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한 해는 겨울을 지나 저물어 간다. 추위를 감내하기 위해 지상에서 누렸던 많은 것들을 버리고 생명활동을 최소화하는 나무 옆에서, 육신을 뚫고 들어오는 냉기에 퍼뜩 자의식의 갈기를 세우면서, 축복받은 우리를 새삼 어루만지게 되는 오늘이다.

한 해의 끝에서 만나는 겨울은 그런 바늘 비늘을 세운 냉기에 속죄의 피를 흘리는 성찰의 어간이며 제단이다. 집단에 맹종하며 무사안일했던 자아가 잠시나마 외계나 타인과 구별되는 '나'로 깨어나는 공간이다. 자의식의 과잉을 재발견 하는 시간이다. 이런 성찰은 욕구의 좌절에 따른 부작용을 제어하는 기제이며 새 해를 맞이하는 준비 완충작용이다.    

그러나 이 겨울에 여전히 무성하고 더 번들거리기 위해 탐욕을 부리는 활엽수가 있다면 그에 의한 동사(凍死)가 있을 뿐, 병든 그 나무에게 내일이란 없다. 성찰이 없는 사람의 탐욕 일변도는 좌절에 부딪혔을 때 열등감과 강박감, 분열감 따위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런 사람이 한 집단의 지도자일 경우 그 집단의 영향아래 있는 우리는 통째로 열병을 앓게 된다.

때를 가리지 못하여 필요한 것들을 놓치고, 비우지 못하는 집착으로 고통을 만들고, 만나거나 나눔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여 길을 잃어버린 집단이 된다. 이런 부정적인 오발탄들은 통제되지 않은 채 내부에서 격발되고 우리는 하는 일 없이 자학하며 혼란에 빠진다.   

자정(自淨)활동을 멈춘 주권과 정당

우리는 집단의 양식에 종속 되면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익산지역사회가 무려 20년 동안 붕당정치의 폐습을 청산하지 못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익산에서는 1987년 평화민주당이 창당 된 이래 총선과 자치단체장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다른 정당에게 지분을 내준 적이 없다.

이런 싹쓸이 정치의 폐해 가운데 대부분을 차치하고라도, 정치가 정체성을 부정하고 있는 사실은 우리의 신념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무엇보다 일당 독주는 인물을 가릴 것도 없는 쏠림의 선택 현상은 참정권의 가치를 훼손했다. 주권이 흐르지 않고 고이면서 자정(自淨)활동을 멈춘 것이다.

부폐한 환경에 돌연변이의 존재는 놀랄 것도 없다. 유권자를 무시하고 전횡을 휘두르는 정치인은 지탄의 대상이 되기를 거리끼지 않는다. 본분을 저버리고 흥겨운 잔치만을 기웃거리며, 자신에게 맡긴 조직을 사욕 채우기의 도구로 이용하고, 부조리와 탈법 집단으로 전락시키면서도, 그는 익산지역사람들이 자신을 다시 선택할 것을 확신한다.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모리배와 주민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 정당은 굴절된 지역사회집단의 소산이다. 이런 지역 집단이 정당에 종속되는 병리현상을 야기한 책임은 결국 정당에 있다. 지역감정 타파에 정당의 명운을 걸었던 한 때는 위장에 불과했다.

병든 정당은 지역의 소외와 낙후를 내세우며 오히려 지역감정을 부추기지 않았던가. 막연한 분노에 들끓어 눈이 먼 사이 지역 집단의 토양에 뿌리를 내리고 고혈을 빨며 기생하고 있지 않던가.

정당은 정작 그 토양에 무엇을 돌려주고 있나를 한 번 쯤은 되돌아 보라. 빈혈을 앓고 있는 토양에 더 많은 뿌리를 촘촘하게 내리면서, 더이상 정치에 관해 생각을 일으키지 못하는 지역사람들을 옭아매어 조르는 예의없고 배은망덕한 자신을 성찰해 보라.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민주주의의 근본 이념을 정면으로 역행하여 자기를 부정하는 행태가 아닌지. 위선과 술수로 정당주의에 무임승차한 협잡의 집단이 이 지역의 지배정당은 아닌지. 엷은 옷을 입고 겨울 앞에 나서라.

성찰은 겸손의 발로

성찰은 존재하기 위한 의심이다. 민주주의가 채택한 정당주의는 지향점이 다른 국민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정당은 그들에 의한 대표성을 갖는다. 정당이 그 선택의 폭을 좁히고 대표자격에 부여한 국민의 뜻을 저버렸다면 이미 정당으로 존재 할 수 없다.

지역 정당이 피에 호소하며 안위를 도모하고, 비전을 추구하는 지각있는 지역사람들을 외면하면서 그런 스스로를 의심하지 않는다면, 사익 집단에 머물 뿐 정당으로 되돌아 갈 수 없다.

패악적인 권력남용으로 지역 사람들에게 위해를 가한 정치인이 또다시 공천을 받아서 되겠는가. 덕망은 고사하고 자신을 뽑아 준 사람들을 고소.고발하기를 서슴없이 하며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고도 일말의 가책이나 반성이 없는 정치배가 행여 재공천을 꿈꾸는 그런 정당의 환경이 가당키나 한 것인가.

시민에 대한 고소.고발이 자신과 익산시에 위해를 가하는데 대한 응징이며, 공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방어행위였다고 말하면서, 조정력 부재를 스스로 시인하는 사람이 계속 정치인으로 남아있어야 되겠는가.

수많은 들끓는 민원의 내용을 이해조차 하지 못하고, 부당행정을 합리화하는 조직원들의 허위보고에 놀아나면서, 다른 지역보다 많은 민원이 발생하는 것은 이 지역사람들이 유별난 탓이다며 책임을 전가하는 무능한 위인이, 계속 지역공동체를 파괴 하도록 방관하는 것이 정당이 할 일인가.       

성찰은 자기의 흠결을 인정하는 겸손이다. 겸손은 자기를 투시할 줄 아는 맑은 자의식에서 비롯하는 연유에서다. 성찰은 모든 행동에 이유를 달고 정당화 시키는 자아로부터의 해방이며, 겸손의 발로이다.

이 겨울의 정령이 정당 내부를 뚫고 들어가 우리 지역 봄의 전령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