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 한의원장

익산 맨발대학설립추진위원

A. 잠이 무엇인지 아직 모른다.
국어사전에는 ‘눈을 감고 아무것도 느끼는 것이 없이 쉬는 일’이라고 정의하고
위키백과에는 ‘잠(영어: Sleep) 또는 수면(睡眠)은 동물이 일정 시간 동안 몸과 마음의 활동을 쉬면서 의식이 없는 상태로 있는 것이다.
의식은 없거나 줄어들고, 감각 기관이 상대적으로 활동을 중단하며,
거의 모든 수의근의 움직임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줄어드는 것으로 각성과 구별되며,
쉽게 의식을 되돌릴 수 있다는 점에서 겨울잠이나 혼수상태와는 구별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잠이 들었다 해서 의식이 없는 것도 아니요, 감각이 없는 것도 아니요, 움직임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의식도 감각도 동작도 줄어드는 건 확실한데 어느 정도 줄어야 ‘잠’이라고 할 수 있는가를 정하기 어렵다. 뇌파(腦波)로 정의하려 해보지만, 그것도 정확지 않아, 삼척동자도 보면 알 수 있는 ‘잠’을 오늘날까지 의학적으로는 확실히 규명할 수 없다.
수면이 무엇인지 규정하기 어려우니 당연히 ‘불면’도 정의하기 어렵다.
대한 수면 연구 학회에서 정의한 ‘불면증’이란
첫째. 잠들기가 어렵거나, 자주 깨거나, 도로 잠들기가 어렵다.
둘째. 너무 일찍 깬다. 초저녁에 잠들고 새벽에 깨서 힘들다.
셋째. 잠을 잔 것 같은데 아침에 멍하거나 머리가 맑지 않다.
이러한 증상 중 하나 이상이 주 3회 이상이고, 그것이 3개월 이상 지속되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할 때 ‘만성불면증 장애’라고 한다. 학회에서 열거한 증상들은 모두 ‘매우 주관적’이다.
이처럼 잠이 무엇인지 객관적‘증거’는 확실치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매우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B. 잠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잠은 ‘뇌에 의한, 뇌를 위한, 뇌의 현상’으로 뇌가 쉬지 못하면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다.
그것을 혈중알코올농도와 비교한 것이 있어 소개한다. (대한 수면 연구 학회)

물론 모든 사람에게 일방적으로 적용할 수는 없지만,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조금 상세히 들여다보자.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으로 운전을 하다가 교통사고를 낸 경우, 혈중알코올농도 0.08% 이상의 상태에서는 운전만 해도 면허가 취소된다( 도로교통법 및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그러니까 하룻밤을 새우고 운전을 하거나, 일주일 동안 하루에 4시간씩만 자고 운전을 하면 혈중알코올농도 0.1%와 맞먹는 위험도가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잠이 무엇인지 알 수는 없지만 잠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다.
수면은 모든 포유류와 조류, 다수의 파충류, 양서류, 어류는 잠을 자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각각의 진화 형태에 따라 잠을 잔다. 어떤 동물들은 겨울을 나기 위해 ‘겨울잠’을 하기도 하고, 갈매기는 날면서 잘 수도 있고, 돌고래는 헤엄을 치면서 좌우의 뇌가 교대로 잠을 자기도 하며, 어른 아프리카코끼리는 선 채로 3시간 정도 잠을 잘 수도 있다. 인간은 하루 24시간 중 6시간씩만 잔다고 해도 80년 인생 중 20년을 잠으로 보낸다는 계산이 나온다. 어떤 사람들은 자는 시간이 굉장히 아깝다고 생각했다. 현대그룹 창설자 정주영 회장은 자는 시간이 아까워 ‘통행금지’가 없는 고속도로에서 이동 중에 잠을 잤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필자 학창 시절에만 해도 ‘4당5락:시험 준비를 하는데 4시간 자고 공부하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고 했었다. 잠 잘 자고 운동도 잘해야 공부를 더 잘할 수 있었는데^^.

