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경제가 심상치 않다. 고금리, 고물가, 고환율의 삼중고가 서민경제의 목을 죈다. 에너지와 식량 가격이 노상 오르고 있다. 경유가 휘발유보다도 비싸고 2000원 이상이라니 처음 겪어보는 상황이다. 대통령은 심각한 경제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하고 대통령실과 내각, 여당을 묶어 비상경제대응체제를 만들고 매일 점검 회의를 한다고 한다. 문제는 이 상황이 글로벌한 상황으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예측이어서 대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단기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경제 체질과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바꿔나가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현 정부가 잘 대응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라지만 기대는 별로 하지 않는다. 현 경제체제에 대한 진단과 정책 방향이 구태의연하기 때문이다. 기득권의 논리, 강자를 위한 시장 자유주의 논리 이상의 성찰을 보여준 바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2019년부터 수도권의 인구가 이미 국민의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 정부하에서는 정치도 경제도 수도권 중심의 흐름이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경제 상황은 장기적인 위기이고 정부에도 크게 기대할 게 없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앞으로 지방정부의 책임과 역할이 더 막중할 수 밖에 없다. 글로벌한 변화의 추세를 읽어내며 스스로 살아남기 위한 지역 차원의 주체적인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생산과 소비영역 그리고 사회서비스의 대변혁이 지역 차원의 야심 찬 기획과 실행으로 시작되어야 한다. 전통적인 기업유치논리를 넘어서서 경제적 자립과 자립적 순환경제 생태계를 확대하고 활성화시켜야 한다.

생산영역은 보다 장기적인 기획과 실행이 필요하므로, 소비영역에서부터 자구책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수도권집중과 소득의 역외유출은 지방소멸을 부추킨다. 실례로 전북지역의 소득 역외유출 상황은 2000년 6200여억원에서 2017년 기준 3조7천여억원으로 17년 동안 600% 증가했다. 지역 내에서 소비되고 투자되어야 할 소득이 유출되면서 소득, 소비, 투자, 생산으로 이어지는 경제순환구조가 사실상 깨진 것이다.

왜  현대중공업과 GM군산공장 폐쇄 등으로 약 1만여명의 실직자가 생긴 공업중심도시 군산보다 익산의 인구유출이 더 큰 것인가? 군산과 비교해서 상업중심도시인 익산에서 인구유출의 원인을 찾을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중대형 상가(3층 또는 100평 이상) 공실률이다.

2017년~2018년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을 비교해보자면 전주가 13.9~15.3%, 군산이 11.5~13.5%인데 익산은 13.2~18.4%에 이르고 있다. 익산 도심 상권의 침체가 훨씬 더 심각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만큼의 경제침체와 일자리 감소로 인해 인구유출압력으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지역사랑 상품권을 중심으로 한 로컬소비 정책은 역외유출을 축소시키고 지역 내 소비를 경제 선순환 생태계로 만들어가는 큰 역할을 한다. 지역사랑상품권 관련해서 2018년 군산의 통계를 참고해 본다면 상품권 발행 예산의 15배 이상의 부가가치 창출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활동 비중이 더 큰 익산의 경우 그보다 더 효과가 클 것이다. 적정한 할인율을 유지하면서 상품권 정책의 효과를 좀 더 확장시킬 필요가 크다고 할 것이다.

또 대규모유통자본의 독과점으로 인한 소득유출액도 막대하다. 몇 군데 지역에서 시도하고 있는 정책을 벤치마킹해서 효과성 있는 지역 배달앱도 연구하고 추진해봤으면 한다. 만약 효과성 있게 정착시킬 수 있다면 지역사랑상품권 이상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다.

무엇보다 로컬푸드의 지역 내 소비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공공급식과 단체급식에서 로컬푸드의 비중을 대거 확대한다면 소득의 역외유출이 그만큼 작아지면서 지역의 생산을 활성화하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게 될 것이다.

촘촘한 조사를 통해서 정책지원을 한다면 오로지 가격 논리만으로 우리의 밥상을 파고 들어오는 대자본의 역외유출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아가서 지역차원의 푸드 플랜을 함께 수립해서 지역농산물의 생산 소비 유통을 함께 관리하고 농산물 가격까지도 지역이 함께 책임질 수 있도록 추진해보면 좋겠다. 익산 차원의 제대로 된 참여형 농업통계시스템 정비부터 필요할 것이다.

공공의 최저낙찰제도 깊이 재검토해야 한다. 신주단지처럼 모시고 있는 최저낙찰제도는 결국 기득권과 대자본들에게 유리하다. 지역업체 또는 지역 기여업체, 사회적 가치 실현 업체 등이 지역에 미치는 전후방효과를 고려한 종합적 판단이 필요하다. 제도 정비를 통해 선정 기준, 선정 과정, 선정 주체 혁신이 필요하다.

소위 국가균형발전정책한다고 하면서 인프라 구축의 미흡을 이유로 국가균형발전정책이 좌절되는 상황의 대표적인 피해자가 전북이다. 균형발전정책은 인프라 미흡에도 불구하고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가자는 것이다. 지역내에서부터 이런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저 낙찰제, 가격 경쟁력만을 따진다면 소득의 역외유출과 지역상권붕괴, 인구 유출을 막을 방법은 없다. 사람과 돈이 빠져 나가지 않도록 하려면 지금까지와는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사회서비스혁신으로 삶의 질 높이고 살고 싶은 도시로 전환해야 한다. 현대판 고려장처럼 되고 있는 요양서비스에 ‘존엄케어’의 깃발을 높이 들어야 한다. 그래서 가격경쟁앞에서 하향되어가는 복지서비스를 ‘존엄’하게 변화시킨다면 살고 싶은 도시 익산으로 사람들이 찾아오게 될 것이다.

즉 제조업의 영역에서 일자리 창출은 여러 여건상 한계가 있는 상황에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존엄’을 목표로 혁신을 이뤄내고 이를 통해 사회서비스 일자리를 대폭 확대해보자는 것이다. 정부의 사회서비스원 사업도 적극 활용하고, 노노케어도 활성화시키면 좋겠다.

사회적경제 조직들이 소규모 제조업이나 사회서비스에 적극 뛰어들 수 있도록 지원환경을 제대로 정비해야 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대비한 분산형 재생에너지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도 높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자립도시로 가는 첩경이기도 하다.

이런 혁신을 익산에서 만들고 앞서 나간다면 이 자체가 관광상품이 되어 정주 인구는 말할 것도 없고 관광인구도 지속적으로 확장해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이제 함께 지역경제 순환생태계를 확장해나가는 꿈을 제대로 꾸어볼 때가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