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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지난 9월 5일 국회에서 장점마을 관련한 간담회가 열렸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들의 요청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국회의원이 마련한 자리였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위원들, 익산시 환경정책과, 환경부 자연생태정책과에서 참석했다. 간담회 의제는 장점마을 집단암발병의 환경오염원인 금강농산 공장의 후속처리문제였다.
금강농산 공장부지는 2020년에 익산시에서 매입하여 불법폐기물 이적처리 및 오염토 제거작업이 완료된 상태이다. 그동안 장점마을 주민대책위원회와 민관협의회 위원들은 비료공장을 보존 활용하여 ‘환경피해에 대한 기억의 공간, 주민 치유의 공간, 환경교육 공간’으로 조성해줄 것을 일관되게 요청해왔다.
환경오염에 의한 비특이성질환에 대해 정부가 인정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전국에 많은 유사한 마을들의 피해 문제해결과 재발방지를 위해 매우 중요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또 익산시민의 입장에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력으로 만들어낸 역사적인 결과인 만큼 큰 자부심을 가질만한 사례이기도 하다. 지역소멸의 위기앞에서 지속가능한 지역사회의 미래는 지역공동체 구성원들의 협동과 협력, 그리고 민주적인 거버넌스 지방정치에 달려있다는 것이 뜻 있는 전문가들의 지적이기도 하다. 장점마을 사례는 그러한 요소를 모두 가지고 있는 익산의 미래를 위한 귀중한 사회적 자산이기도 한 것이다. 누가 마을을 방문하더라도 금강농산 건물이 보존되어야 기억의 공간, 치유의 공간, 교육의 공간으로 생생한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익산시는 전문기관에 의뢰해서 ‘금강농산 부지 활용방안 용역’을 두 차례 실시했다. 첫 번째 용역(지방행정발전연구원)의 결과로 2020년 12월 환경부에 국립환경박물관 건립을 요청했지만 환경부의 부정적인 태도로 무산되었다. 두 번째 용역(전북연구원)의 결과로 국가환경회생교육원(환경교육관, 환경회생체험관, 장점마을 메모리얼파크) 조성을 환경부와 협의하였으나, 환경부는 스마트-그린도시 공모사업이나 도시생태축 복원사업 공모 검토를 요청했다. 스마트그린도시 공모사업은 기재부에서 예산이 미반영되었고, 그 대책으로 친환경복원사업(생태복원, 환경피해 치유명상센터, 정원조성)을 추진했지만 기재부에서 역시 미반영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치면서 2021년 12월에 도시생태축복원사업으로 65억 원(국비 45.5억, 시비 19.5억)의 예산이 확보되었다. 익산시는 2022년 1월 5일 제37차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회의에서 도시생태축복원사업 추진 과정에 대해 보고하고 관련 용역기관 ‘도시생태축복원사업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방향에 대해 설명회를 실시했다. 하지만 도시생태축복원사업은 (구)금강농산 공장시설을 철거하고 생태숲 등을 조성하는 방향으로 되어 있어 여러 위원들이 적극적으로 문제 제기했다. 결국 도시생태축복원사업 기본구상 및 타당성 조사 용역을 통해서 금강농산 보존에 대한 위원들의 문제의식을 적극 반영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해서 용역이 진행되게 되었다. 용역 결과는 제38차 장점마을 민관협의회 회의(2022.6.30)에서 발표되었다. 그런데 금강농산 공장건물을 사실상 철거하는 방안이었다. 도시생태축복원사업이라는 미명으로 역사적인 의미를 가지는 금강농산 공장을 철거하는데 대해 심각한 문제의식이 제기되었다. 익산시는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공장철거는 불가피하다고 했다. 공장을 철거하지 않는다면 예산을 집행할 수 없다고 했다. 재차 삼차 확인했지만 환경부의 입장은 확고하다고 했다. 문제제기가 계속 이어지자 익산시에서는 민관협의회에서 예산집행에 대한 반대 의견을 결정한다면 사업을 시행하지 않고 예산을 반납하겠다고 했다. 민관협의회의 반대를 이유로 예산을 반납한다면 향후 금강농산에 대한 후속대책에 익산시나 환경부는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게 될 것이었다. 환경부의 입장을 확실히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또 국회간담회를 통해서 환경부를 설득하거나 압박할 목적도 있었다. 국회간담회에서 민관협의회 위원들의 환경부 가이드라인에 대한 분석 발제가 있었다. 가이드라인에는 도시생태축복원사업 기본 계획의 공간적용에서 핵심구역, 완충구역, 협력구역(전이구역)이 있다. 협력구역은 지역의 자원을 함께 관리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이용하기 위해 이해 당사자들이 함께 활용하는 지역, 생태학습 및 체험 등이 이루어지는 친환경공간, 생태교육과 복원에 대한 인식 증진을 기대할 수 있는 홍보공간으로 사업면적의 10% 이하로 설정할 수 있다. 총 사업부지가 56275㎡여서 10%면 5627㎡이고 현재 존치가 필요한 금강농산의 건물은 3500㎡ 전후여서 협력구역으로 보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내용이었다. 발제 후 토론이 시작되었다. 발제 내용에 대한 환경부의 입장은 익산시의 얘기와는 전혀 달라서 적잖이 당혹스러웠다. 환경부는 지역에서 합의하고 도시생태복원위원회 등 적절한 과정을 통해서 협력구역에 공장존치를 포함한 복원계획의 계획안이 제출된다면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국회간담회장이 순간 확 달아오르고 참여했던 민관협의위원들의 어처구니없어하는 표정들이 이어졌다. 익산시는 환경부와 환경부가이드라인 때문에 공장철거가 불가피하다고 여러 번에 걸쳐서 확인하고 단정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익산시에게 장점은 지우고 싶은 상처이고 오명일까? 환경부를 강하게 설득하고 압박하려고 마련한 자리가 익산시에 대한 의문으로 종료되었다. 그동안 의견을 충분히 모으고 대안을 만들 수 있었음에도 잘못된 정보를 전제로 소모적인 도돌이표 논쟁을 한 셈이다. 추석 이후에 민관협의회를 개최해서 다시 논의하기로 하고 국회간담회는 마쳤다. 돌아보면 익산시는 장점마을 집단암발병사태 원인제공의 한 주체이다. 익산시가 조금만 더 주민 의견을 존중했다면 희생을 줄일 수 있었다. 장점사태는 뼈아픈 비극이지만 그 교훈을 잘 살린다면 익산의 미래에 큰 자산이 될 수 있다. 더 많은, 더 넓은, 더 깊고 더 높은 민주주의를 위한 거버넌스 지방정치야말로 앞으로의 지역소멸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 장점마을 민관협의회는 지역소멸에 대안이 될 수 있는 거버넌스 지방정치의 미래적인 표본으로 삼아봄직도 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익산시의 태도 변화와 대안 마련을 진심으로 기대하고 부탁드린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