 결실은 아이들에 의해 수확된다. 코트디부아르는 중세 이전의 시간에서 멈춰섰으며, 어린이노예 문제를 안고 있다. 커피농장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 다른 분쟁지역의 아이들을 밀거래하는 지경이다.

이런 장소들은 힘을 독점하려는 의지를 지닌 통치의 틈새다. 국제적 공급망이 시작되는 어둠의 노동력이다. 착취를 경쟁력으로 삼는 발상의 기원이다. 투자를 유치하고 무역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도덕과 윤리, 인권 같은 걸림돌은 폐기처분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믿고 있는 불균형한 사고의 소산이다. 이런 정권은 정통성을 상실했지만, 시장논리가 그들을 용인한다.

그들만의 정권이 존재 할 뿐 이미 무정부 상태나 다름 없는 곳이다. 지난 5일 UN의 개입이 코트디부아르의 내전을 진화했지만, 그 효용성을 의심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우리가 그들의 범죄(인권침해)를 돕는 사후종범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지형이다. 지구촌 어느 곳도 그 공급망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구촌에는 제2, 제3의 코트디부아르가 산재한다. 그보다 더 심한 곳도 많다. 휴대폰의 핵심 원료인 '탄탈륨'은 '콜탄'이라는 원석에서 추출되는데, 이 광석의 80%가 콩고민주공화국에 매장되어 있다. 휴대폰 생산이 늘면서 콜탄의 가격은 급등하는 추세다. 콜탄이 콩고의 참혹한 내전과 인권유린을 부추기는 원인이다. 콩고의 반군들은 전쟁 자금 조달을 위해 국민들을 콜탄 강제 채굴로 내몰고 있다.

엄혹한 감시를 받으며 휴일도 없이 수작업으로 콜탄 채굴에 나서는 콩고인들은 굴속에서 지반이 무너져 목숨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특히, 이 광산에는 어린이 노예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으며, 지속되는 내전으로 5백만명의 무고한 목숨이 희생됐고, 2천5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정부군과 반군은 차례로 난민캠프를 습격하고 있는 실정이다. UN안전보장이사회는 콜탄을 '피의 광물'이라 부른다.

채굴된 콜탄은 중국의 신진에 있는 공장에 반입된다. 한사람이 36시간 동안 쉬지 않고 일하는 노동력 착취 현장이다. 과로와 사고, 자살로 목숨을 잃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어린이노동이 공공의 규모로 강제되는 사례는 많다. 그것이 독점하려는 자들의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공급망에 연루되어 있는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신들의 미래를 '인권 유린'에 저당잡히고 있다. 잘나가는 상품을 싼 가격에 공급하기 위해 그들 자신의 권리를 희생시키고 있는 꼴이다. 이런 시장의 시스템은 문제를 지속적으로 악화시키며, 새로운 희생자 창출의 기제가 된다. 국내로 눈을 돌려 보자.  

여러 리서치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0명 가운데 7명이 우리 사회를 '불공정하다'고 여긴다. 최근 대두되고 있는 쌍용차 구조조정 노동자들의 정신건강 수준이 그것을 단적으로 뒷받침 한다. 노동환경연구소는 쌍용차의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등 193명을 대상으로 세차례에 걸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였다. 이들 가운데 절반이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고도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자녀 성격도 나빠지는 등 고통이 대물림되고 있었다.

소비자의 자발적 기업윤리 평가 '희망의 좌표'

이들 대부분은 경제적 고통과 가족관계 악화에 시달려 왔다. 2년 전 파업 이후 지금까지 쌍용차 노동자와 가족 중 5명이 자살했고, 3명이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전쟁이나 자연재해, 고문 등을 통해 느낀 공포감이 자꾸 떠오르면서 우울증이나 공황, 발작, 자살을 하게 되는 병)도 기관사가 겪는 것 보다 높게 나타났다. 기관사는 차량에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람을 직접 목도하고 ‘외상후스트레스장애’를 겪게 되며, 그 수치는 일반인보다 훨씬 더 높게 나타고 있다.

우리는 인권과 기본적 존엄성이 보장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지 않다. 쌍용차를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 혹은 부((富)를 독점하려는 진영은 보다 큰 글로벌한 공공의 선 보다 그들의 이익을 스스로 포기지 못하는 속성을 지닌다. '이윤창출'이 그들의 존재 이유다. 공급망에서 우리는 다른 매커니즘을 만들어내야만 한다. 

이 기업이 사회적으로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움직이는지, 나의 도덕기준에 부끄럽지 않게 그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지 평가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의도하지 않았으나 인권유린의 공범이 아니라고 항변할 어떤 논거도 찾을 수 없게 된다.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존엄성 결핍'과 마주하는 참담한 상황을 피하지 못한다.

우리의 감시와 윤리적 소비는, 노동자들이 좀 더 나은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하며, 사회의 보호서비스와 건강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작동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한 사회적인 연대와 지원이 국제적 공급망의 새로운 매커니즘이 아닐까 한다. 우리가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는지를 매순간 확인하지 않는다면,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