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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4호 관광의 한계와 무한성 - 열세 번째 이야기

최인경

요즘 내가 하는 일 중 가장 어려운 일은 도대체 관광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 정하는 일이다. 바로 관광의 한계와 무한성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나의 어릴 적 생각하던 관광과 지금의 변화되고 있는 관광의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어릴적 엄마, 아빠가 1년에 2번 정도 여행을 가셨다. 시골에서 논농사를 지으시기에 농번기가 오기 전에 꽃구경 가시는 것과 추수를 마치시고 온천 등을 다녀오시는 것이다. 실은 엄마? 아빠의 둘만의 여행은 아니고 마을 주민의 단체 여행이었다. 여행을 가시는 분은 두 분인데 난 너무나 좋았다. 엄마는 맛있는 반찬도 만드시고 가끔 김밥도 장만하셨다. 마을 어르신들의 여행은 버스(전세버스)를 타고 이른 아침 출발하셔서 저녁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시는 그런 일정이셨다.

마을 저 멀리 버스가 들어온다고 느껴질 때(동네 개들이 짖어주니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어린이들(나를 포함)은 동네 입구까지 나가서 엄마·아빠를 맞이했다. 아니, 아빠의 손에 뭔가가 들려있을 것 같아 일 분이라도 빨리 확인하고 싶었던 거였다. 다행히 아빠는 작은 사탕이나 호빵 등 꼭 손에 뭔가가 있었다. 아무튼, 그래서 ‘여행’이라고 하면 난 무척 좋은 추억이 있다. 나의 어릴적 여행이란 힘든 일정을 앞두고 또는 마치고 다녀오는 것이며 여행 중 기념품이나 먹거리 등을 통해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과 나누며 같이 공유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하여 여행의 패턴과 트렌드는 너무나 빨리 그리고 너무나 많이 바뀌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관광은 무한한 변신을 하고 있었다. 가장 흔히 했던 말 중 하나가 ‘관광은 융복합 산업이다’ 라며, 1차?2차?3차 산업과 잘 융합이 되어야만 그 시너지가 높아진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또 하나의 단계로 빠르게 변화된 사건이 있었다. 바로 코로나19였다. 나의 부모님처럼 꽃구경, 온천여행을 다녀오는 관광에서 이제는 메타버스에서 관광을 즐기게 되었다.

‘메타버스’라고 처음 들었을 땐 내 업무(관광)와 아주 친근한 단어여서 쉽게 와 닿았는데 들으면 들을수록 어려운 세계가 메타버스였다. 로블록스, 제페토, 마인크래프트는 대표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플랫폼 안에 자신의 아바타로 하여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에서 즐기고, 소통하고, 게임을 즐긴다.

비주얼 컴퓨팅 기술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Jensen Huang)’ CEO는 최근 열린 GPU연례개발자대회(GTC)의 기조연설에서 ‘지난 20년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면 미래 20년은 공상과학영화에서나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고 한다.

코로나19로 메타버스가 우리 실생활에 더 적극적으로 다가온 것일 뿐, 실은 메타버스라는 개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약 30년 전의 일이라고 한다. 미국의 공상과학 소설가인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이 1992년에 발표한 소설인 ‘스노우크래쉬(Snow Crash)’에서 처음 등장한 것이다.

최근 메타버스를 가장 잘 활용한 사례가 단연코 ‘BTS 신곡 발표에 사용된 메타버스’ 이다.
BTS가 ’다이너마이트‘를 처음 발표한 곳이 온라인 게임사가 운영하는 소셜공간에서 공개되었던 일을 기억할 것이다.
코로나19로 비행기를 타고 먼 나라를 갈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가상현실 속 나인 아바타에게 이곳 저곳을 여행하게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한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서는 미국 메타버스 게임플랫폼 로블록스를 활용해 강릉을 배경으로 한 오징어 게임을 서비스한 결과 누적방문자가 7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메타버스 오징어 게임은 이용자가 강릉의 주요 관광지를 체험하는 내용으로 전개되어 선교장과 오죽헌에서 율곡 이이의 책과 사임당의 그림을 보고, 안목해변 BTS 정류장에서 사진을 찍고 동해바다를 배경으로 레일바이크를 타기도 한다고 한다. 또 시장에서 달고나, 떡, 순두부 아이스크림 등을 사 먹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할 수 있다.

이렇듯 관광은 변하고 있는데 나는 관광산업의 한계와 무한성에 대해 정의를 짓고 있지 못하고 있다.
난 나에게 한 번 더 반문한다. 꼭 한계가 있어야 하는 걸까? 자연스러운 변화에 자연스럽게 몸을 기대보면 즐기면 안 되는 걸까? 관광의 무한성을 믿고 말이다. 굳이 문화행사다. 아니 체육행사다 라고 하지 말고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는 알 것 같다. 자꾸 한계를 정하는 사람보다는 무한성에 도전하는 게 훨씬 좋다는 것이다. 무한성에 도전하는 사람이 발전한다.
우리 다 함께 관광의 무한성을 믿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