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농산이 무엇인가? 장점마을 주민들을 집단암 발병으로 고통받게 만든 장점마을 위쪽의 연초박 생산 공장이다. 2018년 환경부의 역학조사 결과 장점마을 주민들의 집단암발병 원인자로 밝혀졌다. 2001년부터 주민들을 고통에 빠뜨렸던 금강농산이 2017년 4월 조업 중단 후 소유주가 바뀌면서 내부 시설물은 거의 뜯겨 나갔고 지금은 그 외형 건물만 남아있다.

장점마을 주민들과 민관협의회의 지속적인 요청으로 지금은 익산시가 매입하여 금강농산의 토지와 건물은 익산시 소유로 되어 있다. 주민들로서는 보기만 해도 끔찍하고 지긋지긋한 고통이 떠오르는 곳이었던 것도 사실이고 철거해야 한다는 분들도 당연히 계셨었다. 하지만 지금은 환경오염물을 모두 걷어낸 상황이고 더이상 오염원이 아니기에 마을 주민들께서도 철거를 강하게 주장하지는 않으시는 상태이다. 오히려 보존해야 한다는 주민들과 지역사회의 목소리가 커진 상황이다.

지역 문화계가 그 상징성을 살려서 금강농산 건물 내에서 기억과 치유의 문화행사를 기획 시행하기도 했었다. 마을의 건물 지붕과 창틀, 저수지, 토양, 지하수 등 그동안 오염되어 있던 곳은 주민들의 삶의 공간이기에 그동안 지속적으로 정화작업과 생활 개선작업을 시행해왔다. 지역의 뜻있는 분들이 그 뜻을 모아 자비로 장점마을에 나무를 심기도 했다. 상시 코를 찌르는 역한 냄새는 2017년 공장가동 중단 이후 사라졌고, 오염되었던 곳들도 모두 정화작업을 거쳐 지금의 장점마을은 예전의 평화로웠던 시골 모습을 되찾아가고 있다.

2016년 처음 찾아갔을 때 마을 전역에 참기 힘든 그 자극적인 냄새와 오염된 마을 상황을 생각하면 엄청난 변화이다.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장점마을의 그 역사적 흔적으로 원형 가까이 남아있는 것은 이제 금강농산 건물이 유일한 것 같다. 물론 마을 주민들의 고통은 여전히 진행형이지만 그래도 이제는 의료지원을 받으면서 추가적인 오염피해에서는 벗어나 있는 상황이니 예전과 비교할 바는 아닐 것이다.

이제 장점마을의 비극은 끝난 것인가? 장점마을의 이야기는 막을 내려야 하는 것인가? 그동안 코로나로 인해 열리지 않던 장점마을 민관협의회가 주민추천 민관위원들의 요청으로 지난 1월 5일 익산시청에서 개최되었다. 장점마을에 대한 여러 후속 대책들을 검토할 필요 때문이었다. 마을 사후관리 대책, 마을 환경개선 사업, 장점 보건진료소 신축 등 추가사업은 상당 부분 진행되었다.

쟁점적인 문제는 금강농산 부지 활용에 관한 문제였다. 그동안 주민추천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금강농산이 기억과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그 의미를 살려야 함을 이구동성으로 주장해왔었다. 장점마을의 비극이 가지고 있는 의미를 살려 전국의 유사 마을들에 해결의 방향과 희망을 제시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장점마을같은 또 다른 비극이 재발되지 않도록 기억과 교육의 공간으로 남겨서 제도와 문화 개선을 위한 근거지가 되도록 해야 한다.

장점마을의 사례는 사회적으로 그 의미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해방 이후 비특이성 환경질환에 대해 정부가 처음으로 그 인과관계를 인정한 귀중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외부용역을 주는 방식의 환경오염 역학조사가 얼마나 행정의 눈치를 보는 면피용 조사로 흐르는지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 지자체의 대응에 따라 얼마나 많은 주민들이 피해를 보거나 또는 해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생생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단합하면 얼마나 큰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미래적 의미부여를 한다면 절체절명의 기후위기 앞에서 문명 대전환을 위해서도 영감을 주는 사례이다.

특히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장으로서도 큰 가치를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공간인가? 게다가 장점마을 주민들 수십 명의 희생을 생각한다면 그 의미를 크게 되살려야 마땅할 것이다. 그런데 이제는 장점마을의 교훈을 담고 있는 금강농산의 건물이 철거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여있다. 지난 민관협의회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금강농산 부지에 대해 소위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사업예산은 65억으로 국비 45.5억, 시비 19.5억원이다. 올해부터 3년 시행 계획으로 생태시설, 체험학습시설, 모니터링 시설, 관리 및 편의시설을 만든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예산책정의 전제로 도시 생태축 복원사업 진행 시 금강농산의 공장 철거가 필수적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는 점이다. 건축구조기술사의 검토의견을 붙여 공장 A동은 일부 보수 후 재사용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는 것과, 공장 B, C동은 부식 및 도장열화가 심하며, 지붕과의 접합부 상태가 불량하여 안정성, 보수보강, 재시공 공사비용 등을 고려하였을 때 철거가 타당하다는 것이다.

익산시에 따르면 그동안 국립환경박물관, 국가환경회생교육원, 스마트 그린도시 공모사업, 환경오염지역 친환경 복원 사업 추진 등 다양한 노력을 했지만 정부 부처들이 여러 이유를 들어 예산을 세워주지 않아서 현재의 선택에 이르게 됐다는 설명이었다. 설명은 상세하고 진솔했지만 그 결과는 원래의 큰 목표에서 벗어난 상황이 된 것이다. 금강농산을 지워버리는 사업이 된 것이다. 여러 측면에서 질의 응답하는 과정을 거치며 확실하게 확인한 것은 예산 65억 실행의 전제는 금강농산 건물 철거라는 사실이다.

시민들 몇 분에게 물어보았다. 이구동성으로 나온 대답은 보존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환경오염도시의 오명을 넘어서 주민들과 지역사회가 함께 만들어낸 환경선도도시 전환의 상징물을 왜 없애냐는 것이었다. 토론을 거쳐 익산시에서 우선 환경부와 협의해서 건물 존치와 예산 집행의 병행을 포함한 대책을 검토해서 2월에 다시 민관협의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익산시의 노력을 존중한다. 하지만 금강농산은 큰 교훈과 이야기를 담고 있는 기억과 치유, 전환의 공간으로서 그 가치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금강농산 건물이 보존된 장점마을과 그 이야기는 익산시의 과거, 현재, 미래를 대변하는 함축적 의미를 충분히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생태축 복원이라는 미명하에 그런 공간을 없애는 것이 타당한가? 시민들의 뜻과 아이디어를 다시 모아 주민들과 함께 보존과 활용대책을 세워나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