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현상'은 본래 하나의 울림이다. '사물의 구별'은 소통과 순환을 위해 필요한 서로 다른 울림을 발견한 명명일 뿐, 개체들간 울림의 부재를 발견한 기록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사실 태초 이래 개체들의 독립은 없었다.

자연의 한 유기체로 예속 된 존재에 불과하다. 천재(天災)나 인재(人災)의 원인이 서로 다르지 않는 이유다.

폭풍과 해일, 사막화, 생물의 멸종 등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폭탄의 참상은 '우리'가 유기적 관계를 일탈하여 자연으로부터 독립한 댓가다. 분수를 넘어서는 과욕으로 부른 인재(人災)이며 천재(天災)다.

'사회현상'은 상호 존중과 배려와 나눔의 부딪힘이며, 이 울림은 상생(相生)의 동력이 된다. 하지만 우리는 만연한 '독단' 탓에 관계의 교란에 빠졌다.

독단은 늘 이기(利己)가 추구하는 가치에 뿌리를 내리고 필요충분조건을 확보하려 한다. 고립과 단절이 고착되고, 울림과 소통의 시도는 지극히 인위적일 수 밖에 없다.

과도한 소비로 탄소가 발생하고 이로 인해 기후폭탄이 생산되듯이 울림을 일탈하는 일은 존재의 부정이다. 질서가 파괴되면서 비롯한 울림의 장애는 공멸의 표지다.

이런 관계간 진동지수를 떨어뜨리는 행위는 자해(自害)와 다르지 않다. 불균형에 따른 불안정성의 부작용은 국부적이거나 산발적으로 나타나지만 구멍난 둑과 같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자연이든 사회든 일단 울림의 길이 막히면 복원은 더디다. 여기에 자꾸만 훼손이 더해지면 이 세계는 걷잡을 수 없이 붕괴한다.

오늘 우리가 처한 천재지변들과 국난을 통해 그런 심삼치 않은 징후들을 발견한다. 우리가 독단과 군림에서 상생의 지점으로 옮겨가도록 하는 방향타들이다.

이 세계를 지탱하는 질서는 울림이다. 천부적이거나 후천적이거나 본성을 잃지 않고 주어진 울림의 좌표에서 벗어나지 않겠다는 약속이다.

사물의 저마다 다른 원소들이 고유한 원형을 유지하면서 홀로 있을 때나 섞일 때나 주어진 작용의 약속을 지키는 것 처럼, 우리도 공동체의 약속을 지키면서 스스로 울림의 매체가 되겠다는 약속이다. 

'아이티'의 참상에 따라 일어나는 지구촌의 울림은 그 적절한 시사점이다. 그러나 잠시라도 눈길을 당겨 국내에 관심을 돌릴 때면 날선 독단의 칼 끝에서 그만 숨이 막히고 만다.

정체 모를 MB식 틀이 설정되면, 그걸 이해하지 못하거나 협력하지 않는 자는 가차없이 배척하는 패악 정치의 난무. 그 유독가스를 뿜어내는 화염 속에서 우리의 울림통은 여지없이 녹아내린다.

집권 2년 만에 국민들이 느끼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무력감이 MB정부의 현주소다.  

거꾸로 가는 ‘틀’ 폐쇄의 이념

세종시 문제는 소통과 막힘의 충돌이다. 소통 구조를 파괴하고 잿더미 위에 세운 폐쇄의 이념이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대통령의 안위를 위협할 정도의 진통을 겪었던 세종시다. 그러면서 울림이 막힘을 뚫어 소통이 구가(謳歌) 된 역작이었다.

계층간, 진영간 틈을 메우고 탄생한 민주주의의 소산물이었다.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가 미래를 담보한 약속의 징표다. 이것이 세종시가 '수정'이 아닌 '원형'이어야 할 이유다. 이를 무너뜨리고 설정한 거꾸로 가는 틀을 어떻게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우리는 연일 기득권의 득세에 휘둘려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듯 뚝딱 뚝딱 지우고 다시 쓰고 모으고 일말의 고민도 없는 경박한 행보를 목도한다.

게다가 여전히 거꾸로 가면서 국론을 분열시키는 행태는 점입가경이다. 세종시가 지닌 시대적 의미를 읽고 그 가치를 주창하는 동료 조차 겁박하며 배척하는 여당이다.

도대체, 여자를 다리밑에서 기다리다가 장대비를 만나고 불어난 개울물이 자신을 덮칠 때까지 버티던 저 춘추시대 노나라의 미생(尾生)이라는 남자와, 권력 3부 및 국민적 합의로 제시 된 내일의 방향성인 세종시 계획을 원안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의 등가가 서로 같다는 셈법은 어느나라의 것인지 모를 일이다.

헛된 죽음과 순교 조차 구분 못하는 어리석음의 소치 아닌가. 무릇 어진자는 자신을 세우기에 앞서 남을 세운다. 이것이 울림의 진원이며 흔들리는 자신을 이기고 한사코 예(禮)를 지향하는 본질이다.

모든사변을 차치하고라도 16대에서 세운 법을 17대에서 부정하려 하는 것은 본질의 일탈이다. 스스로 조령모개(朝令暮改)식 국정운영을 자인하는 꼴이니, 18대가 17대에 이어 울릴 수 있겠는가.

정권이 바뀔 때 마다 과거를 부정 한다면 우리의 내일은 있겠는가. 갈피를 잡지 못하는 국민을 어떻게 견인해 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