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 한의원장

익산 맨발대학설립추진위원

나이의 역설이 몇 가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이해심도 너그러워질 거로 생각하는데 (물론 그런 분들도 많이 계시지만) 뇌 위축과 그로 인한 기능 저하로 인해서 치매가 아니더라도 상식에 잘 안 맞는 행위를 하는 분이 많습니다.
1. 젊었을 때보다 ‘노욕’이 생겨 주변인들에게 빈축을 사기도 하고,
2. 손자와 과자를 나눌 때 다투기도 하고,
3. 의심이 많아져 가족 사이가 나빠지기도 하고,
4. 서운한 것이 많아져 삐치기도 하고
5. 감정에 대한 기복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6. 또 하나는 젊었을 때는 여러 가지 의무적인 일과 스트레스 등이 많기 때문에 잠을 잘 자지 못했더라도 나이가 들면 시간적·경제적 여유도 있고 운동 시간도 충분하여서 수면을 길고 깊게 잘할 거로 생각하지만 실제로 나이가 들면 더 잠을 못 잡니다.
오늘은 왜 나이가 들면 잠을 못 자는지에 대해서 알아보고자 합니다. 나이가 들면 초저녁에 너무 졸려서 조금 자다가 새벽에 깨서 더 이상 잠이 안 오는 일이 생기고, 낮잠을 조금이라도 더 자든지 커피를 마시고 밤에 수면을 못 할까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왜 잠을 ‘못 자는 가’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
노인의 수면을 방해하는 요인이 여러 가지인데 먼저 노화로 인한 요인부터 살펴봅니다.
이 대목을 얘기하려면 몇 가지 세포생물학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어렵지 않게 설명해 드려볼 테니 조금만 참고 읽어보세요^^.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매우 많은 숫자죠.
그런데 진화론적으로 보면 본래 단세포들이 즉 하나하나의 세포가 서로 협력구조를 만들어 60조 개의 인체가 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의 세포는 독립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1. 세포막이 있어 타 세포와 구별하고
2. 세포골격이 각각 있어 세포마다 서로 다른 모형을 유지하고
3. 핵이 있고, 자기가 필요한 물질을 스스로 만들 유전자가 있고
4. 그 유전자의 설계에 따라 물질을 직접 만드는 리보솜이 있고
5. 리보솜이 만드는 물질을 탁송할 때, 배달지의 주소를 붙이는 골지체가 있고
6. 세포를 청소하는 리소솜이 있고
7. 이 모든 작용을 하는 데 사용되는 에너지를 ‘생산하는 자가 발전소’ 즉 미토콘드리아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세포는 우리의 복잡한 사회를 축소해 놓은 것과 비슷합니다.
이 정도의 세포 상식을 기반으로 노인 수면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째, 미토콘드리아와 관계가 있는 아데노신입니다.
미토콘드리아는 ATP라는 생체에너지를 생산하는 세포 소기관입니다. 그 ATP는 (아데노신+인산)합성물인데, 인산이 떨어지는 순간 에너지가 나오면서 아데노신이 남습니다. 그러니까 ATP는 에너지를 함유한 물질이고, 인산이 떨어진 아데노신은 에너지가 없는 물질입니다. 결국 ATP가 많으면 힘이 나는 거고, 아데노신이 많으면 피로한 것이지요. 이 아데노신의 양이 일정한 정도를 넘었다고 뇌가 판단하여 ‘쉬어야겠다’라고 하는 것이 잠이지요. 생각보다 단순하고 쉽죠^^.
그런데 이 피로물질인 아데노신도 역설적인 측면이 있습니다. 수면 중에 피로 해소를 위해 혈관을 확장하고, 염증을 없애고, 〔아데노신 A1 수용체에 결합하여〕 통증을 억제하는 진통제로도 작용합니다. 그러니까 아데노신은 피로물질이기도 하고 역으로 잠을 잘 자게 하여 피로를 해결하는 물질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미토콘드리아가 노쇠하여 ATP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하니 기운이 없어 낮에 조금만 일을 하거나 움직여도 피로하여 졸음이 옵니다. 또 ATP가 적으니 당연히 잠을 잘 자게 하는 아데노신의 양도 적어 밤에 깊은 수면을 오래 유지하지도 못하게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대로 젊은이들은 미토콘드리아에서 ATP를 충분히 만들어 내기 때문에 낮에 많은 일을 할 수 있고 그 결과 나오는 많은 아데노신 때문에 밤에 깊은 수면을 할 수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둘째, 많이 들어 보셨을 ‘행복 호르몬’ 세로토닌입니다.
햇빛을 많이 보면 잘 생성된다는 세로토닌은 95%가 위장관에 분포하여 소화와 관련하고 5% 미만이 뇌에 존재하는 데 이 5%가 오늘의 주제 중의 하나입니다. 세로토닌은 비타민 B6 + 비타민 B12 + 트립토판 + 마그네슘 이 4가지를 가지고 체내에서 합성하는 호르몬입니다. 이들 4가지 물질들은 모두 장에서 흡수해야 하는 것들이어서 장에 문제가 생기면 세로토닌 합성에 물질 부족으로 문제가 생깁니다. 나이가 들면
1. 장이 무력해져 흡수에 문제가 생기고,
2. 차가워져서 장내 유익균의 활동저하로 독소가 많이 발생하고,
3. 장누수(腸漏水: 장벽에 구멍이 나는 것)가 생기면 독소와 염증성 물질이 증가하여
4. 세로토닌과 〔바로 뒤에 말씀드릴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의 생산과 대사 과정에 이상이 생겨
   기분도 가라앉고 잠도 안 오게 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