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삶의 질'이 계량화 될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연내에 '국민행복지수' 개발을 마무리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나온 질문이다.

사회적 합의의 어려움과 미약한 통계역량을 감안하지 않은 섣부른 정책이었다. 1년 동안 분야별로 어떤 지표에 가중치를 둘 것인지 조차 가닥을 잡지 못했다.

결국 해를 넘기면서 관련 논의는 사실상 중단됐다. 사회적 합의 없이 행복을 지수화 하기는 어렵고, 사회적 합의를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국민행복지수 개발은 기약없는 중장기 과제로 넘겨졌다.

'50만 도시 건설'과 '시민 모두가 행복한 도시'를 주창한 민선4기 익산시가 생각해 볼 만한 대목이다.

2006년 부터 구축해 온 인프라가 10년 안에 50만 인구를 유인할 정도의 실효성을 지닌 것일까. 실제로 50만 인구가 유입되면 행복한 도시가 되는 것일까.

당장 급격한 인구 유출로 세수(稅收)기반이 걷잡을 수 없게 무너지는 익산시다. 상업을 생계수단으로 삼는 도시민들은 업종바꾸기를 거듭하면서 국면 전환을 시도해 보지만 도탄에서 빠져나오지는 못한다.

이런 상황에서 익산시민들에게 국가식품산업클러스터나 익산일반산업단지, 보석클러스터 조성 등은 멀고 먼 얘기다.

정부는 헛 된 '국민행복지수' 개발 약속을 넉달 만에 재빠르게 접었다. 그러나 익산시는 행복도시 건설을 미명(美名)으로 내세우며 위에 열거된 산업단지들의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익산시는 올해 들어 1,300억원대의 빚을 지게 되었다. 산업단지 조성을 축소하거나 용도를 전환하는 등의 수정을 가하지 않을 경우, 3년 내에는 3천억원대의 빚더미에 올라 앉을 전망이다.

익산시의 연간 총 자체수입은 2천억원 남짓 된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 실정은 누가 보아도 망조(亡兆)다. 무리한 일은 잡음을 내는 법이다.

익산시가 행복도시의 필수 조건이라고 밀어붙이고 있는 대부분의 인프라 구축사업은 업자 선정 과정에서 갖가지 의혹을 불렀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도전 정신을 가타부타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기업들의 블랙홀로 명명되는 세종시로 인해 익산의 기업 유치환경이 극단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물류도시를 표방하는 익산이지만, 항만.공항 등이 연접한 인근 군산, 새만금, 충청권에 비하면 물류집합지로서의 경쟁력도 크게 떨어진다.

이 같이 익산에서 산업단지가 기회로 작용할 수는 없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도약을 위해 웅크리라는 격언이 차라리 쓸모있다.

당장 모래알 처럼 흐트러진 민심을 수습할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시민들이 행복감을 체감할 지표를 찾아 예산을 써야 한다. 저예산으로 고효율을 달성하는 건전재정을 유지해야 한다.

기업유치 없이는 성공이 담보될 수 없는 사업들을 벌이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예산을 집중하는 것은 불을 지고 화약 속을 뛰어드는 격이다.

떠나는 민심을 돌려세우려면 우선 민생 분야를 안정시켜야 한다. 그런데 익산시의 소득과 고용 환경은 현상을 유지하는 정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미 기존 상권이 무너졌고 제조업도 악화일로를 벗어나지 못하는 실정에서 비롯한다. 민심은 기업들의 줄도산과 실업자들이 양산되는 절망의 늪을 벗어나고자 한다. 그들에게 타 지역의 희망은 상대적으로 커 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익산시는 상권을 복원하거나 기업환경의 체질개선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상태에서 대규모 신규 사업들에 예산을 집중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상당수 부모들은 단지 자녀의 교육을 위해 대도시로 이주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육도시 익산의 명성은 이미 퇴색된지 오래다.

살고 싶게 하는 도시의 매력은 주거환경에 있지만, 신도심을 제외한 거의 모든 구도심의 공동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슬럼지대로 전락한 지역도 꽤 많이 생겨났다.  

'국민행복지수'개발은 본질적으로 불가능하다. 행복에 대한 가치 기준이 저마다 다른데 이를 계량화 한다는 발상 자체에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정부의 이같은 시도는 외형적 성장이 곧바로 국민의 삶의 질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교훈에서 출발하고 있다.

땅장사를 위해 막대한 돈을 쏟아 붓는 것은, 실제로는 공사업자들만을 배불리면서 미래를 담보하는 격이다.

좋은 날이 올 때가지 굶어라는 것과 다르지 않다. 아직까지 우리는 인구가 늘어나고 실업자가 줄어드는 것을 행복의 지표로 삶을 수 밖에 없는 지형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