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태홍

협동사회연구소 대표

원래 이번 칼럼의 제목은 ‘내년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였다. 내년 선거결과에 따라 향후 우리 생존이 결정될 것이라는 절박함이 컸기 때문이다. 요즘처럼 변화의 속도가 빠른 시대에 중요하지 않은 선거가 어디 있을까? 어쩌면 항상 위기였고 내일을 결정하는 선거이긴 했다. 어려울 때일수록 눈을 크게 뜨고 직시하면서 공동체의 미래를 열어갈 따뜻하고 유능한 정치인을 선출해야 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기후위기이다. 멀지 않은 시간에 지구인의 생존 그 자체의 문제로 다가와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현재까지의 경험으로 기후위기를 대하는 것 같다. 하지만 기후위기는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이라는 것을 최근의 기후변화를 보면서 점차 실감해가고 있는 것 같다. 기후위기는 내일이 아닌 오늘의 문제가 되었고 UN은 위기가 10년 당겨졌다고 선언하는 위급한 상황이 되었다.

그런데 내년 대선에 나서는 주요정당과 후보 진영은 소모적 싸움으로 날을 새고 있다. 정권교체냐, 정권재창출이냐가 내년 대선의 가장 중요한 기준인 것처럼 주요 언론들과 여론조사 기관들이 반복해서 얘기한다. 무엇을 위한 정권교체이고, 무엇을 위한 정권재창출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A냐 B냐, 택하라는 식이다. A가 아니니까 B를 선택해야 하는 것인가? 서로 치명상을 입히기 위해서 혈안이 되어 있다. 기후위기는 식량위기, 무역의 위기, 산업의 위기, 일자리와 소득의 위기, 반복되는 각종 재난의 위기 등과 함께 생존 그 자체의 위기로 다가오고 있는데 이러다 진짜로 기회조차 놓칠까 봐 속이 탄다.

기후위기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반성이 없는 것이 근본문제일 것이다. 기후위기는 왜 생겼는가? 기후위기는 자연현상으로 보이지만 사회현상이고 인재이다. 소위 선진국들과 대자본들이 주요 원인 제공자들이다. 더 들어가보면 인간의 탐욕이 그 뿌리이다. 자연과 사회의 희생을 거름 삼은 탐욕의 무한 성장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 기후위기의 본질일 것이다. 어쩌면 더 엄청난 희생을 치르기까지 그 탐욕을 포기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이 전무후무한 인류생존의 위기 앞에서 치킨게임의 집단난투극을 보여주고 있다. 희망은 없는가? 모두들 2030년을 얘기한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절반으로 줄여야 2050년까지 탄소 중립 실현의 가능성이 열린다. 그렇게 해야 산업혁명 이전 기준 1.5도 이내로 지구의 온도상승을 막아 인간의 지속 가능한 생존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견 없는 과학적 결론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기후 대책은 걸음마 단계이다. 소리는 크지만 실천은 미흡하기만 하다. 지난 11월 13일 영국 글래스고에서 폐막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우리나라는 올해 기존 '2018년 대비 26.3% 감축' 계획보다 목표를 상향해 2018년 대비 40%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2030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를 발표했다.

40% 감축도 2050 탄소 중립을 위해 미흡하다는 지적도 크지만 과연 지켜질 것인가?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계획과 국민적 합의가 매우 미흡한 것이 더 심각한 현실로 보인다. 깊은 반성과 성찰을 바탕으로 인간사회의 지속 위기를 각성하고 사회적 대전환에 진정으로 모든 것을 걸고 실천할 정치인은 없는 것인가? 그런 설레이는 선택지는 없는 것인가? 내년의 정치적 선택에 대해 그 의미를 깊이 따져 보고 싶었다.

중요한 문제였지만 그럴수록 가슴은 한없이 답답해졌다. 그 와중에 기후위기의 실천적 해법을 제시하는 이 책을 발견했다. ‘한 그루 나무를 심으면 천 개의 복이 온다’ 푸른아시아 오기출 사무총장이 기후변화로 사막화된 몽골에 20년 동안 나무를 심으며 공동체를 복원한 이야기이다. 그는 2000년 여행 중에 몽골 국토의 70%가 사막화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한 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고 한다.

아시아 온실가스는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등이 대부분 뿜어대는데, 그 피해는 가장 가난한 나라인 몽골 등에서 극심한 사막화가 진행돼 집중적인 고통을 받고 있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이날 이후 그는 국제 NGO '푸른아시아'를 결성한 뒤 2006년부터 몽골에서 나무심기를 계속했다.

단순히 나무만 심은 것이 아니라 그의 표현대로 사람들도 같이 심었다. 즉, 지역 주민들을 참여시키고 생산물 배분 등 주요결정은 주민들이 스스로 하게 함으로써 주인의식을 키워갔다. 척박한 땅에서는 나무가 자라고, 사람들의 마음속에도 희망의 나무가 자라면서 지역공동체인 협동조합도 함께 성장했다. 그 결과 사막화로 고향을 등지고 울란바토르의 쓰레기장을 뒤져야 했던 환경 난민들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유엔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160개국에 푸른아시아가 이룬 몽골의 바얀누르 사례를 대안 모델로 권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사막화되어 가는 아프리카를 살리기 위해 테라프리카(Terrafrica)를 조직하고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2004년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케냐의 왕가리 마타이 여사의 노벨상 수상 연설을 소개하고 있다.

"숲에 불이 나면 모든 동물들이 도망을 갑니다. 그런데 달아나지 않고 숲을 지키는 동물이 있습니다. 바로 '벌새'입니다. 손가락 한 마디밖에 되지 않는 이 작은 새는 숲에 불이 나면 개울가에서 그 작은 부리로 물을 머금고 와서는 불붙은 나무 위에 뿌립니다. 큰불에 비하면 벌새의 이런 행동은 하찮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나는 이 벌새에게서 인류가 가야할 길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72억 인류가 벌새가 되어 한 사람 한 사람이 평생 나무 10그루를 심는다면 지구온난화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정말 따뜻하고 희망이 넘치는 제안이다. 이제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우리에게 진정 주어진 시간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나부터 나서야 한다. 기후위기의 해법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노력하고 준비하는 정치인을 세워야 한다. 정치를 바꾸고 사고방식, 생활방식, 생산과 소비 전체를 대담하게 바꾸어 나가야 한다. 자본과 탐욕의 길이 아니라 시민과 공동체의 그린뉴딜을 실천해야 한다. 나무를 심고 공동체를 심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