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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요즘 정치뉴스 보기가 힘이 든다. 작은 일 가지고도 죽기 살기로 싸운다. 대부분 악마 같은 상대 탓이다. 최소의 기대를 저버리는 소식들도 많다. 대통령 부부는 국내외에서 자주 가십거리에 오른다. 남북관계는 최악이다. 험한 말들이 여과 없이 던져지고 무력시위가 이어지고 있으며 곧 핵실험을 할 것이라는 예측이 유력하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이 무너진 외교도 매우 걱정스럽다. 정치 냉소와 혐오가 확산되고 있다. 거대양당의 정치 양극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정책 정당으로 정체성을 제대로 형성하지 못한 두 거대정당이 서로를 악마화한다. 상대를 악마화하고 강경하게 싸우는 정치인이 진영에서 더 인정받는다. 포퓰리즘과 팬덤정치는 더 강화되고 있다.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정책, 불평등과 양극화를 좁히는 국민통합의 정책, 세계 시민으로서 앞서가는 정책들은 외면당하고 눈앞의 이익에 골몰한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일하는 정치, 실력 있는 정책 정당들의 토론정치, 시민들의 참여정치로 바뀔 수 있을까? 판을 바꾸는 정치가 절실하다. 악마의 정치, 양극화 정치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정치인들의 발언과 움직임이 커져야 한다. 위기와 소멸의 시대, 정치의 판을 바꿔야 지속 가능한 미래가 열린다. 두 사람이 떠오른다. 자유인, 평화인, 문화인 고 노회찬 의원이다. 50년 묵은 삼겹살 불판을 갈아엎자는 판갈이론으로 답답한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했었다. 노의원은 정치판을 바꾸는데 가장 중요한 과제는 선거제도 개편이라고 항상 강조했다. 선거제도 개편에 도움이 된다면 정치인들 바지 가랑이 밑으로 기라면 기겠다고 했었다. 고 노무현 대통령도 판을 바꾸는 정치의 중요성을 강조하셨던 분이었다. 2005년 6월에 제안했던 대연정론을 돌아보면 얼마나 선거제도 개혁의 중요성에 대해 깊이 고민했었는지 알 수 있다. 대연정을 제안하면서 “성숙한 민주주의,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이루려면 사람만이 아니라 제도도 바꾸어야 한다. 나는 국회의원 선거구제를 바꾸는 것이 권력을 한번 잡는 것보다 훨씬 큰 정치발전을 가져온다고 믿는다”라고 했었다. 진심으로 판을 바꾸고 싶어 했던 두 분은 악마의 정치 탓에 우리 곁을 떠났다. 정치의 판을 바꾸는데 선거제도 개편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은 국제적으로도 여러 사례를 통해 증명되었다. 돌아보면 지난 21대 총선을 앞두고 큰 판의 변화가 시작될 수 있었다. 민주당을 위시해서 4+1 정당연합의 힘으로 우여곡절 끝에 통과되었던 준연동형 비례제가 그것이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은 지금도 너무 아쉽고 가슴 아프다. 만약 민주당이 장기적인 안목으로 위성 정당을 만들지 않았었다면 이후 바뀐 정치판에서 확고한 도덕적 우위와 국민적인 지지를 얻었을 것이다. 진보 개혁정당들의 관계에서도 강한 주도권을 행사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번 대선도 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성정당을 만든 것은 당면선거에 눈이 어두워 역사적인 소탐대실을 한 것이다. 악마의 정치 결정판이었다. 이제 진정으로 판을 바꾸는 정치를 시작해야 한다. 명실상부한 토론과 타협의 정치를 통해서 국민들의 고통에 응답하는 정치로 바뀌어야 한다. 판을 바꾸는 정치개혁의 첫 번째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국민을 닮은 다당제 국회의 구성, 대통령 등 단체장 결선투표제, 지방의회의 독점구조를 개혁하는 문제들이다. 최근 위헌심판청구가 제기된 정당설립의 제한을 없애는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이번 정기국회가 끝나면 정치개혁 이슈가 대두될 것이다. 주목할만한 정치적 흐름들을 눈여겨본다. 여야 합의로 구성한 국회 정치개혁 특위의 임기가 내년 4월 30일까지로 되어 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민의 다양한 의지와 가치가 국정에 수렴될 수 있게 선거법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대표연설에서 이 대표의 제안을 언급한 뒤 “저와 국민의힘은 국가 발전을 위해 올바른 방향이라면 민주당과 협의할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대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 등 여야 의원 46명은 최근 광주와 대구에서 ‘승자독식 정치 극복’을 위한 토론회를 열고 비례대표제 확대 등을 논의했다. 690개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하는 '2024 정치개혁공동행동'이 발족되었고 2024년 총선 전까지 국회가 이행해야 할 '10대 정치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공직선거법 개정, 선거제도 비례성 개선, 정당설립요건 완화, 결선투표제 도입, 지방의회 선거제도 개혁 논의 등이 포함되어 있다. 또 여야 중진 등 원내 5당 의원들이 ‘정치 개혁 5법’을 공동 발의했다. 핵심 법안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의 경우 국회의원 선출시 현행 소선거구제가 아닌 4인 또는 5인의 중대선거구제 도입을 명시한 내용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지역구 의원과 동수로 뽑게 했다. 현행 ‘지역구 253명, 비례대표 47명’에서 ‘지역구 127명, 권역별 비례대표 127명, 전국비례대표 46명’으로 바꾸는 안이다. 정당법 개정안에선 정당설립 요건을 대폭 낮춰 누구나 쉽게 창당을 할 수 있게 했다. 국회법 개정안의 경우 현재 국회 교섭단체 요건인 ‘20석’을 ‘10석’으로 낮추도록 했다. 하나같이 매우 중요한 정치개혁안들이다. 중대선거구제는 현재 소선거구제도의 사표와 독과점현상을 완화할 한 가지 장점에 대비해 약점도 많다. 다만 현역 중진의원들이 지지하기에 용이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다. 원내 5당의원들이 함께 중대선거구제를 발의한 것은 그런 판단이 배경에 있을 것이다.
최근 정치권의 움직임이 또 일장춘몽이 될지 어느 정도라도 성과를 만들어낼지는 미지수이다. 현역 국회의원들이 결정권을 가지고 있어 본인들에게 불리한 개혁을 하겠느냐는 회의론도 크다. 그렇지만 요즘의 정치 현실앞에서 안주한다면 국민이 용서하지 않는 국면이 머지않아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을 하나씩 이뤄온 국민들이 아닌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냈듯이 정치개혁과 지속가능한 미래사회의 전망도 세워낼 것이라고 믿는다. 지역소멸의 위기앞에서 우리 지역이 그 변화의 가장 앞에 서기를 소망한다. 익산 정치인들의 선도적 역할을 기대한다. 판을 바꾸는 정치는 이제 국민 생존의 문제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