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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7호 전국 최고 익산시 수돗물을 지키자

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올 여름 EU 영토의 약 58%가 가뭄을 겪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 독일, 영국, 포르투갈, 이탈리아 등 주요 국가들이 극심한 폭염과 가뭄으로 수돗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1인당 하루 최대 200L의 물 사용 제한 조치가 시작되었고, 위반 시 1500유로(약 2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지역도 있다고 하니 불편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우리의 수돗물은 어떨까? 매일 아침 잠에서 깨면 간이정수기에 수돗물을 내려 마시고, 물 걱정없이 샤워를 하고 출근을 한다. 지난 30년 동안 익산에 살면서 수돗물로 인해 불편을 겪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실제로 익산은 지난 60여 년 동안 단수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리나라 전국 정수시설은 490개가 운영중이고 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지방정수장이 92%(452개소),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광역상수도 정수장이 8%(38개소)이다. 익산시 수돗물은 자체정수장에서 6만 5천톤, 수자원공사가 운영하는 고산정수장에서 6만 7천톤, 하루에 총 13만 2천톤을 공급하고 있다. 수돗물 공급에 두 개의 루트를 갖고있어 익산시의 엄청난 경쟁력이다. 익산시 자체정수장은 타도시가 부러워하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갖고 있다. 전주·군산·정읍시 등은 100% 수자원공사 물을 공급받기 때문에 만약의 상황이 발생하면 수돗물 공급에 큰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다. 실제로 올해 5월에 수자원공사 공급에만 의존하고 있는 진안군이 이틀 동안 단수되는 일로 도시 전체가 물을 공급받지 못해서 매우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익산의 수돗물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깨끗하고 안전하고 가격도 전북 최저 수준으로 저렴하다. 익산시는 현재 한강물을 먹는 수도권, 낙동강 물을 먹는 영남지역보다 깨끗한 원수가 사용되고 있고, 최종 공급되는 수돗물도 깨끗하다. 수돗물 생산 관련 공무원들의 노력도 단단히 한 몫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최고의 자원인 익산시 수돗물에 자꾸 불안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있어왔다. 익산시 수돗물을 만들기 위한 원수는 완주군 어우보에서 익산시 신흥정수장까지 대간선수로를 통해 28km를 흘러오는데 이 과정에 오염위험이 있다며 과대하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그러면서 수돗물을 생산하는 익산시 직영정수장을 폐쇄하고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로 바꿔서 먹는 물을 100% 사먹자고 주장한다. 오염위험과 수질이 문제라면 한강물, 낙동강물 사용하는 정수장은 진즉 폐쇄했어야 한다.

이한수 시장 시절까지는 자체정수장을 보물같은 자원이라고 시민들에게 대대적으로 홍보해왔는데 단체장이 바뀌고 하루아침에 오염위험이 큰 부실한 시설로 스스로 평가 저하해버린 것이다. 혹여 대간선수로에 폐수가 유입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은 여러 방안이 있다. 그런데 자체정수장 유지, 보수 방안은 쳐다보지도 않고 전혀 엉뚱한 방향으로 대책을 추진하려 한다. 가뜩이나 도심에 숲이 부족한 익산의 현실에서 민간아파트 사업자들에게 도심에 있는 허파 공원들을 특례사업으로 내어주더니 이제는 먹는 물까지 내어주려고 하는가 싶어 심히 걱정이다.

뿐만 아니다. 최근에는 먹는 물 원수가 흘러오는 대간선수로에 춘포면 화평마을 8가구에서 배출하는 똥물 섞인 생활하수가 유입되는 것을 17년간 방치해왔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공분을 사기도 했다. 오염위험이 있다며 불안을 부추기는 것은 물론 먹는 물을 제대로 관리하지도 않고 위험을 방치해온 것이다. 2005년부터 주민들이 하수관로 공사를 촉구해왔는데 그간 모르쇠로 일관해오다가 이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물론 원수를 취수하는 지점의 수질검사 결과는 1급수 수준이지만 대간선수로에 똥물 유입을 알고도 방치한 것은 그 책임이 가볍지 않다.

국화축제 기간에도 상수원보호구역인 신흥저수지에 최소한의 보호조치도 하지 않은 채 무방비로 개방해서 시민들과 반려견 등이 물에 접근하는 허술함을 보였다. 단체장이 광역상수도로 바꾼다는 정책 기조를 갖고 있다 보니 담당 공무원들도 상수도 관리에 무감각해진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시민의 생명, 안전과 직결되는 상수원 보호에 무책임하거나 방치한 것은 직무유기는 물론이고 그 이상의 책임도 물을 수 있는 중대사안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헌율 시장은 지금까지 몇 차례에 걸쳐서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로 100프로 전환하려 해왔다. 하지만 이는 도시의 삶에 가장 중요한 물주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넘겨주는 것이다. 수돗물 바꾸기의 쟁점은 시민에 이익이 되는 일이냐, 손해가 되는 일이냐 하는 것인데, 필자의 생각에는 시민에게 전혀 이익되는 게 없다는 결론이다.

“광역상수도로 전환하게 되면 정수구입비 75억원 증가, 물이용부담금 38억원이 추가 발생되어 시민들이 매년 113억원 정도 요금을 더 부담해야 한다. 영업용 요금인상으로 자영업자 비용 부담 증가, 공업용수 요금인상으로 기업 부담이 상승할 것이다”고 Like익산포럼 개최 토론회에서 진단을 내놓은 바 있다. 결국 광역상수도 전환사업은 시민이 이익 볼 것이 하나도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시장이 왜 시민이 손해보는 정책을 펼치려고 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익산시는 시민의견 수렴 및 공론화 절차도 없이 계속해서 광역상수도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지난 6월 ‘익산시 수도정비 기본계획’ 변경을 환경부에 신청했고, 시민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조건부승인을 받았다.

이에 익산참여연대는 지난 8월 “익산시가 광역상수도 전환계획을 시민의 의견수렴 없이 추진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시민들의 객관적인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정책평가를 진행하게 되었다”며 시민정책평가단 설문 결과를 발표했다. 86% 시민들은 익산시의 수돗물 급수체계의 광역상수도로 전환 정책추진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대다수가 현재의 수돗물 품질과 서비스에 만족한다고 답변했고, 광역상수도 전환 보다는 현 급수체계 보완·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행정의 근본 목적은 위민행정이다. 모든 것의 중심은 시민이다. 시민들은 광역상수도 전환을 반대하고 있다. 익산시는 지금이라도 시민의 요구를 제대로 받들어야 한다. 자체정수장을 폐쇄하면 익산 시민은 앞으로 영원히 수자원공사가 판매하는 물을 사 먹어야 한다. 시민정책평가단 조사에서 시민 63%는 지금의 익산시 수돗물 공급체계를 모르고 있다고 답변했고, 59%는 익산시의 광역상수도 전환 정책 추진도 모르고 있다고 답했다. 익산시는 환경부의 지적과 시민정책평가단의 요구에 맞게 시민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수돗물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 공유하고 공론을 통해 정책 방향을 결정해야 한다.

지방소멸이 현실로 다가오는 시대에 자치단체의 경쟁력이 중요한 시대에 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에 먹는 물을 생산하는 자체정수장은 익산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다. 오랫동안 쌓아온 자산을 지키기는 어려워도 없어지는 것은 하루아침이다. 대간선수로는 근대역사 문화유산으로 지정할 가치도 가지고 있다. 익산시는 수 십년 동안 지켜온 보물같은 자원을 보존하고 제대로 활용할 방안을 찾는 쪽에 정성을 기울이고 정책을 추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