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장 공인배

왜 배우는가. 덕(德)을 밝히는데 있다.

덕은 저절로 밝은 절대자연의 보편적 작용이다.

그것은 지극히 정성스러워서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사랑이고, 지극한 공정(公正)으로 조화와 상생을 이끄는 힘이다.

거스르지 않고 간섭하지 않고, 가없이 넓고 커서 모든 것을 수용하며 용서하지 못할 것이 없다.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하지 않기에 영원불멸하며, 희노애락의 도를 넘지 않기에 길흉(吉凶)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밝아진 덕은 세상 사람들을 새롭게 하고, 지극히 선(善)한 지점에서 그치게 한다.

선을 구분할 수 있을 때 결정되는 바가 있고, 그런 후에 마음이 고요해지며 편안해진다.

그런 상태에서 생각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덕을 밝히면 사물의 근본과 말단, 일의 마침과 시작을 알게 된다.

사물의 이치를 지극한 데 까지 파고들어 아는 바를 분명하게 하는 사람만이 뜻을 참되게 할 수 있고 마음을 바르게 할 수 있다.

그런 연후에 자신을 수양할 수 있으며 집안을 가지런히 할 수 있고 비로소 다스릴 준비가 된다.

다스린다는 건 뭔가. 물처럼 '다 살리는' 것이다.

물은 만물을 살리지만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으며, 항상 낮은 곳에 임한다.

아낌없이 주며, 신뢰를 잃지 않고, 온 세상을 깨끗하게 해주지만, 파괴와 생식의 신 '시바'와 같이 놀라운 능력을 지녔다. 

다스릴 치(治)자 역시, 물 수(水)변에 별 태(台)가 조합된 것으로 '하늘(절대자연)의 뜻이 작용하는 물'을 나타낸다.

그러나 힘이 있는 사람이 약한 사람을, 혹은 지위가 높은 사람이 낮은 사람을 지배하고 통솔한다는 의미로 국한하고 보면 다스림은 왜곡된다.

권력의 모든 폭력이 자연스럽고 정당한 것으로 오인되는 근원이다. 

다스림의 본질을 보면 하늘과 동격인 사람의 자존과 가치를 일깨워 절대자연의 일부로서 잘 살아내게 하는 것이다.

불, 물, 나무, 쇠, 흙 혹은 해나 달과 같이 각자 자신이 타고난 바를 발현하지만 다른 모든 주체들과 교감하며 널리 이롭게 하는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것은 앞서거나 뒤서고 먹거나 먹히지만, 그 동물을 생육하는 주체는 자신을 애써 드러내지 않는다.

하늘의 뜻은, 보이지 않는 생명의 원천들을 지표로 세워 살아 움직이는 주체들을 조화롭게 하는 것이다.

사람은 절대자연의 한 부분으로 타고난 소명이 있다.

그 부여받은 바를 알아내고 닦으며, 알게 된 하늘의 뜻을 완수하기 위해 다스리는 일에 참여하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

총선과 대선을 앞둔 임진년 벽두다.

옛사람들이 추구했던 배움과 다스림을 지금의 눈으로 바라보며 지금의 화법으로 새 페이지의 서두를 채워 보았다.

옛사람의 하늘은 바른 길을 비추며, 거기서 벗어난 사람을 벌하는 절대자연의 주재자다.

옛사람들은 하늘의 의지는 인간의 힘으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떳떳하다면 하늘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나갈 수 있다고 믿었다.

하늘이 복을 박하게 준다면 덕을 두텁게 쌓아 이를 막으면 된다고 했다.      

하늘이 몸을 수고롭게 한다면 마음을 편하게 해서 이를 보충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재앙을 내려 곤경에 처하게 한다면 길을 밝혀서 뚫고 나가는 것이라고 했다.

하늘이 비추는 덕이 사람의 길이고, 그 길 위를 흔들리지 않고 걸어간다면 "하늘인들 어쩌랴"고 반문했다.

그저 승복하는 것만이 옳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덕을 밝히는 사람은 성찰하는 사람이고 벗어나지 않았다면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는 신념을 지녔던 것이다.

우리가 상궤를 벗어난 권력에 맞서 덕을 밝혀 대항하는 이유다.

간쟁((諫諍)은 성찰의 표방

난폭하게 국민 위에 군림하며, 옳은 말을 듣지 않는 불의(不義)하고 부덕(不德)한 권력은 덕을 밝히지 못한 우리가 낳은 소산이다.

우리는 부당한 권력을 향해 끊임없이 말해야 한다. 그것은 성찰의 표방이다.

널리 이롭게 하라는 하늘의 뜻, 자신이 부여받은 그 천명을 이행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간쟁(諫諍)을 효(孝)와 충(忠)의 덕목으로 삼았다.

황제는 바른말로 간쟁하는 신하가 일곱명만 있으면 아무리 무도(無道)해도 천하를 잃지 않는다고 했다.

선비는 바른말로 일깨워 주는 벗만 있어도 아름다운 이름을 지켜갈 수 있고, 아비는 바른말을 해주는 자식이 있다면 몸이 불의한 일에 빠지지 않게 된다고 했다.

그런 까닭에 불의한 일을 당하면 자식이 아비에게 바른말을 간하지 않을 수 없고 신하가 임금에게 바른말을 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간쟁해야 할 자가 분부만 따르고, 듣고서 실행해야 할 자가 외면하면 국가와 가정과 개인이 함께 망할 수밖에 없다.

사람세상에서 간쟁은 궁극적으로 사랑이다. 공존의 힘이다.

우리는 유권자다. 유권자는 표로 간쟁한다. 그래서 선출된 자는 한사코 유권자의 지표를 옆에 두려하고, 듣지 않았는지를 성찰하는 것이다.

유권자의 덕은 투표다. 사람의 길이며 밝은 세상의 방향성이다.

정치하는 자가 유권자를 두려워하는 세상이 밝은 덕의 세상이다.

반드시 눈을 부릅뜨고 살피며 참정권을 행사해야 하는 이유다.

효경을 보면, 사람들은 어버이를 사랑하는 이를 감히 싫어하지 못한다고 했다. 어버이를 공경하는 이를 감히 업신여기지 못한다고 했다.

어버이를 섬기고 공경하기를 지극히 하면, 그것이 가르침이 되어 사람들에게 더하여 온 천하의 법도가 된다고 했다.  

효의 덕은 지극한 관심이다. 지극한 정성이다. 좋은 세상은 그렇게 지극한 많은 사람들이 공을 들여 만드는 것이다.

사람이 정치를 밝혀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