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요즘 익산은 여러모로 절박하다. 근원은 결핍이다. 지자체 세원(稅源) 주체들이 모래알 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고령화로 인해 점증하는 자연감소와, 교육을 비롯한 생계, 더 나은 문화 향유를 위한 이탈인구가 겹쳐 속수무책이다. 최근 인구가 느는 추세지만 지역대학 재학생들이 본래 거주지에서 익산으로 주민등록을 옮긴 데 따른 것에 불과하다.

현재로선 진성 인구의 증가는 기대하기 어렵다. 근년들어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산업, 생활, 문화 등의 인프라에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지만, 그 효과는 채우기의 노력 여부와 시기가 무르익어야 볼 수 있다. 지자체는 미래를 담보하는 투자에 부채 동원도 불사한다. 정체와 쇠퇴 보다는 희망을 좇는 도전의 발로다.

지자체의 인구늘리기는 악전고투일 수 밖에 없다. 특히 익산처럼 국·내외에 어필할 만한 특출한 무엇이 없는 지역의 경우는 '막고 품기식'이 최선이다. 아니면 전면적으로 지역을 재해석하고 다시 쓰거나 그려야 한다. 전자 혹은 후자를 선택하거나 병행하거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인구늘리기에서 단기적 처방이란 사실상 없다.

하지만 익산시는 기적을 만들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선거구 획정위의 새 기준안에 따르면 국회의원 의석 두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인구 상한선에 크게 미달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익산 갑·을 지역위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위원장 이하 당직자들이 당원들에게 인구늘리기를 종용했다.

익산시의 경우도 공무원 1인당 1명씩 인구 늘리기 운동에 들어갔다. 위장전입 말고 다른 뚜렷한 방법이 없는 공무원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신분의 공무원들은 행동에 나선 일부 자연인들의 생각과 다르다. 그들이 지역의 위상과 발전을 위해 국회의원 의석은 어떻게 해서든지 사수해야 하고, 불법행위라도 감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반면, 공무원들은 부당한 정치적 상황부터 마뜩찮다.

전과자가 되는 길과 불복종 사이에서 갈등하는 공무원이 비판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지역의 절박성은 목적을 위해 수단을 바로 세워야 할 보편적 가치에서 비켜서 있다. 딴청을 피우는 정도가 아니라, 명령을 거부하는 공무원을 적극적으로 배신자 취급 하는 피끓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1,443명의 공무원들이 실제로 주민등록법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된다 한들 사직당국이 이들을 제대로 처벌할 수 있을까. 이들은 사적인 목적이 아닌 지역공동체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은 사람들이다. 그 목적 달성에는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닌 초아의 봉사자들이다.

위장전입은 지자체간 분쟁으로 번질 수 있다. 또 선거법 위반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준법정신을 갉아먹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모든 부작용들을 감수 해야 할 만큼 익산시는 궁지에 몰렸다. 지자체 인구 문제의 심각성을 새삼 절감하게 되는 계절이다.        

익산은 전국 자치단체들의 공통 현상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드문 요인들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게 되었다. 익산은 특이하게 산업단지와 연접한 곳에 도시를 조성했다. 도시 외곽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통상적인 예에 반하는 도시계획이다.

11년 전 산업단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조성된 영등, 어양, 부송택지 등에 신도심이 세워졌다. 이 곳에 익산의 인구 3분의 1 이상과 교육시설이 밀집됐다. 방위상 동부권으로 구분되는 이 도심은 산업단지에서 발생한 공해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것이다.

이 가운데 '악취'는 여름철과 습도가 높은 날 기승을 부리며 시민들의 수면을 빼앗고 한 밤중에 도망치고 싶게 한다.

그러나 이 유령은 피할 길이 없다. 산소를 완전히 차단하고 밀폐된 공간에서 죽음을 선택하지 않는 한 살기 위해서 엄습한 악취를 그대로 마실 수밖에 없다. 최대한 외부와의 틈을 줄였을 때는 정신적 불안감이 고조된 탓에 감각기관이 확장돼 악취를 더 견딜 수 없게 된다.

매번 익산 동부권을 덮친 악취 농도는 관능측정방법을 따랐을 때 가장 높은 5도를 상회했다.
이렇게 견디기 어려운 강렬한 강도의 악취는 반사적으로 호흡을 멈추게 하고 호흡리듬의 변화를 일으킨다. 후각이 예민한 사람은 극단적인 불쾌감과 혐오감을 호소하며, 두통은 물론 구토 증상을 보인다. 고혈압 환자나 심장질환 환자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 무엇보다 악취는 혈압을 상승시켜 정신적 불안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자연증가율 높이는 정책 필요

정신집중을 할 수 없고, 판단력과 기억력을 저하시킨다. 장기간 지속적으로 악취에 노출되면 후각상실이 유발되기도 하며, 이는 인체의 제일 방어선의 파괴를 유발시키고 오랜시일이 지나면 뇌신경을 손상시킬 수 있다.

익산의 악취는 주로 감각적이고 주관적인 영향을 미친다. 피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도 곤란한 점이다. 그러나 떠나고 싶은 마음을 유발하는 요인임은 확실하다.

오직 행정당국의 근절 의지만이 악몽에서 벗어날 유일한 출구다. 기기적 측정결과를 보면, 공해 유발업체들의 굴뚝에서는 최대 500ppm이 넘는 악취가 뿜어나왔다. 이 농도의 악취에 30분에서 1시간 노출되면 생명이 위험하다.

제법 쌀쌀해진 가을이다. 온도와 습도가 높을 수록 강력해지는 악취의 특성상 진정국면에 접어들 것이다. 이제 차분하고 냉철하게 내년 여름에 다시 출몰할 악취와의 전쟁을 준비할 시간을 벌었다. 철저한 단속과 강력한 처벌, 기업윤리 제고, 범시민 감시망 확충 같은 대책이 종합적으로 수립되기를 기대한다.

인구 늘리기는 특단의 유인책을 마련거나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까지 지키는 정책에 매진하는 것이 순리다. 출산해서 살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자연감소 보다 자연증가율을 높이는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 사람이 먼저 살만한 환경을 조성한 뒤에 인구를 유인하는 것이 순서다. 이것을 역행하면서 단숨에 인구를 늘린들 그것이 안정적으로 유지될리 만무하다.

그들만의 도시가 아닌 모두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부정적인 요인들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집중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