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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그가 떠난 7월이 벌써 네 번째 돌아왔지만 그리움은 더 깊어진다. 노회찬 재단에서 추모의 글을 부탁해왔다. 내게 노회찬은 어떤 존재였을까? 살아있는 그리움, 따뜻한 진보주의자! 내겐 영원한 대표님이다. 당 대표로 모시고 사무총장으로 함께 일했던 귀한 인연 때문이다. 마음속 깊은 공감과 진심 어린 존경의 대상이었다. 많은 추억과 이야기들이 그리움으로 살아있다. 2014년 7.30 동작 재보궐선거에 노대표가 출마하셨다. 2012년 총선에서 재선되었지만 삼성X파일 떡값 검사들의 실명을 공개한 것에 대해 법원이 유죄선고를 함으로써 당선 10개월만에 의원직을 상실했다. 대법원 판결 직후 기자회견에서 “그 날 그 순간이 다시 온다 하더라도 저는 똑같이 행동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저를 선출한 것은 거대 권력의 비리에 맞서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라는 뜻”이라고 사자후를 토했다. 한치도 흔들림 없이 단호했던 그 표정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의원직 상실의 공백은 컸지만 어떤 정치를 해야 하는지 가슴 시원하게 보여준 것이다. 원래 지역구도 아니었던 동작 재보궐선거의 상대는 나경원으로 쉽지 않은 선거였다. 진보개혁후보 단일화가 추진되었다. 후보 단일화 제안문을 발표 직전 최종적으로 함께 검토했다. 많은 기자들 앞에서 준비한대로 노대표님이 직접 발표했다. 그런데 회견 마지막에 제안문에 없는 내용을 발표했다. 시한 내 단일화되지 않으면 본인이 사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것이다. 모두 멘붕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노회찬 후보로 단일화되었다. 지나고 보니 신의 한 수였다. 뒤에 섭섭한 말씀을 드렸더니 어떻게 상의해요 하면서 허허하고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심각한 상황에서도 여유와 넉넉함을 잃지 않는 분이셨다. 당신의 작은 이해를 위한 결정이 아니었기에 깊이 숙고해서 결정하되 항상 당당했고 감정의 굴곡에 흔들리지 않으셨다. 어려운 사람들의 가슴 아픈 이야기들 앞에서는 항상 눈물샘이 터지곤 하시는 분이었지만! 2015년 정의당 3기 당직 선거를 앞두고 노회찬 대표가 단 둘이 만나자고 하셨다. 3기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시겠다고 말씀하셨다. 2016년 총선을 당신의 책임으로 치러보고 당을 크게 세워내고 싶다고 하셨다. 당 대표가 되시면 당 밖의 일은 당신이 모두 책임질 테니 내게 3기 사무총장으로 당내를 책임져달라고 하셨다. 함께 2016년 총선을 크게 돌파해보자고 하셨다. 그 진심 어린 에너지와 열정에 가슴 뛰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어찌 잊겠는가? 결선투표에서 낙선하셨지만 노회찬대표가 3기 대표를 맡으셨다면 오늘과 어떻게 달랐을까를 부질없이 가끔 생각해보게 된다. 2016년 노회찬 의원 초청 강연회가 익산에서 열렸다. 강연회 마치고 뒷풀이로 어양동 막걸리집에 모셨다. 술값만 내면 안주 한 상 깔아주는 전라도식 막걸리집이었다. 무척 좋아하셨다. 어쩌면 그렇게도 맛있게 드셨다. 원래 소문난 미식가이기도 하셨다. 전국 어디를 가든 맛집은 그의 추천이었다. 특유의 구수한 입담을 곁들여 익산사람들과 함께 막걸리 나누던 추억은 지금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내 페북 프로필 커버 사진은 2017년 노 대표님과 전주에서 찍은 사진이다. 전북대 강연을 오신 노회찬의원과 뒷풀이에서 둘이 사진을 찍게 되었다. 사진을 보고 노 대표님이 ‘우리는 쌍라이트 형제’라며 너털웃음을 지으셨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회찬이형’이라고 한 번 불러보고 싶었다. 형제의 추억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 언젠가 이렇게 여쭈어 본 적이 있다. “대표님, 방송에서 재미있는 멘트는 평소에 준비하세요?” “뭘 준비해요? 즉석에서 생각나는 대로 얘기해요” 장례식 기간에 연세대 추모 행사 중 노대표님 고교동기들이 고등학교 때도 촌철살인의 비유와 재치가 넘쳤다고 추모했었다. 많은 독서와 세상에 대한 많은 생각과 믿음과 낙관이 그렇게 표출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모님과 가족들이 함께 하는 49재는 김제 귀신사에서 지냈었다. 그런데 다음날 고창 선운사 말사인 참당암에서 주지스님이 따로 노대표님 49재의 의식을 진행하신다고 해서 참석했었다. 참당암은 노대표님이 대학 이후 사회생활을 고민하던 1981년 8월 한 달간 기거했던 곳이고 그 방은 지금도 그대로 남아있다. “광주시민들의 외침이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보고, 올바르고 참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서른 번의 낮과 밤을 보내며 ‘물의 흐름’처럼 역사에 나를 맡겨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상식이 통하고 약속이 지켜지는 정의가 바로 서 있는 사회를 만드는데 힘을 보태기로 마음을 굳혔다” 참당암을 떠나던 노회찬의 결심이었다. 노대표가 세상을 떠나시던 과정은 내 가슴에 큰 아픔과 회한으로 남아 있다. 드루킹 사건의 유탄이 4천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노대표님께 향하고 언론들의 집중 취재대상이 되었다. TV로만 보았지만 인터뷰 모습이 평소 느낌이 아니었다. 특유의 여유가 보이지 않는 모습에 이상해서 정의당 대표에게 전화했다. 노 대표님을 바로 만나 대책을 함께 세워야 한다고 힘주어 요청했다. 노 대표님은 당 대표에게 당신이 알아서 하실 수 있다고 걱정말라고 하셨다. 그때 무조건 서울에 가서 직접 찾아뵙고 고민을 나눴어야 했다. 그러지 못한 것이 두고 두고 후회스럽다. 뒤에 들은 얘기이지만 사모님과만 상의하셨다고 한다. 사모님께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직을 사퇴하고 국민들께 사죄하면 어떻겠냐고 얘기하셨다고 한다. 노대표님은 그 정도 가지고 될까라고 반문하셨다고 한다. 본인이야 사퇴로 정리한다고 하지만 당에 대한 공격, 진보세력에 대한 흠집내기는 막을 수가 없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그러면서 ‘한 방에 해결하는 방법도 있지’라며 흘러가듯 무심하게 얘기하셨다고 한다. 유서에 남기신 당부는 평소 그의 고민 그 자체였다. 그 유지는 내 가슴속에 깊이 남아있다. 그의 존재와 이야기는 살아있는 그리움이고 정치적 희망과 믿음의 샘터이다. 약육강식의 정치판! 모두 자기 정치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냉혹한 세계! 더러워서 침 뱉고 배고파서 돌아서야 하는 척박한 정치생태계에서 정말 따뜻하고 사랑이 깊은 진보정치인이었다. 대세주의와 기회주의의 정치판에서 보기 드물게 염치를 아는 정치인이었다. 좋은 정당정치에 진심으로 헌신한 정치인이었다. 그 당부를 어찌 잊겠는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