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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호 환경 교육과 기후위기 교육의 출발점

이항근

대통령직숙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여름에 글을 써내려갈 때는 처음 들어가는 글을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다. 여름의 시작과 같이 장마가 오며 장마 이후에는 더위(혹은 폭염)이 있으며 휴가까지 있어 처음 풀어가는 주제가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관측 이래로 가장 짧은 장마를 기록하며 장마가 아닌 듯한 장마를 보였으며 오히려 여름의 끝을 알림과 동시에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가을비가 길어지고 있다. 흔치 않은 ‘가을 장마’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필자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흔치 않았으나 2010년 이후에는 심심치 않게 나타나는 것처럼 느껴진다. 재작년 겨울에는 역대 가장 따뜻한 겨울을 보냈으며, 그해 혹은 그 전해에는 예년에 비해 2주 이상 길어 총 한 달 내내 이어졌던 장마를 보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앞서 나열한 것과 같이 예전에는 멀게만 느껴지고 체감되지 않았던 기후위기가 이제는 우리 삶 바로 앞까지 다가왔음이 느껴진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일까. 환경 단체 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층에서도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과 비중이 매우 높아졌으며 교육계에서도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기후위기 비상행동에 나선 청소년들의 결석 시위와 헌법시위 등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 공유 및 학습권의 주장과 작년에 열린 시?도 교육감협의회에서 ‘기후위기 학교환경교육 비상선언채택’은 기후위기에 대한 교육계의 목소리가 어느 특정 구성원의 목소리가 아니라 학생과 교원들 모두 기후위기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요구와는 반대로 매우 안타깝게도 기후위기와 환경 교육의 효과와 실효성에 많은 사람들이 우려와 동시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실제 전라북도 교육청에서 환경 교육을 전공한 환경 교사는 다섯 손가락이 넘지 않는다. 환경 교사 인프라를 제외하더라도 일선 학교에서 입시 과목에 밀려 환경 수업이 전무하다시피하며 혹 이루어진다고 해도 분리수거를 잘 하자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형식적인 수업에서는 학생들이 기후위기 수업을 하는 이유도, 환경이 왜 소중한가를 알기에는 어려움이 클 것이다.

위와 같은 관점에서 봤을 때 우리는 환경 교육을 하는 이유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기후 위기가 심각한 이유, 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를 물어물어 거슬러 올라가다보니 하나의 출발점이 보인다.

‘자연’이다.

환경 교육도 결국엔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함이고 기후위기 교육도 결국엔 자연의 부정적 변이를 방지하기 위함이란 생각이 든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한 발 더 나아가 생각을 해보니 ‘자연’이라는 말과 개념까지 학생들이 제대로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잠깐 다른 용어를 들어 이야기하자면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은 영화를 반값에 볼 수 있는 ‘문화’의 날이다. 그러면 우리는 그 기회를 틈타 경험해보지 못한 외국 ‘문화’를 외국 영화를 통해 접할 수 있다. 같은 ‘문화’라는 단어지만 사람의 지식이나 행위가 담긴 모든 것이라는 뜻의 넓은 의미의 문화와 음악, 미술, 영화 등 예술적 가치를 담은 좁은 의미가 다르게 사용되고 있다.

도시화가 완료에 가까운 사회에서 태어난 현재 대부분의 학생들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자연에 가까운 환경보다는 어딜가나 크게 다르지 않은 구조 속에서 자라왔다. 비슷한 구조의 분만실에서 태어났으며 같은 구조의 집이 많게는 몇 백 채씩 있는 아파트에서 생활하며 도, 시, 군을 가리지 않고 똑같이 생긴 학교에 다니며 학교 방과 후에는 부모님 혹은 학원차를 타고 다니면서 이 학원, 저 학원을 돌아다니다 집에 온다. 이런 생활이 이어지면서 학생들은 직접 자연을 보고 느낄 기회를 잃어버리게 된다. 이런 부분에 있어 자연도 앞서 언급한 문화처럼 교과서 안에서의 자연과 본인이 직접 경험하며 느끼는 자연 역시 완전히 일치한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면이 있다.

흔히 현장이 답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기후위기와 환경 교육도 현장인 자연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교과서나 뉴스에서 받아들이는 문제가 아닌 자연 안에서 이상기후가 왜 심각한 문제인지 직접 느끼고 보호된 환경과 보호되지 않은 환경을 보면서 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스스로 느낄 때 환경 교육의 필요성을 느끼고 형식적인 수업이 아닌 실제적인 환경 수업이 이루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