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식품클러스터의 소산물은 세계시장을 지향한다. 그 경쟁력은 가장 지역적인 것들의 집합과 치밀한 상호작용에서 확보된다.

'밥'을 상품으로 수출하려고 했을 때, 가장 맛있는 상태를 가급적 오래 보존할 수 있는 기술은 반드시 필요하겠고, 편리한 이용방법을 제공하는 기술이나 눈길을 끄는 포장도 상품 가치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들이겠지만, 세계시장의 입맛을 사로잡는 본질은 원자재다.

최상의 미질을 자랑하는 쌀을 확보하지 못하고서 이민족의 입맛을 공략한다는 것은 생각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국가식품클러스터의 경쟁력은 선도가 높고 또는 신뢰 할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이다. 당초, 가공무역으로 승부를 낼 마인드였다면 실패는 예정 된 수순이다.

수입 농산물은 우선, 어떤 비료를 썼는지 농약은 얼마나 살포했는지 등 재배 과정이 불투명하다.

대양 너머 먼 곳에서 수송 된 농산물이 갓 수확한 상태의 맛이나 품질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이런 수입원자재로 완제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것은, 경쟁력은 고사하고 비싼 운송비 때문에 수지타산에도 맞지 않는다.

저질 수입 농산물로 저가의 상품을 만들어 수출하겠다는 것은, 아직도 이웃 중국 조차 모르는 우물안 개구리의 마인드다.

국가식품산업단지가 아니라, 국가식품클러스터인 것은 전라북도가 농도이기 때문이다. 풍부한 농토에서 생산된 다양한 농산물이 가공식품이 되어 세계시장을 석권한다는 것은 당장, 국부의 유출을 막는 일이다.

최근, 세계무역기구나 선진국들은 보호관세 철폐 등 우리 정부차원의 국내 농산물 지원시스템에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우리 식탁 위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값싼 수입 농산물들이 오른 지는 이미 오래됐다. 축산농가의 도산과 휴경농지 발생이 속출하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소비 확대는 수입대체효과를 창출, 국익에 기여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바로 도탄에 빠진 농업을 구하는 주체다.

전략적인 저가 물량공세로 수입 농산물들이 우리의 식탁을 완전히 점령할 날이 머지 않았다. 2차, 3차 산업에 치중하는 대한민국이 처한 운명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저하 된 우리 농촌의 생산기능을 끌어올리고, 무너진 식량자족기반을 복원하여 식량주권을 재건하는 요체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특히, 새로운 고부가가치 복합 농법을 견인, 농업의 산업화를 촉진하여 초고령화 된 농촌에 젊은 피를 수혈하는 등 혁신의 주체다.

가속화되는 이농행렬을 돌려세우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은 곱절의 실업난 해소효과를 낳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가 경쟁력 확보의 일환으로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구축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이 사업의 타당성 검토는 바로 붕괴 된 우리 '농업'의 재건 여부를 판단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은 선진국이나 세계무역기구의 간섭을 받지 않고 우리 농업을 살릴 수 있는 길을 포기 할 것인가.

한국개발연구원은 이런 결코 가볍지 않은 책무를 어떻게 수행했는지 성찰해야 한다. 한국개발연구원이 부적정 판단을 내린 것이, 식품클러스터를 식품산업단지의 평가 잣대로 적정성을 검토한 결과라면, 전면 재평가를 실시해야 한다.

지난 1980년 만 해도 1천만명을 넘어섰던 농업인구 숫자가 최근에는 3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한 해 평균 5만명가량 줄어들고 있는 꼴이다.

지난해 말 현재 농업인구는 국가 전체 인구의 6.6%에 지나지 않는다. 무엇보다 농업인구의 노쇠화에 따른 질적인 취약성이 가장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다. 같은 기간의 농업인구 가운데 65세 이상의 고령인구는 33%를 차지한다.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따른, 농업의 미래산업으로의 진화는 수도권 인구집중을 막아 국가적 난제인 국토균형발전을 추동한다. 이런 확연한 전후방 연관 국익을 앞에 두고,  최근 국가식품클러스터의 부정적인 예비타당성 평가내용이 흘러 나오고 있다.

결과 발표도 추석 이후로 미뤄졌다. 전라북도는 절제절명의 암초를 만났지만 이는 어쩌면 기회다.

식품클러스터가 산업을 무기로 삼고 농업을 전략적 핵심으로 삼는 주체로서 예비타당성 조사의 현미경 아래 다시 서도록 전방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