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는 지금 한 뼘 하늘이 전부인 우물안 개구리의 양태다. 정부는 익산시 등 몇 곳의 지역이 빠진 행정구역 통합논의를 밀어붙이고 있다.

자율에 의해 통합 될 가능성이 높은 곳이 16개 시군에 이르고, 정부 주도에 의한 통합 대상 지역은 28개 시군에 달한다. 통합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면 내년 7월 1일부로 인구 100만명이 넘는 초대형 기초자치단체 18곳이 탄생하게 된다. 그런데 익산시에서는 이런 광풍을 느낄 수 조차 없다.

물론, 진행되고 있는 행정구역 통합은 여론조사 방법에서 공정성 논란을 부르고, 우격다짐 식으로 구획을 짓는 등 과정상의 부적절성을 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 미흡한 주민여론수렴과 효율성이 고려되지 않는 통합 추진 등으로 부작용이 우려되고 있다.

하지만, 월평균 약 300명씩의 인구 감소를 경험하고 있는 익산시로서는 행정구역 통합문제를 결코 가볍게 여길 입장이 아니다. 통합 기초단체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시너지 효과에 비하면 너무나 적다.

익산시는 군산과 같이 항만을 보유한 기업도시로 발전할 수없는 지정학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시계(市界)를 구분하는 단절을 극복하고, 산업과 문화의 기능을 분점하여 질 높은 삶을 공유하는 통합도시를 이룩하는 일은 익산시로서는 사실상 절박한 문제다.

설사, 통합논의가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부가 정한 기한내에 통합이 이루지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통합 열풍의 외곽에서 뒷짐을 지고 있다가는 통합 기초단체와 반비례하여 낙후될 공산이 높다.

대세에 순응하는 동시성의 덕목이 필요한 때다. 최소한 공생의 셈법에 따른 통합지역과의 지리.역사적 괴리를 좁히고 공론화 정도는 진도를 내서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이는 특히, 정부가 내년 7월 이후 잔여 행정구역 통합을 결행 할 때, 정부의 의도에 의해 원치 않는 다른 지역과의 행정구역 통합을 미연에 방지하는 일이기도 하다.

최근 전폭적인 축소위기에 놓인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도 익산시는 강건너 불구경이다. 익산은 호남의 북측 말단에 입지하면서 충남과 금강을 사이로 마주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와 연접한 직접영향권이다.

지역사람들은 이런 이유로 익산시가 명실상부한 물류중심복합도시로 도약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세종시가 9부2처를 옮겨오는 제2의 수도권 규모로 건설되는데 따른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정부는 당초 세종시 건설계획을 수정하여 기업도시 정도로 대체할 조짐이지만, 익산시에게는 남의일 일 뿐이다.

세종시가 견강부회(牽强附會)의 우격다짐에 전혀 다른 의미로 왜곡되기 전까지, 지역사람들 사이에서는 익산은 수도권 수준의 위상을 갖춘 정주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꿈이 자라고 있었다.

이에 따른 대폭적인 인구 증가추세를 구가(謳歌)할 것이라는 기대도 높았다. 익산지역에서 익산과 논산을 통합한 광역도시론이 활발하게 제기되었던 것도 여기에서 기인한다. 

정부와 여당은 세종시를 수정하는 작업에 속도를 낼 태세다. 하지만 익산시는 최소한 정부의 그릇 된 세종시 해법에 조차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세종시는 망국적인 수도권 과밀화를 해소하고, 풀뿌리 민주주의의 필요충분조건인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이었다.

나아가서는 1971년 이래 한 세대(37년)의 숙원을 정면으로 보듬은 참여정부의 소산물이며, 익산은 그 참여정부의 본가인 민주당의 텃 밭이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익산시의 마인드는 텅 비어있다.  

익산시는 지금 어디로든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는 고립무원에 떨어진 양태다. 외부의 물리적 영향에 의한 것이 아니라 내부의 정체(停滯)에 따른 결과라는 점이 더 심각하다.

익산시가 활력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당면 최대 과제는 비동시성 극복이다. 지금 익산시가 안고 있는 비동시성은 눈치보기와 협량한 셈법이며 무사안일이다.

지금 변화의 물결에 합류하여 나아가게 하는 돛은 바로 치열한 열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