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제목이 익숙한 듯 생소한 듯 입에 착 달라붙지 않는다. 요즘 공부하고 고민하는 내용들이다. 우리 미래를 진심 걱정하시는 분들이 같이 살펴봤으면 하는 소망으로 제목을 잡았다.

코로나 4차 대유행의 기세가 더 거세다. 백신 접종이 시작될 때만 해도 집단면역을 통해 마스크 없는 일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바이러스 변이로 변이종이 우세종이 되고 돌파 감염으로 마스크를 벗었던 나라들도 다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이제 절반 가까운 국민들이 1차 접종을 마쳤고, 1/5 정도의 국민들이 접종을 완료했다. 정부는 아직 11월 집단면역목표를 고수하고 있고, 강력한 4단계 방역 조치를 이어가고 있다.

장기간의 팬데믹으로 피로감과 생활고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코로나를 이기려고 하지 말고 함께 살아갈 대책(with 코로나)을 검토할 때라고 한다. 논란은 계속되겠지만 백신접종률은 어떻게든 연내에 70% 이상 도달할 것이고, 바이러스 변이도 계속 일어날 것이다. 방역과 일상의 새로운 균형점을 찾는 노력도 계속될 것이다.

코로나팬데믹이 처음 닥쳤을 때 잠시 어려움은 겪겠지만 일상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가 일반적이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그런 기대를 놓지 않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코로나는 일시적인 우연이 아니라 인간이 만들어낸 필연적인 위기인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기적 같은 지구의 생태균형을 무너뜨린 결과인 것이다. 배타적인 탐욕을 위한 무한경쟁의 결과인 것이다. 어찌 코로나뿐이겠는가? 처음 겪어보는 무서운 날씨 변화가 대변하는 기후위기도 그렇고 감내하기 어려워진 사회적 양극화와 불평등도 그럴 것이다.

오랫동안 누적된 탐욕의 결과이기에 그 대책을 위해서도 오랜 시간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이제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다시 돌아간다면 미래는 종말과 파국으로 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할 때이다. 코로나 이후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 것인가? 마스크는 벗을 수도 있고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모임 제한은 풀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를 통해 과거를 성찰하고 새로운 미래를 지속가능하게 만들 큰 교훈을 찾지 못한다면 미래의 일상은 존재하지 않을 것임을 깊이 깨달아야 한다.

코로나의 역설 하나를 살펴보자. 코로나로 인해 관계 단절과 이동 제한이 강력하게 시행된 결과 세계적으로 탄소배출이 7% 감소했다고 한다. 현재의 기후위기 대책을 위한 2050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 가까이 저감해야 한다. 매년 7%씩 저감하면 가능한 수준이다. 바꿔 얘기하면 코로나팬데믹 수준의 강력한 조치가 없이는 2050 탄소중립은 실현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면 인류 종말의 기후위기는 막을 길이 없다는 얘기이다. 기후변화에 관한 195개 정부간 협의체 IPCC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2100년까지 온도 상승폭을 1.5도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10년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최소 45% 감축해야 하며 2050년까지 순제로 배출이 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스크 착용이나 영업시간 제한이나 모임 인원 제한과는 위험의 수준을 달리하는 얘기이다. 코로나는 어쩌면 지구가 인간에게 보내는 마지막 따뜻한 경고일지도 모른다.

이제 문명전환 수준의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지금까지의 삶의 방식과 관계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것을 인정하고 근본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새로운 삶의 방식과 관계를 만들어가기 시작해야 한다. 성찰과 모색, 대안 논의와 합의, 혁신과 제도화! 바로 정치가 중심에 서서 해야 할 몫이다. 그래서 문명전환의 정치가 절박하게 필요한 때이다.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새로운 모색을 위해 눈여겨 살펴보고 배워야 할 최근의 귀중한 성과가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이와 관련해서 TRANSIT(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 Theory)라고 불리우는 전환적 사회혁신(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 TSI) 이론을 모색하는 수년에 걸친 국제 연구 프로젝트를 지원했다. 그 결과로 전환적 사회혁신 선언문(Manifesto for Transformative Social Innovation)이 발표되었다. 이 선언문은 ‘전환적 사회혁신 이론 프로젝트(TRANSIT)’에 참여했던 사회혁신가, 연구자, 사회혁신 조직, 공무원들이 함께 만든 것이다.

이 선언문은 시스템 전환론을 도입하여 로컬에 머물기 쉬운 사회혁신을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전환의 관점에서 살펴보고 혁신활동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커뮤니티 에너지 이니셔티브, 기본소득 실험, 협동조합은행, 주민참여 예산제도부터, 생태마을, 공유 공간, 디지털 제조 공방, 공유플랫폼, 농업 협동조합, 도시 리빙랩 등 사회 혁신 사례들을 주목한다.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기 위해서 사회 속에 뿌리 깊게 내재된 기존의 주류 제도들(예를 들어 개인주의, 서열주의, 경쟁제일주의)을 변화시켜야 하는데 기존의 행동, 사고, 조직화 방식에 도전하고 변화시켜 나가는 이러한 과정을 ‘전환적 사회혁신’이라고 이름 붙였다. 이 선언문에서는 13가지 원칙을 제시한다. 대안적인 경제, 대안적 사회관계, 사회·기술혁신, 투명하고 포용적인 의사결정 등 기회가 될 때마다 소개하고 함께 생각할 기회를 가지려고 한다. 우리의 자산으로 만들고 활용해야 한다.

큰 위기앞에서 정치의 역할은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내년 3.9 대선과 6.1 지방선거에서 전환적 사회혁신을 위한 준비된 지도자는 누구일까? 정의로운 문명전환의 큰 정치를 기대할 수 있을까? 요즘 여야의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며 마음이 고통스럽다. 지속 가능한 삶을 위협하는 발등의 큰 문제들에 대한 깊은 고민과 준비된 대안 논쟁은 볼 수가 없다. 과거 얘기들로 공격하고 진영논리에 갇혀 편싸움하듯이 배제와 배타의 언어를 쏟아내고 있기에는 우리 상황이 너무 위급하고 심각하기 때문이다. 전환적 사회혁신과 문명전환의 정치를 위한 우리의 성찰과 노력이 지속 가능한 미래의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