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경

관광과 특산품, 그래서 익산은 관광의 도시다.
초등학교 시절(나에겐 초등학교 시절이지만)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지역의 특산품 달달달(열심히) 외워야 했었다. 항상 시험문제에 출제되었었기에 나는 고득점을 받기 위해 열심히 외웠던 것 같다.
 전라북도 익산에 특산품은 무엇일까? 쌀, 고구마, 양파, 마 등 익산을 대표하는 농 특산품이 떠오른다. 또 ‘돌(화강석)’ 이 있다. 익산 황등석이라고 불릴 만큼 아주 유명한 돌이다. 청와대에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백제 역사유적지구의 익산 미륵사지 석탑과 왕궁리 오층 석탑 등 그 귀한 돌들을 지금도 볼 수 있다.
 그런데 나에게는 특별한 특산품이 있다. 익산에서~~. 그런데 그 특산품은 익산에서 생산되거나 재배되거나 그렇다고 해서 채굴되지도 않는다. 바로 ‘보석’이다. 내가 알기로는 익산에서는 원석이 직접 발굴되거나 생산되지 않는다. 하지만 익산 사람들은 원석을 가공하는 뛰어난 기술로 ‘보석’을 만드는 도시가 되었다. 아주 아주 오래전부터 익산에서는 보석을 아주 잘 세공했었다.
 그럼 지금부터 역사적 유물을 통해서 그리고 산업화 시대를 통해 어떻게 익산이 보석의 도시가 되었는지 간단히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익산의 서동공원에 가보면 마한관이 있다. 옥을 만들었던 거푸집과 다양한 옥 제품이 전시되어있다. 그리고 입점리 고분전시관에는 그곳에서 출토된 왕관과 금동신발, 귀걸이 등 다양한 금세공품 등이 전시되어 있다(안타깝게도 진품은 전주 국립박물관에 전시되고 있지만...). 그리고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익산 미륵사지와 익산 왕궁리 유적에도 다양한 금세공품  등이 출토되어 전시되고 있다. 꼭 전시관에 가서 보기를 권한다. 얼마나 정교한지 얼마나 섬세한지  그 아름다움을 표현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다.
이번 주말 익산 미륵사지와 왕궁리 유적의 전시관에서 보석 찾기 여행은 어떨까?
  또한 익산이 보석의 도시가 될 수 있었던 이유가 산업화와 관련이 깊다. 익산의 옛 지명은 이리이다. 1970년대 산업화 시대 이리는 마산(지금의 창원)과 수출 자유 지역이었다. 수출산업 활성화와 인구 분산 정책에 따라 익산(이리)에 귀금속보석 가공단지가 조성되어 지금껏 그 기술을 이어가고 있다. 2010년대 이후 익산은 귀금속보석 전시판매장인 주얼팰리스와 보석박물관을 건립하여 지금은 익산시를 대표하는 관광지가 되었다.
 익산IC 근처 피라미드 모양 건물과 키가 큰 공룡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바로 익산보석박물관과 화석전시관이다. 화석전시관 옆 마당엔 키가 큰 공룡 가족도 있다.
 익산보석박물관 내부 몇 곳을 꼭 알려주고 싶다. 먼저, 탄생석을 찾아보아야 한다. 난 8월, 페리도트다. 행복한 부부 생활과 우정, 희망을 상징은 8월의 탄생석이다. 특히 내가 좋아하는 맑은 연두빛이다. 좋다. 맘에 든다. 가져보고 싶어진다. 한 번 더 안쪽으로 들어가니 커다란 백수정이 있다. 손을 넣어 만져볼 수 있다. 내가 마치 포춘텔러(fortuneteller)가 된 듯하다. 이 커다란 백수정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으면 나의 가족의 건강과 행복도 잠깐 기원해 본다. 보석 탑과 오봉산일월도 앞에서 사진 찍기는 필수이다. 익산미륵사지석탑(국보제11호)을 보석으로 재현(축소)하였다고 한다. 얼마나 그 보석이 청초한지 보석 탑의 그림자도 마치 투명하게 느껴진다. 그 옆에 오봉산일월도에는 보석이 무려 10만 여점의 보석이 모자이크 형태로 제작되어 있다. 이중 4만 7천여 점의 기증 보석을 활용해서 제작되었다고 하니 그 의미도 참 곱다. 해와 달이 똑같은 선상에 나란히 떠있다. 난 이 자리에서 꼭 사진을 찍는다. 임금님처럼, 왕비처럼 말이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더 진귀한 보석들이 전시되어 있다. 순금으로 만들어진 미륵사지탑(모형)과 보석으로 만들어진 ‘보석 꽃’ 등 입이 잘 다물어지지 않는다. 난 보석에서 좋은 기운이 나온다고 믿기에 충분히 눈길을 보낸다. 소유해야만 내 것은 아니니까...
 익산의 특산품은 나에게 좋은 추억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참 철부지였을 때 시집을 갔다. 엄마와 함께 결혼예물을 보러 익산으로 왔다. 나와 신랑은 최소한의 예물만 하기로 약속했었고, 시어머니께서는 바쁘셔서 (친정) 엄마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셨던 것 같다. 그땐 시댁이 익산이라서 예물을 익산에서 맞추었다고 생각했었다. 타 지역에서 결혼 생활을 하다 2001년 나는 익산으로 정착하여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익산에서 살면서 엄마가 왜 익산에서 결혼예물을 맞추어 주셨는지 서서히 깨닫게 되었다.
 여행지에서 누군가를 생각하며 그 사람을 위해 선물을 찾는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지 안다. 특산품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 난 그게 바로 요즘 말하는 ‘잇템’이라고 생각한다. 익산에 잇템에는 충분한 역사적 근거와 사회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익산은 관광의 도시가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