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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4호 대선소회

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대선 마치고 최대 이슈가 청와대 이전문제이다. 당연히 작은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비용도 적지 않게 들고 권위주의 전환의 상징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뜨거운 이슈가 될 만큼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인가? 정작 국민의 삶에서 실제로 닥친 문제들을 생각하면 태풍 앞에서 한가하게 조개 줍고 있는 격이다. 어쩌면 꼭 대선 데자뷔이다. 위기의 사회와 정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은 찾아보기 어렵고 오만과 적대가 판을 친다. 일상의 삶과 관계가 지속가능하지 않은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데 소모적인 권력투쟁의 구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후위기는 왜 인류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협하고 있을까? 명백한 사실은 그동안 살아왔던 방식 때문이다. 가장 큰 사회적 딜레마에 봉착한 것이다. 더 행복하고 싶은 그 욕망 때문에 모두의 삶이 위협당하는 딜레마! 최근 200년 동안 그동안 인류의 모든 삶의 변화, 그 이상의 변화가 진행되었다. 자본주의라는 이름으로, 성장이라는 이름으로, 산업화라는 이름으로,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불평등의 간격은 그 이전의 사회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크기로 확대되었다.

인류와 자연, 지구생태계에서 인류가 누린 독점적 폐해 때문에 기적 같은 모든 삶의 균형이 허물어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대선 후 가장 큰 이슈가 청와대 이전 문제라니! 진짜 닥친 문제들에 대한 대책은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거꾸로 퇴행을 준비하고 있다. 대선 이전의 오랜 시간들, 그리고 이번 대선, 그리고 현재에 있어서도 변하지 않고 있는 기득권들의 현실이다.

촛불혁명으로 세워진 정권이 5년 만에 교체되었다. 10년의 정권교체주기도 무너졌다. 대선 기간 정권교체여론은 계속 과반이었다. 당혹스러운 이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인가? 시대 변화의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이슈는 점점 더 커지고, 더 빠른 속도로, 더 복잡한 연관을 이루고 있다. 기후위기의 문제는 일상의 모든 문제와 연관되면서, 당면한 문제로 다가왔다.

기후위기의 시간표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말미암아 그나마 소걸음이었던 에너지 전환의 약속들마저 뒷걸음질 치려고 한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목표는 점점 더 실현가능성이 낮아지고 있다. 인류의 기후위기 통제선인 1.5도 상승이 2028년이 될 거라는 연구결과까지 나오고 있다. 이번 정권의 임기를 마치면 바로 대면할 발등의 불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자산의 불평등, 소득의 불평등, 기회의 불평등은 계속 확대되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OECD 자살율 1위의 가장 큰 이유이다. 누가 이 난제들을 감당할 것인가? 누가 정권을 잡아도 풀기가 쉽지 않은 문제이다. 새로운 전환의 비전과 실행 역량이 제대로 준비되어 있는가라는 근본적 정치문제인 것이다.

문재인 정부 5년간 정책의 큰 방향은 야심차게 잡았지만 준비 부족으로 성과를 제대로 내지 못했다. 남북 문제, 비정규직 문제, 부동산 문제 등이 그랬다. 교육문제, 균형발전문제 등은 제대로 다루지도 못했다. 기후위기에 대한 대처는 크게 뒤쳐져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피하지 못했다.

그 틈을 뚫고 적폐와 수구 기득권 세력은 다시 부활했다. 변화의 요구와 기대가 크고 절박했던 만큼 실망감은 빨리 커졌고 정권교체의 여론은 높아졌다. 앞으로는 누가 정권을 잡든 변화의 요구와 속도에 대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5년을 버티기도 어렵게 된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개혁과 진보를 표방하는 세력의 정치적 준비 정도가 미흡하다는데 있는 것이다.

취약한 정치가 가장 큰 문제이다.
개별 정치인들의 기득권을 넘어 책임정치의 주체로서 정당이 강해져야 한다. 전환적 시대 비전과 정책 능력, 준비되고 훈련된 리더십과 전업정치인들, 투철한 공적 마인드와 정치 문화의 전통이 세워져야 한다. 강하고 유능한 정당을 위해 헌신하는 정치인이 많아져야 한다. 그런 정치인들이 존경받고 신뢰받아야 정치가 바뀌기 시작할 것이다. 정치혁신이 가장 우선이다.

적대적 공생을 이어가고 있는 독과점 양당체제도 심각한 문제이다. 정치체제가 다원화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선거제도가 바뀌어야 독과점 양당체제가 극복될 수 있다. 언제까지 저열한 정치경쟁에 국민의 삶과 미래가 희생되어야 하는가? 제대로 된 연동형비례대표제도로 개편되면 확실히 바뀐다.

결선투표 없는 대선제도도 큰 문제이다. 우리 정치현실이 잘 웅변하고 있다. 협력적 요소는 보이지 않는 야만적인 적자생존의 제도이다. 최악을 피하기 위해 차악을 강요하는 선거제도이다. 대체로 과반 이상이 사표가 되고 절반 이하의 소수표로 당선자를 선출하는 제도이다.

결선투표가 있다면 정책에 따른 소신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어 제대로 된 정책경쟁이 일어날 수 있다. 결선 투표시 연합의 가능성을 고려하여 서로 신뢰와 호감을 높이는 선거를 치르게 될 것이다.

결선투표제도는 정치적 다양성, 다원성을 보장해주는 선거제도로서 협력적 경쟁과 통합적 변화를 불러일으킨다. 다원주의 정치, 건강한 정책경쟁, 사표를 최소화시키고 과반 이상의 득표로 당선자의 정통성을 높일 수 있다.

강요된 전략투표, 퇴행적 단일화, 분열적 선거, 과반 이하 대표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대선을 교훈 삼아 결선투표제를 꼭 도입해야 한다. 적대적 공생의 기득권 양당체제를 넘어서 명실상부한 연합정치의 시작이 될 것이다. 결선투표제도가 있었다면 이번 대선의 양상과 결과도 달랐을 것이다.

5년은 실수를 줄이고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는 너무 긴 시간이고 준비해서 제대로 성공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다. 어느 정치세력도 이 사회의 성과를 근본에서 망가뜨리지는 못하겠지만 문제는 앞으로 가야 할 길이 훨씬 더 험하다는 것이다. 앞으로 5년은 절박하게 새로 거듭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정치개혁이 최우선이다. 진정한 연합정치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대전환의 새로운 비전과 정책 능력과 인재를 갈고 다듬어야 한다. 야만적인 무한경쟁과 불평등과 차별을 넘어서 연대와 협력, 공생과 상생의 사회로 대전환의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탓할 시간도 아껴서 성찰하며 스스로 대안이 되기 위해 뼈를 깍는 노력을 시작해야 한다. 준비하는 측이 미래의 집권세력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