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627호 미래로 가는 길. 미래 기술로 준비하는 미래의 교육

627호 미래로 가는 길. 미래 기술로 준비하는 미래의 교육

이항근

대통령직속 국가교육회의

교육위원회 설치지원

전문위원

고등학교에 근무했던 다른 선생님의 이야기이다. 2000년대 중반쯤으로 이야기를 했는데 고등학교 야간자율학습을 감독하면서 어떤 학생이 동영상을 보고 있길래 따끔하게 지도했다고 했다. 그런데 학생이 영화가 아닌 동영상 강의를 듣고 있다고 너무 억울하다고 거의 눈물이 떨어질 듯 말 듯 이야기를 하더라고 하였다.

학생의 표정을 보니 거짓말인지는 아닌 것 같았으나 난생 처음 보는 동영상 강의에 그만 교사 본인도 뻘쭘하였다고 한다. 생각해보면 네모 상자 안에서 사람이 나온다고 신기해하던 것이 엊그제 같던 나이대인데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동영상으로 공부를 한다는 상상이나 했을까 하면 그 선생님 마음도 이해가 되기는 한다. 그만큼 나날이 기술이 발전됨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장소의 한계가 점점 사라져가고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법 혹은 매체가 하루가 다르게 다양해지고 있다.

동영상 강의는 더욱 진화해 단순히 녹화한 수업을 시청하는 수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수자와 학습자가 다른 장소에 있으면서도 실시간으로 질문을 하고 답을 주는 기술에까지 도달하였다. 5G라는 통신 기술이 실생활화되면서 ‘메타버스(Metaverse)'라는 가상의 공간을 통해 실제 학교와 교실 환경까지 가상으로 구현하여 단순 학습이 아니라 학교 생활까지 가상으로 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기술은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 직면하면서 더욱 두드러졌다.

특히 사교육에서는 교육 수요자의 대면 수업에 대한 불안요소와 더불어 기업의 효율적인 경영을 위하여 비대면 수업 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고 실제로 요즘 광고에서는 그러한 점들을 포인트로 두고 자사 교육 시스템이 특별하다고 내세우고 있다. 단순히 선생님과 학생의 화상 수업에 그치지 않고 비대면 수업의 단점을 보완하는 여러 시스템을 구축해놓은 것이다. 이에 비해 공교육은 시스템에 있어서 부족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교내 집단 감염으로 인해 등교 수업이 어려울 경우 아직까지 원격 수업을 제외한 다른 수업 모델을 확실히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교육의 한계점이 여실히 들어나고 있다.

공교육의 더딘 발전이 더욱 아쉬운 이유는 예전과 달리 부쩍이나 안 좋아진 사회의 시선 때문이다. 초임 시절 일과가 끝나고 선생님들과 학교 근처 식당을 가면 먼저 자리를 잡고 반주를 곁들인 식사를 하고 계신 동네 어르신들께서 학교 선생들 편히 드시라며 자리를 내주셨다. 그러나 현재의 교사를 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은 대수롭지 않은 비밀이 되어 버렸다. 물론 절대자나 연예인 못지 않게 신뢰를 받고 인기 있는 교사들도 있으나 교사의 사회적 책임을 져버리는 일부 교사들이 있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적어도 학습과 관련된 사항에 있어서는 교사 개개인의 성향에 맡길 수 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모든 학생이 균일한 환경에서 양과 질적으로 차이가 나지 않는 학습을 보장 받을 수 있도록 더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생각을 하는 것은 비단 찍어내기 교육을 위한 것은 아니다. 기술을 기반으로 한 쌍방향 수업이야말로 다양성 교육을 하는데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학교에 근무하는 교사의 인원이 학생 수에 따라 정해지다 보니 학생들의 니즈에 따른 교육보다는 학교와 교사의 효율성에 따라 수업이 구성되는 안타까운 경우들이 있다. 그러나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한 가상 세계에서는 굳이 학교 단위에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 다시 말해 신청자가 적어서 개설할 수 없었던 과목들도 블록처럼 학교와 학교 혹은 학생과 학생이 필요에 따라 뭉쳤다가 해체하고 그런 단위에서 교육지원청 혹은 교육청이 상황에 맞게 교사를 비롯한 교육 여건을 마련해 주면 되는 것이다.

산업화 시대에 있어 일제(一齊)식 교육으로 다양성보다는 집단 내에서의 엘리트를 배출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수학능력시험을 비롯하여 각종 고시 등 획일화 된 방식으로 사회 구성원을 채워갔었다. 그러나 학생의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잘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학업을 중심으로 한 경쟁 구도가 심화되고 고착화되다보니 기존 일제식 교육에 대한 부작용들이 점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후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학생에 대한 존중과 다양성을 골자로 한 대안학교가 등장하게 되었고 그 시스템을 가다듬어 혁신학교로까지 만들어내는 성과를 냈다. 4차 혁명이 눈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사회는 더 그리고 더 다양화되고 있다. 사람들의 생각은 점점 세분화 되고 있고 안타깝게도 그에 대한 갈등도 다양화 되고 있다. 사고 뿐만이 아니라 예전과 비교하여 여러 분야가 새로 생겨났으며 다시 그 안에서 다양한 직업들이 생겨나고 있다.

혁신학교 역시 한 시대의 공시적 문제점에서 출발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난 시점에서 돌이켜보면 보완하고 추가해야 할 점들이 보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공교육이 놓치고 있는 다양한 방법과 매체에 조금 더 스르륵 다가갔으면 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