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지난 3월 22일 장점마을 환경비상대책 민관협의회 해산식이 장점마을에서 진행되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2017년 4월 28일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의 요구로 구성되었다. 5월 17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6년 가까운 시간 동안 38차례의 민관협의회 회의를 진행했다. 주민추천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수많은 회의와 토론회, 기초조사와 역학조사 등 각종 조사 활동, 수많은 기자회견 및 집회, 소송 및 조정과정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주민들과 함께 행동한 결과로 환경오염으로 인한 집단 암 발병을 정부 최초로 인정하게 만든 큰 성과를 만들어 냈다. 주민들과 민관협의회 위원들의 연대로 이뤄낸 역사적 성과였다. 주민건강검진과 치료, 마을 오염물 제거 및 복원, 소송과 조정과정을 통해 피해 배상도 이끌어 냈다. 최근까지 쟁점이었던 것은 환경오염원인 금강농산 공장의 후속 처리였다. 공장 철거가 유력했던 상황에서 끈질긴 노력을 통해 교육 및 힐링 공간으로 큰 틀에서 보존하는 쪽으로 큰 방향을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주민들의 고통에 대한 연민과 연대로 시작했던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활동이 이룬 성과는 매우 크고 소중하다. 민관협의회는 민측과 관측의 협의회로 구성되었지만 보통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이라고 얘기할 때는 주민추천 위원들을 주로 일컫는 용어로 쓰였다. 주민대표로는 최재철주민대책위원장, 김승철 신등교회 목사가 주로 참여했고, 주민추천 위원들로는 김세훈 전북대 환경공학과 박사, 강공언 원광보건대 의무행정과 교수, 손문선 좋은정치시민넷 대표, 오경재 원광대 의대 교수, 홍정훈 변호사, 필자가 참여했다. 필자로서는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활동에 함께 하면서 익산 지역사회의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어떻게 이런 성과를 만들어 냈을까?
주민들 스스로의 자구적 노력이 민관협의회의 씨앗이고 모태였다. 주민대책위를 구성하고 주민들의 고통에 대해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알리는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연대가 시작되었다.
뜻있는 지역사회의 각계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지자체, 중앙정부와 많은 갈등을 겪으며 문제해결을 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것은 지역사회 전문가들의 실력은 어디에 견주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진실에 입각해서 훨씬 더 설득력 있는 문제 제기로 상황을 주도했다. 지역사회 각계 전문가들이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마음과 지혜를 모으니 힘이 커졌다. 어려운 과제와 위기를 하나씩 해결해 가면서 진심으로 함께 한 힘의 크기를 실감했었다. 민관협의위원들은 주민들을 위해 주민들과 함께 주민들의 입장에서 힘을 모았다. 익산시와 중앙정부에 끊임없이 요구했던 것은 주민들의 눈높이에 서달라는 것이었다. 실망스럽게도 상당수의 공무원들은 그렇지 않았다. 민관협의회의 위원들이 보여준 모습들은 주민과 지역사회에 대한 진정한 연대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무보수 자원봉사로 시민 정신을 일관되게 발휘했다. 그래서 오히려 조건이 허락하는 한 문제해결을 위해 더 끊임없이 노력할 수 있는 과정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의 활동성과는 왜 중요한가?
활동성과가 전국적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다. 환경오염에 의한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인정한 것은 전국에 수많은 유사 마을들에 문제해결의 준거가 될 수 있다. 많은 마을의 주민들이 환경오염 때문에 여전히 고통받고 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의 경험과 성과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활동과 경험, 그리고 성과는 앞으로 익산의 미래 자산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익산하면 익산역 폭발, 전국 초미세먼지 1위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앞섰다. 장점마을 집단암발병 사태는 전국적으로 큰 뉴스였고 또 하나의 부정적 이미지를 보탰다. 하지만 이제는 익산 지역사회 연대의 힘으로 전국 최초의 큰 성과를 이뤄낸 자긍심 있는 사례가 되었다. 앞으로 지역사회가 당면한 과제들이 매우 크고 어렵다. 발등의 불이 된 기후위기, 지역간 계층간 극심한 불평등, 급격한 인구감소와 지역 소멸 위기 앞에서 익산 시민들의 미래를 어떻게 열어 갈 것인가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다. 결국 좋은 정치, 유능한 정치가 풀어나가야 할 몫이지만 근본적으로 지역사회에서 함께 연대하고 협력하지 않으면 절대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을 절박하게 깨닫고 인정해야 한다. 무한경쟁과 이기주의를 넘어 함께 살기 위해 진정으로 연대하고 협력해야 한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그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제 장점마을의 문제는 해결된 것인가?
장점마을 문제는 장점마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권의 무관심, 자본의 탐욕과 행정의 무책임, 무사안일이 빚은 참사이고 유사한 참사들은 현재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민관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에 대해서 위원들은 한결같이 행정의 무책임한 태도와 미진한 대응, 인식 부족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지적했다. 오경재교수의 지적은 시의적절하고 깊이 공감한다. ‘환경성 질병 발생 예방과 사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사전적 감시체계와 제도적 관리체계 하에 사람 중심의 적극적, 능동적, 선제적 업무 수행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행정은 책임회피에 방점을 두는 것 같다. 환경성 질병 관련 상시 감시체계 확립, 역학조사 전문기관의 정부 산하 설치 논의 부재, 역학 및 소통 전문가 발굴 또는 양성 대책도 실패하였다. 장점마을 사례의 역사적 의미와 가치가 금전적 사후 보상문제로 모두 덮여 버린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 장점마을과 유사한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대책에 대한 철저한 제도적, 예산적, 조직적 대책이 세워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럴 때 진정으로 장점마을의 주민들은  그 억울함을 덜고 장점문제는 진정한 해결의 장으로 넘어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국회토론회 때 이에 대한 토론을 깊이 있게 진행한 바 있다. 역학조사와 그 이후 많은 토론과정에서 지적되었던 문제들에 대해 정치권과 행정에서는 깊이 살피고 대책을 세우기를 촉구한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들에게 한 분 한 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장점마을은 대안과 산교육의 장이 되어야 한다. 장점마을은 익산의 미래를 위한 연대와 협력의 시금석이 되어야 한다. 지역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