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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불평등한 현실은 세월의 무게를 더해서 노인들에게 특히 가혹하다. 빈곤, 외로움, 질병의 고통은 서로 맞물려 노인들의 삶을 한없이 무겁게 만든다.
다행히 2008년부터 시행된 노인장기요양법에 의해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어서 노인 요양의 큰 버팀목이 되고 있다. 적절한 서비스 공급을 위한 제도와 시스템 개선의 과제가 많긴 하지만! 최근 국회 보건복지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노인장기요양등급 인정자는 총 432만 3784명이지만, 그 중 서비스 미이용자는 70만 8298명(16.4%)으로 나타났다. 서비스 미이용 사유로는 요양병원 이용(33.7%)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요양등급을 받았더라도 서비스를 통해 최소한의 건강(의료)관리나 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충족이 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요양병원에 입원하면 필요한 의료와 돌봄서비스에 대한 욕구가 충족되고 있을까? 요양병원에 따라 다를 것이다. 어떤 요양병원에 가는지는 주로 환자쪽의 경제력에 따른 선택의 결과일 가능성이 크다. 노인장기요양급여의 경우 재가급여비용의 85%, 시설급여비용의 80%가 요양급여로 지급된다. 요양병원의 경우 치료비는 국민건강보험에서 80% 지급되지만, 간병비는 환자가 100% 부담해야 한다. 24시간 간병이 필요한 경우 최소 3인의 간병인이 필요하다. 환자 6명이 나눠 내더라도 1인 월급의 1/2을 부담해야 한다. 여력이 되는 사람이야 가능하겠지만, 빈곤한 노인들과 서민들은 감당이 어렵다. 요양병원들은 일본의 1/3정도 되는 저수가의 의료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무한경쟁을 하고 있다. 환자들의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간병비를 할인하는 저가 경쟁에 내몰리면 큰 문제가 된다. 저가 경쟁이 저질 서비스로 이어지고 결국 환자의 고통으로 귀결되는 악순환이 되는 것이다. 적은 수의 인원이 많은 노인들을 간병하려다 보니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십상이다. 요양병원 이용자의 수기들을 살펴보면 가슴 아픈 내용이 너무 많다. ‘생기라는 것이 전혀 없었다. 대부분 침대에 누워있었고 주무시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 채 멍하니 천장만 바라보고 있었다.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는 죽음의 병동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멀쩡한 사람도 병에 걸릴 것만 같았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8년 ‘노인인권 모니터링’ 결과를 보면 요양병원에서 △노인에 대한 과도한 신체 억제대 사용 △욕창관리 부실 △노인의 입퇴소 시 자기결정권 보장 미흡 △환자와 보호자의 알권리 침해 △종교의 자유·인격권 침해 등이 여전하다고 했다. “또 “요양병원에서 노인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간병인은 공식적인 간호체계 또는 장기요양체계에 포함되지 않는 인력으로 인권 교육은 커녕 직업 훈련체계에 관한 법적 근거조차 마련돼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요양병원 돌봄 노동자와 전문가들은 요양병원 내 인력구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는 돌봄노동자들은 대부분 특수고용 형태로 병원이 책임지지 않는다”며 “병원에서 관리·감독할 수 있는 고용 형태가 돼야 인권교육이 실효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무2탈(냄새 무, 욕창 무, 낙상 무, 와상 무/탈 억제대, 탈 기저귀)의 존엄케어를 위해서는 제도와 시스템, 인식과 문화의 큰 변화가 필요하다. 요양병원이 급성기 병원보다 의사나 간호인력기준이 낮은 것도 문제지만 "요양" 인력기준이 아예 없는 것도 문제다. 낮은 인력기준과 서비스기준으로 요양시설과 요양병원을 제도화하고 민간에 일임하다 보니, 요양시설이건 요양병원이건 존립을 위해 이용자 확보와 수익 추구에 내몰려 정작 노인의 건강과 요양은 뒷전이 되는 현실이 비일비재하다. 요양병원에서 노인인권보장을 위해서는 간병 급여화가 가장 시급하다. 최소한 6대 1, 최대 8대1 정도의 간병이 필요하다. 간병비가 급여화되면 전국 어딜 가더라도 동일 금액으로 최소한의 기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보건복지부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한다. 하지만 현재의 요양체계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존엄케어를 실천하고 있는 인덕의료재단 이사장의 제안이 대표적이다. 요양병원 간병 급여화를 위해서는 신체기능 저하군 환자들에 대해 생활시설 병동제를 도입하는 방법이 유망하다는 것이다. 요양병원은 입원 치료가 필요한 환자를 의료최고도, 의료고도, 의료중도, 의료경도, 문제행동군, 인지장애군, 신체기능저하군으로 7단계의 환자 분류군을 활용하고 있다. 이중 입원치료보다 요양시설이나 의료진료를 받는 것이 적합한 신체기능 저하군에 속하는 환자수와 진료비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요양병원의 신체기능저하 환자의 수는 요양병원 환자의 31.7% 수준이며 총진료비 기준으로 13.6%이다. 일명 사회적 입원환자들이다.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입원환자인 노인들은 대부분 본인의 뜻이 아니라 자녀가 원해서 입원했다. 노인들은 자녀부담을 덜어주려고 병원에 있지만 자녀의 방문이 점차 줄자, 그리움을 이기지 못하고 있었다. 자녀들은 부모의 퇴원을 원하지 않는다. 자녀 입장에서는 생업 때문에 일터에 나가야 해서 퇴원한 부모를 돌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노인들이 가족, 이웃과 격리된 채 외로움, 두려움 속에서 살면서도 상당수가 요양병원에서 지내다 생을 마감하기를 희망한다. 조사를 진행한 교수는 “사회적 입원은 ‘신(新)고려장’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병원에 생활시설 병동제를 도입하여 약 30%에 이르는 사회적 입원환자에 대한 의사인력, 간호인력, 약값 제외한 비용으로 간병급여화 실시하는 것이다. 25만 병상중 약 30%인 7만 5천 병상을 생활 병동으로 전환시킬 경우 1인당 약 90만원 절감으로 연간 8천억원의 보험료 절감이 가능할 것으으로 예측된다. 간병이 필요한 70% 17만 5천 병상에 대해 6:1로 3교대 간병시 환자 2인당 간병사 1인의 급여를 책임지는 구조이며, 보험에서 50%를 부담하게 되면 1년에 약 8천억원으로 생활 병동 전환으로 인한 보험료 절감액과 비슷해진다. 즉 예산을 추가로 들이지 않고도 생활 병동 전환정책만으로도 요양병원 간병비의 50% 급여화는 가능해지는 것이다. 가족의 문제이고 나의 문제이고 모두의 문제이다. 오늘의 문제이고 내일은 더 커질 문제이다. 언제까지 불편한 진실을 방치할 것인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