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대선 1차 토론회에 참여한 대선후보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인정했다. 더 깊이 토론했다면 각자가 생각하는 정책적인 차이가 드러났겠지만 기대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비호감 대선, 극심한 비방전, 정책토론 실종 선거에서 그거라도 성과라고 자족해야 하는 것일까? 연금개혁문제에는 당면한 여러 화두들이 포함되어 있다.

급격한 초고령 시대에 심각한 노인빈곤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불공정한 기득권을 넘어 세대와 계층간의 지속 가능한 연대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극심한 불평등사회에서 무한경쟁의 공정담론을 넘어 협동의 돌봄사회로 어떻게 전환해갈 것인가?

우선 만능키와 같은 하나의 정책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직시해야 한다. 패러다임과 관계의 큰 전환이 없이는 해결 불가능한 문제인 것이다.

연금개혁문제가 왜 제기되는가?

첫째, 연금제도의 지속가능성이 큰 문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2040년도쯤에 2000조원 정도까지 적립액이 늘었다가 그 이후 매해 줄어들면서 2055년이 넘어가면 기금액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출산율의 저하, 기대수명의 증가 등의 요인에 의해 고갈 시점이 더 짧아질 수도 있다. 적립액이 고갈되면 그때 걷어서 그때 지급하는 부과식으로 바뀐다. 그런데 그 시점에는 연금납부자 1인이 노인세대 1.2인을 부양하는 인구구조가 되어 연금 납부액만 소득의 30% 정도를 부담해야 한다.

고령화시대 더 커질 건강보험료와 조세부담액까지 감안한다면 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가? 현재와 같이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40%의 경우 납부액이 소득의 16%를 넘어가면 오히려 손해가 되는 구조라고 한다.

소득대체율 40%에 소득액의 약 30%를 납부하는 국민연금제도는 성립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연금개혁이 없다면 90년 출생자가 65세가 되는 2055년 이후에는 연금지급이 불가능해진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납부액보다 훨씬 많이 받아가는 적립식 국민연금제도의 숙명이기도 할 것이다. 1986년 ‘국민연금법’을 처음 제정할 때 3.1배 많이 받도록 되어 있던 것을 2.7배 수준으로, 2.2배로 조정 후 2028년까지 1.8배로 하향 조정되고 있는 중이지만 그래도 보험료 대비 연금을 1.8배 받는 제도인 것이다.

둘째, 노인 빈곤에 따른 불안하고 존엄하지 못한 노년 대책이 절박하기 때문이다. 노인 빈곤율, 노인 자살률,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가 15년 이상 되는 등 여러 지표가 보여주는 대한민국 노년의 삶은 어둡고 비인간적이다.

노인빈곤은 OECD국가 중 가장 심각해 절반가량이 중위소득 이하의 소득수준에서 살고 있다. 현재 연금 소득의 크기도 작고, 앞으로도 소득대체율 40% 수준으로는 부족하다. 사용자도 노동자도 아닌 특수고용직 노동자들, 그 수가 급증하고 있는 플랫폼 노동자, 코로나 시대 벼랑으로 몰린 영세자영업자 등 국민연금의 사각지대가 폭넓게 존재하고 있다.

셋째, 국민연금과 사학연금, 군인연금, 공무원 연금 등의 3대 직역연금의 격차에 대한 불만이 크다.
연금개혁의 문제는 위의 문제들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매우 복잡하고 큰 문제이다. 연금개혁의 유형은 크게 모수적인 개혁과 구조적인 개혁으로 구분된다.
모수적 개혁은 기존의 체계를 유지한 상태에서 급여수준이나 보험료율과 같은 모수들을 조정하여 장기적 수지 균형을 유지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구조적 개혁은 공적연금의 틀 자체를 재편해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그동안의 연금개혁은 주로 국민연금을 중심으로 한 모수개혁에 집중해왔다. 납부율, 소득대체율, 연금수급시기 등에 대한 모수 조정을 해 온 것이다. 처음 70%의 소득대체율은 40%로 줄어들었지만, 납부율은 9%에서 늘지 않았다. 현재까지의 모수개혁은 매우 불충분하고 지속가능하지 않다.

또한 국민연금과 특수직역 연금과의 격차와 이로 인한 조세부담에 대한 불만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는 모수 개혁뿐만 아니락 구조개혁까지를 포함한 연금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준다.

국민연금 2차 개혁 때 소득대체율이 축소되는 대신 보충적으로 기초연금이 창설되어 현재 소득하위 70%의 노인들에게 30만원까지 지급되고 있다. 대표적인 구조개혁 사례이다. 국민 모두가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고, 모두의 욕심이 충족될 수는 없는 일이다.

누가 이 거대한 코끼리를 옮길 것인가? 대선 후보들 모두 연금개혁의 필요성에는 인정했지만 구체적인 비전과 대안을 제시하는 데는 큰 정당 후보일수록 소극적인 모습이다. 모두가 이해관계자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기도 하겠지만, 정치가 이런 문제를 유능하고 장기적인 시각으로 다룰 만큼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눈앞의 당선을 위한 4년짜리 정치와 인기영합주의의 포로가 되어 있다. 정당은 직업정치인들의 재선을 위한 도구로 전락하여 체질도 약하고 단명하다. 어떻게 이런 약체들이 책임정치의 주체가 되겠는가? 불평등 문제, 기후위기 문제, 차별의 문제 등 시대적으로 절박하고 민감한 갈등을 내포한 큰 개혁 문제에는 해법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눈앞의 표 계산에 몰두하는 사고방식으로 어떻게 이런 문제와 용기있게 승부하겠는가? 문제는 결국 정치이다. 정치가 정치답게 바뀌지 않으면 이 복잡한 문제에 대한 국민적 합의와 통합을 이루어 낼 수 없는 것이다.

연금개혁을 위해서는 정치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정당이 강해지고 책임정치에 유능해져야 한다. 그래야 4년짜리 정치를 넘어 장기적인 비전과 정책경쟁을 위한 책임정치의 주체로 본연의 역할을 시작할 것이다.

복잡한 문제는 각 정당을 중심으로 대안이 제시되고 국민들은 정당의 대안들을 중심으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한 정치과정에 효과적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각 정당의 대안과 성과에 대해 선거 과정을 통해 그 공과가 평가받게 될 것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정책경쟁 중심의 정치문화, 책임정치에 대한 신뢰 향상, 국민을 닮은 강한 정당들을 중심으로 대안 경쟁과 갈등의 통합이 평화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연금개혁과 같은 복잡한 문제들도 지속 가능한 해법들을 찾아가게 될 것이다. 물론 그 결과는 국민 행복의 향상이다. 정치개혁이 우선이다. 위선의 언어 말고 실천의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