C. 잠은 아래와 같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인지능력에 관여한다.
잠을 자지 않으면 기억과 학습에 문제가 생긴다.
우리가 잠을 잘 때, 뇌는 아무런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흔히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그러나 우리가 낮 동안 습득한 정보 들은 수면 중에 기억의 형태로 뇌에 저장된다. 수면 중에 신경세포의 시냅스 강화가 일어나며 그 강화된 시냅스 속에 저장된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면서 낮에 해마에 저장한 정보가 대뇌와 상호작용으로 복습하면서 기억으로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수면에 이상이 생기면 기억력 장애는 물론 치매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면역력에 관여한다.
동물실험에서 쥐는 2주 동안 잠을 자지 못하자 피부에 종양이 생기고 체온이 낮아졌으며, 먹이를 먹어도 몸이 말라갔다. 그리고 4주 동안 잠을 자지 못하자 면역 기능이 낮아져 감염증으로 죽고 말았다. 사람이나 동물은 수면을 제대로 못 취하면 몸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고, 심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셋째, 주지하다시피 수면은 몸의 피로를 해소한다.
인간의 뇌는 뉴런이라 부르는 약 1,000억 개의 뇌세포로 구성되어있고, 100조 개의 시냅스 연결이 있다. 우리의 눈이나 귀, 촉각 등 감각 기관이 제공하는 정보는 전기 신호로 바뀌어 시냅스 연결을 통해 뇌세포들이 주고받는다. 이 과정에서 깨진 평형 상태를 원래대로 복구하여 최적화된 상태로 만드는 과정이 수면이다. 즉 수면은 이 시냅스의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뇌의 행위이다. 또, 수면 중에는 체내에서 필요한 물질을 합성하는 동화 상태가 고조되어, 성장과 면역, 신경, 뼈, 근육 계통의 회복이 두드러진다.
넷째, 뇌세포 활동의 찌꺼기를 청소한다.
\수면 중에 신경세포 간 틈새 공간이 크게 확장되기 때문에 뇌척수액이 이 공간을 돌아다\니며 세포의 대사 산물을 청소한다. 즉 잠을 잘 때 뇌에서는 배관 시스템이 활성화되고 뇌척수액은 세척제 역할을 하는 것이다.

D. 이렇게 중요한 잠이 왜 안 올까?
불면증의 종류부터 알아본다.
첫째. 급성 불면증(acute insomnia)
수일에서 수 주 동안만 잠을 못 자는 것을 말합니다. 이 형태는 대개 흥분이나
스트레스가 원인입니다. 예를 들면 중요한 시험이나 운동시합을 앞둔 학생, 사업상 중요한 만남을 앞둔 사람, 부부싸움을 한 후 등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는 담허불면(膽虛不眠: 초조해서 생기는 불면과 간화불면(肝火不眠: 화가 치밀어 생기는 불면) 두 가지가 있고 치료법도 각각 다르다. 또 잘 시간 가까이에 격렬한 운동을 한다거나, 열병을 앓는 때에도 잠을 잘 이루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둘째, 만성불면증 (Chronic insomnia)
3개월 이상 지속되는 불면증을 의미하며 한국인 전체의 약 15~20%가 만성불면증으로 고생하고 있다.

E. 불면증을 원인별로 분류해보자.
첫째, 일차성 불면증
서양 의학적으로 다른 유발요인을 찾을 수 없는 경우를 말하는데
한의학에서는 한열(寒熱)과 기혈(氣血)의 분포(分布)를 원인으로 찾는 경우가 많다.
둘째, 이차성 불면증
다른 질환이 원인이 되어 생기는 불면증으로, 다른 질환에는 홧병, 폐쇄성 수면무호흡증, 하지 불안 증후군, 주기성 사지운동증, 우울증, 불안장애 등의 정신과 질환 등이 있고, 또한 호흡기 질환, 심장질환, 치매, 파킨슨병과 같은 신경과 질환도 흔하다. 이차성일 때 불면증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정신과, 신경과, 내외과적인 질환이나 통증 치료가 함께 수반되어야 한다.
셋째, 노화로 인한 불면증
젊은이는 기혈이 성하여 근육이 탄력성 있게 움직이고, 기의 흐름이 좋아 내부와 외부의 기운이 제대로 운행되기 때문에, 낮에는 정신이 집중되고 밤에는 잠을 잘 잔다.
그런데 노인은 기혈이 부족하여 몸이 마르고, 기가 제대로 흐르지 못하여 내부 오장이 서로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서 쇠해진다. 그래서 외부의 기운(근육과 피부)이 내부로 들어가 대신해 주어야 하므로 낮에는 집중이 안 되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는다. 《영추》
[壯者之氣血盛, 其肌肉滑, 氣道通, 榮衛之行, 不失其常, 故晝精而夜瞑. 老者之氣血衰,其肌肉枯, 氣道澁, 五藏之氣相搏, 其榮氣衰少, 而衛氣內代, 故晝不精而夜不眠. 《靈樞》]
즉 노화로 내부 오장이 쇠해져서 불면이 생긴다는 것이다. 장에서 생산되는 세로토닌의 양이 줄어들거나, 뇌의 멜라토닌 수용체 기능 저하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인다.
넷째, 어린이와 청년 불면증
유·청소년 불면의 원인은 과한 스트레스나 차가운 음식, 튀긴 음식, 인스턴트 음식 등으로 내부 장기와 뇌가 노인처럼 일찍 균형을 잃고 쇠해지는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