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항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오미크론의 확산세로 거리두기가 강화되고 매서운 한파까지 몰아치니 사람의 온기가 부쩍 그리워지는 세밑이다. 불안의 시대를 함께 건너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존재인 ‘사람’말이다. 그래서일까 개봉 당시 평론가 김세윤이 “이 영화를 보지 못하고 올해를 마감한다는 건 마지막 남은 희망을 꺼내두지 않은 채 판도라의 상자를 닫아버리는 것과 같다”고 극찬한 ‘나, 다니엘 블레이크’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평생을 사회적 약자의 투쟁과 연대를 담아오던 노 감독은 존재하지만 잊혀진, 실직상태의 노인을 통해 ‘존엄한 삶’에 대한 성찰로 관객을 이끈다. 특히 남은 힘을 다해 꾹꾹 눌러썼을 “나, 다니엘 블레이크, 개가 아니라 인간입니다. 이에 나는 내 권리를 요구합니다. 인간적 존중을 요구합니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는 한 사람의 시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라고 쓰여진 다니엘의 메모, 그 안에 담긴 그의 열패감과 모멸감은 몇 해가 흐른 지금도 오롯이 되살아난다.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바이러스에 강추위까지 더해지는 연말, 그들의 다정함이 간절해지는 까닭은 “시민으로서 존엄한 삶을 살아가고자 했던 다니엘, 다정한 마음과 시간을 나누며 연대를 실천한 다니엘의 가난한 이웃이자 시민들이야말로 모두가 안전한 정의롭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 갈 확실한 희망이다”는 감독의 메시지가 마음을 녹였기 때문일 것이다.
      
유래없는 팬데믹을 겪으면서 우리는 재난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것과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결코 안전한 사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뼈아프게 경험했다. 또한 우리는 코로나로 인한 불평등과 격차를 목도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의 삶을 지속가능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공존과 정의는 반드시 실현해야 할 가치라는 것을 깨달았다.

교육도 예외는 아니다. 코로나19는 미래사회 학교의 필요성을 증명해주었다. 또한 학교교육만으로도 모든 학생들이 기초학력을 넘어 행복하게 배우며 일정수준 이상의 성취에 도달할 수 있도록 ‘교육’에 대한 국가 책임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사실도 증명해주었다.

OECD에서는 향후 미래사회 건설을 위한 ‘OECD 교육 2030’ 보고서를 발표하였다. ‘OECD 교육 2030’은 보다 나은 삶과 사회변화를 위해 교육이 적극적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교육의 핵심 지향으로 ‘변혁적 역량’을 제시하고 있다. 변혁적 역량의 핵심 요소는 참여, 소통, 협력이다. 즉 미래교육의 핵심지향은 ‘시민교육’인 것이다. 또한 OECD 산하기관인 교육연구혁신센터(CERI)에서는 생태교육과 불평등교육을 학교교육에서 다루어야 할 필수 주제로 선정하였다. 이처럼 교육격차 해소와 교육의 공공성 실현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것이다.

코로나 2년차, 역설적이게도 ‘연결’과 ‘연대’의 필요성이 대두되었다. 다행히도 감염의 위험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연결되고 연대할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학생들을 배움의 주체로 세우기 위한 교사들의 다양한 시도, 학교와 학교, 학교와 마을, 학교와 지역의 협력 등 학생들의 배움을 위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사회적 협력 또한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듯 모든 학생들이 ‘자존감’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배우며 가난으로 자신의 꿈이 짓눌리지 않고, 따뜻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층위에서 ‘책임교육’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가는 것과 더불어 우리 사회 청소년들이 코로나19와 같은 예기치 못한 불운에 부딪히더라도 딛고 건너갈 사회적 길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기의 시대를 기회의 시대로 만들어 갈 유일한 해법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