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우리가 신자유주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이 조류가 어렴풋이 진화한 자본주의의 새 양태로 인식되지만, 사실 이 경제적 사조는 4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한 추세다.

우리는 이 낯설면서도 거대한 연대의 존재를 지난해 경제위기를 겪으면서야 깨달았다. 당시 학계 일각은 우리가 그 정체를 인지하기도 전에 신자유주의의 종언을 예고 했다.

단순한 금융위기에 불과할 수도 있었지만, 종말론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서 불길한 전조들이 횡행 했었다.

그러나 우리는 정작 실물경제의 위기를 그다지 체감하지 못하면서 별반 달라지지 않은 경제적 태도로 한 해를 지났다.

지난해 신자유주의에서 포착된 파국의 신호 중에 가장 집중적으로 조명되었던 것은 금융 파생 상품과 같은 거품 위에 세워진 실물경제였다.

하지만 신자유주의는 침몰하지 않았다. 자본과 국가의 위기관리 능력이 뛰어난 것인지, 아니면 애초부터 위기는 없었던 것인지, 또는 그 몰락의 시기가 아직 도래하지 않은 것인지 우리는 모른다.

혹자는 신자유주의가 강력한 변수를 만나지 않는 한 계속 지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나아가 신자유주의는 세계를 지배하는 유일사상이 되었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정형화된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이 아니거나, 우리는 신자유주의적 인간형이 아닐수도 있다.

신자유주의는 개인의 책임과 자율성을 강조하고 자유시장원리의 전사회적 확산을 지지한다. 하지만 우리는 법률과 제도가 훨씬 강조되는 블록에 머물러 있다.

신자유주의 국가정책에서는 감세.민영화.유연화.개방화를 추구하고, 산업.복지정책의 축소를 지향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역행하는 정책에 더 익숙하다.

그렇다고 우리가 변화에 둔감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국경없는 무한 이동성을 무방비 상태로 수용하고 있고, 지식과 이념의 화학적 격변기에 노출되어 있다.

우리 가운데 재빠르게 변환한 신자유주의적 인간들은 그들만의 특수한 영역을 점한다. 마치 난류와 한류가 만나 형성된 전선면(前線面)에 진입한 어류와 같다.

전선면은 보다 더 다양하고 풍부한 자양분을 얻기 위해 이동한 어족들의 집합지다. 이런 전선면을 확보하고 유인하는 경제주체들은 생물학적 변화를 주도 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신자유주의형 어류들은 자신들의 고향을 차츰 잊어가고 있다. 그런 가운데 난류와 한류는 여전히 섞이지 않는다. 그것이 우리를 지배하는 본질이다.

거대한 경계를 이루는 전선면의 신인류는 스스로 우월하다. 오직 자유를 지향 할 뿐, 자율도 타율도 초월하려 한다.

이런 경향은 자율의 토대인 도덕과 양심을 약화시키고, 타율의 수단인 법률과 제도를 경시한다. 신인류는 자유를 본질로 삼는다.

도덕과 양심, 법률과 제도는 만끽해야 할 삶을 반감시키는 제약(制約)에 불과하며 뛰어넘어야 할 또 다른 경계일 뿐이다.

이런 개인의 욕구는 보장되어야 할 가치이면서 그 과잉으로 제어되어야 할 사회문제를 유발한다.

전선면은 '글로벌'을 표방하며 자유로운 생산과 공급을 경제 이념으로 삼지만 종(種)의 보존을 위해 엄혹한 자율과 타율을 질서로 추종해야 하는 역설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는, 신자유주의의 속성이 불안정하고 위험하다는 반증이다. 도덕과 양심이 무너져 터전을 잃어버린 자율과, 사장(死藏)일로에 있는 타율의 질서는 모호한 수용체가 되는 것이다.

이는 이상기류를 형성하여, 우월하다. 여기는 무리들의 전횡을 은연중 허용하는 풍토가 된다. 전선면의 궁극적인 지향점인 무법천지의 정글자본주의를 투영한다.

신자유주의의 속성은 그 자체가 불안정하고 위험하다. 전선면에 속한 인류가 신자유주의를 좇지만, 폐쇄적인 영역의 난류나 한류의 영향에서는 벗어나지 못한다.

이는 전선면에서는 희박한 자율의 토대가 거기에 있고, 급변하는 전선면의 환경을 좇아 보정해야 할 법률과 제도가 거기에 있기 때문이다. 난류와 한류가 없으면 전선면이 존재할 수 없다는 역설이다.

어쩌면, 지난해 신자유주의의 위기는 그와 축적체계가 다른 보수적인 이데올로기에 의해 구제 된 것은 아닌가 한다.

또는 신자유주의 자체가 전체를 지배하는 경제적 사조가 아니라 교집합 영역에 불과한 것은 아닌가 한다.

신자유주의의 작용에서 우리는 불길한 미래를 감지하고 그에 비례하는 반작용을 일으킨다. 거대한 조류에 섞이지 못하고 심연에 머물던 우리의 정체성이 깨어나 작동한다.

우리 종(種)의 보존을 위해 잠재하는 정체성은 전선면의 경제체제의 변환 속도를 집요하게 늦추는 균형추가 된다.

우리가 한사코 포기하지 말아야 할 것은 도덕과 양심이며, '기회 균등'을 보장하는 법률과 제도다. 이는 나아가 MB정부의 '중도실용주의'가 지녀야 할 속성이다. 이는 소통의 기제이며 국가가 위기에서 국민으로부터 구제받을 수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