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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공인배
꽃 중의 꽃은 어떤 꽃을 말하는 것일까. 삼천만의 가슴에 피어나는 민족의 얼 무궁화 꽃일까. 아니면 여왕 꽃으로 불리는 장미꽃일까. 식물학계가 딱히 정한 꽃 중에 꽃은 없으니, 식물계의 서열상 가장 상위의 꽃을 따로 구분할 길도 없다. 주관적인 인식의 발로일 수밖에. 최근에 꽃 중의 꽃이라는 말을 공중파에 송출해 큰 웃음 준 장본인이 공무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그것은 공직사회의 용어인 듯하고, 거기에는 여러 닭들 가운데 우뚝 선 한 마리 학 정도의 의미가 담겨있는듯 하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그 꽃 중의 꽃이 닭과 학처럼 구분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1급 공무원이든 2급 공무원이든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과 공무원이라는 등속 안에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의 급을 비교하면서 1급을 꽃 중의 꽃으로 명명한 것은 꽃 가운데 우뚝 서서 두드러지는 위용을 형용키 위함일 것이다. 그런데 그런 형용이 각자의 경쟁력을 다투는 토론회에서 나온데다, 상대방을 치켜세우는 것이 아닌 1급이었던 자기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꺼내 든 것이어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위화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2급 공무원으로 퇴임한 상대방 앞에서 1급에까지 오른 것을 자랑하여 내세우는 것은 은연중에 1급과 2급이라는 수치로 능력의 차이를 규정하는 것이라고 인식됐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요즘 스펙 쌓기 때문에 골병이 드는 청년들의 입장에서는 그의 '꽃 중의 꽃' 퍼포먼스에 격한 거부감이 들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인정할 건 인정한다. 사람을 기용하려면 무슨 능력이 있는지를 파악해야 하는데 같이 일해보지 않은 이상 학력과 스펙이 그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학벌이 좋으면 일을 잘 할 가능성도 높다. 회사 입장에서 스펙을 배제하고 사람을 뽑자니 큰 '기회비용'을 부담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같은 토론회 중에 꽃 중에 꽃이 말했다시피 익산시정은 종합행정이다. 백화점식 업무를 처리하는 조직이다. 유권자의 선택지표가 결코 스펙에 있지 않는 이유다. 시장은 현장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이 아니라 조직을 이끄는 리더다. 전문성이라면 하위직 공무원들이 더 잘 갖추고 있다. 그들은 시시각각 변하는 업무 관련 법령을 연찬하고, 업무를 분담하며 현장 경험을 계승하고 축적하면서 자신의 업무에 대해 책임을 지기 때문이다. 시장에게 필요한 것은 '건설회계 전문성'이나 '재정 전문성'같은 것이 아니다. 공직사회 내부의 각 전문가 직군을 잘 운용할 능력이 요구된다. 정작 시장이야 말로 공무원들의 능력을 데이터화 하는 등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조직 운용을 설계하는 사람이다. 또, 목표를 세우고 조직의 역량을 모아 일사불란하게 이끌어가는 사람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목표는 도시의 현재를 반영한다. 합목적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여론에 민감해야 하고 시민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야 한다. 그것은 아이큐 보다는 이큐에 가깝다. 의리 있고 신뢰가 있는 사람, 살갑고 포용력 있는 사람, 자기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 누구에게든 키높이를 맞출 수 있는 사람이 자치단체장에 가까운 사람이다. 머리가 좋아서 다양한 스펙을 쌓고 고위직을 누리며 군림했던 사람에게는 잘 어울리지 않는 덕목이다. 특히, 공부를 잘하는 것은 많은 경우 이기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의리보다는 경쟁을 중시하고 혼자 공부하는데 골몰했을 공산이 높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어울릴 거 다 어울리고 놀 거 다 놀면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는 건 사실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 익산시장 후보가 자신이 공무원이었던 시절에 꽃 중에 꽃이었다고 말하는 것은 서열 사회를 환기시키는 것이고 1급 아래 공무원들을 업신여기는 엘리트 의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냄이다. 도대체 지금 권위주의로 무엇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교만한 언행과 하라는 대로 하면 된다며 찍어 눌러서 몇 발짝이나 나아가겠는가. 4.13 익산시장 재선거는 끝났지만, 불안이 가시지 않는 건 그런 퇴행적 마인드가 익산시 공조직을 위축시켜서 일하지 않고 눈치만 보는 철밥통 조직으로 전락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익산시민들이 선거기간 중에 당선자의 비전을 확인하지 못한 것도 불안의 한 단서다. 무슨 일을 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명확함을 보지 못했고, 현실적인 환경에서 최선의 결과를 이끌어 낼 상상력과 열정을 보지 못했다. 그가 쏟아낸 말들에서는 오직 시장이 되기 위한 목적이 엿보였을 뿐이다. 공격적이고 위압적인 것을 자신감으로 혼동하는 듯했다. 눈빛과 어투가 상대방을 깔보는 느낌이 들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이런 우월의식은 여러 말실수의 근원이었다. "화투 쳐서 돈을 몽땅 날려버리는 농민"이라는 그의 일갈은 농민 폄하의 문제가 아니라 농촌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탁상에서 농업정책을 공약으로 세웠다는 비판의 대상이 된다. "건설공무원들과 다르게 내무공무원들은 자기 관리가 철저하다"는 그의 말은 지극히 위험한 직렬관을 그가 가지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화평의 길 위에 핀 꽃 중의 꽃이기를 나는 그의 문제들을 지적하기 위해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선거 과정에서 그의 말 이상을 보지 못했기에, 이제부터 그가 행동으로 그것은 우발적인 말 실수 였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나는 꽃 중의 꽃을 이렇게 생각한다. 주인의식이 있는 사람, 열정을 갖고 일에 몰입할 수 있는 사람, 남다른 호기심으로 익숙한 것을 낯선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람, 남들이 배울 수 없는 걸 새롭게 배우고 학습할 수 있는 사람, 누구와도 협력할 수 있고 공감하며 경청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민선 6기 익산시장 당선자는 자신의 가능성을 말로써 세일즈 했고, 시민들은 그 가능성을 샀다. 이제부터 시민들은 그가 무엇을 갖추고 있는지 보다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지를 평가하고 판단할 것이다. 어쩌면 지적으로나 경험으로나 길이 없고 출구가 없는 막다른 곳에 다다라 본 사람만이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가를 안다 할 것이다. 자신의 무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망연자실해 보지 않고는 깨달을 수 없는 것 그것이 화평의 길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