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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3호 싸움은 이기고 나서 하는 것

편집국장 공인배

이번 선거에 나선 후보들 몇은 승부를 도박으로 여기는 행태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뒤집기 한 판을 노리는 모략중상이 본선 방송토론회 초입에서부터 노골화하고, 상대방의 취약점만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며 열세를 극복하려는 작태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일단 음해 목적으로 생산·가공된 루머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나랴'는 통념의 공명관을 거치며 사회 네트워크의 말단까지 확산되기 마련인데, 4년이 지난 뒤에도 오직 그 루머의 재생산에 승부를 건 후보가 엄존한다.

정치인으로서 금도를 넘는 것도 문제지만, 상대와 급이 다른데도 불구하고 선거판에 뛰어들어서 꼼수를 승부수로 던지는 망발은 빈축을 부르기에 딱 알맞다. 더구나 상대가 한솥밥을 먹던 아버지와 같은 존재였다는 사실 관계를 놓고 보면,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변명은 있다. 상대가 자신의 정치역량을 다른 사람과 비교 평가하고 진로를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선거에서 공천을 받고도 떨어진 것은 다른 사람의 책임이 아니다. 또다시 당이 패배하는 결과를 낳지 않기 위해 지역위원장이 패인을 분석하여 의견을 내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당을 바꾸고 은혜를 입은 이에게 맞서는 패륜이 결코 정당화 될 수 없는 이유다. 그가 스스로를 검증하기 위해 생각해 볼 바가 있다. 그 자신이 선거구민들에게 지난 정을 봐서 도와달라고 호소하고 다니는 점이다.

서로를 돕고 지키던 사람도 자신의 비위에 맞지 않으면 버리고 칼을 겨누면서, 단지 유권자와 피선거인의 관계에 불과한 사람들에게는 변절자의 모습으로 다가와서 지난 정을 들먹이며 표를 구걸하는 것이 온당하냐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것은 경쟁력 있는 정책과 비전이 빈약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예선전에 난립했던 정치신인들이 지역의 앞날을 깊이 고민한 공약들을 쏟아 냈었다. 하지만 본선에 들어와서는 실현가능성이 낮거나 인기에 영합하는 공약들이 대종을 이루고 있다.

대신에 인신공격이나 그에 가까운 신상 털기가 횡행하고, 정치적 도덕성 검증에 집중되는 선거양태다. 게다가 그 실행의 상당부분을 특정 언론사들이 대행하면서 유권자들의 눈을 가리고 쟁점을 흐리는 작태는 심히 개탄스럽다.

특정 후보의 당선과 그 상대 후보의 낙선을 지상과제로 삼고 있는 듯한 몇몇 언론사들은 특정 후보의 정치관을 왜곡시키고, 선거를 진구렁에 빠뜨리며, 무엇보다 익산시의 내일에 암운을 드리운다. 언론인과 정치인은 같은 전쟁터에 있지만, 결코 함께 총을 쏘지 않으며, 전리품을 함께 나누는 관계가 아니라는 본령이 아쉽다.

아무튼, 후보들이 정공법을 피하고 요행수를 바라는 것은 승산 없는 승부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에도 먼저 승리를 확보한 뒤에 전쟁에 임하라고 했다. 전쟁은 싸워서 이기러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승리를 확보한 후에 승리를 확인하러 들어가는 것이다.

단순히 이길 수 있다는 신념이나 주관적인 감만 가지고 승산 없는 선거에 나섰다가는 자신의 저변을 송두리째 잃고 인생을 망칠 수 있다. 본선에 들어와서야 뒤늦게 그걸 깨닫고 무리수를 두다 보면, 뒷감당을 하기 어려운 패도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된다.

선거에 나서고자 한다면 사전에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칼을 휘두를 근육도 없는 자가 어떻게 진검승부에서 이길 수 있겠는가. 같은 맥락에서 오랫동안 현역 정치인으로 활동했으면서도 판덕을 잃고 고배를 마신 사람 역시 만회를 위해 충분히 준비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모략중상 선거는 승산 없는 싸움의 발로

잊혀질까 조급해 하며 섣불리 나서면 길을 잃게 되는 법이다. 정치인이란 광장 광장마다에서 환영을 받아야 하는데, 억지로 가서 손을 잡으면 들을 수 있는 건 덕담뿐이다. 나중에는 누가 내 편인지 알 수 없게 된다.

또, 선거에 나서고자 한다면 싸울만한 상대인지 아닌지를 미리 판단해야 한다. 처음부터 질게 뻔 한 싸움을 시작한다면 비세에 몰릴 수밖에 없고, 궁지에서의 비책이란 비정상적일 수밖에 없으며, 결국 자멸하게 된다. 오늘 20대 총선을 혼탁한 국면에 빠뜨린 음해세력의 말로가 그것을 명증할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낙선한 사람들이 금과옥조로 삼아야 할 지침은, 지역의 바닥에서 부단히 내실을 키워 누구에게든지 지지 않게 전력을 증강시키는 것이다. 요행을 바라고 B급 전략을 구사하다가는 살아남아도 욕 될 것이며, 혹여 감정과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굳건한 상대의 성벽을 기어오르다가는 몰살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전쟁은 백번 싸워 백번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백번 모두 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