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 봉사의 장 이었던 지방의회는 2006년 말부터 의정활동비가 지급되는 직장이 되었다.
민선4기 5대 익산시의회는 지난해 가을 의정비를 23.6% 인상해 시의원 1인당 연봉 3,660만원 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별반 달라진 것은 없다. 지역사람들이 그들의 손에 쥐어 준 칼은 대개가 아무것도 자를 수 없게 무디어졌다. 그들에게 의원 신분을 부여하는 신표이자 불법을 자를 도구였던 칼이었다.

오히려 불법을 도모하거나 사익을 쫓는데 사용해 온 탓에 존재 의미를 망실한 그들 가운데 여럿은 감히 지역사람들 앞에 신표로서의 칼을 내밀지 못하는 형편이 되었다. 익산시장이 상정한 안건 가운데 98.5% 이상이 통과되었다. 그 3분의 1이 일부 수정 가결되기는 했지만, 여기에는 절차상 하자가 명백한 안건도 여러 건 포함되어 있다. 소수 반대의견으로 최종 가결될 때까지 진통을 겪곤 했으나, 결과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이 이들에게 월급을 주는 것이 아닌데, 자신들을 채용한 지역사람들의 정서에 반하여 일당 독주체제의 거수기에 머물고 있는 것이다. 익산시의회 의원 가운데 민주당 소속이 얼마나 점유하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일이다. 민주당 소속이라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찍는게 이 지역사람들 정서가 아닌가.

부정한 한나라당이 나랏 돈을 영남쪽으로 싹쓸이해 간다는 인식이 작용하는 결과다. 지역살림은 지역의 문제에 밝은 사람이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잡기도 전에 그저 팔이 안으로 굽듯 쏠리는 현상이다.

더이상 이래서는 안 된다고 다짐하면서도 투표장에만 가면 마음이 달라지는 게 이 바닥 민심이었다. 그러나 해도 너무한다는 정서는 오래 되었다. 투표를 한 자신의 손을 도끼로 찍고 싶어하는 반작용이 수위를 넘고 있다. 무소신과 무사명, 그리고 무책임으로 노출 되고서 얼마나 더 정당을 엄폐물로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민심은 어리석지 않다. 다만 오래 참을 뿐이다. 그러나 더는 참을 수 없을 때 민심은 직면한 부조리를 완전히 개선할 때 까지 주저앉지 않는다는 것을 성찰해야 할 시점이다. 5대 익산시의회는 앞으로 1년 뒤면 재평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3년을 한 눈에 볼 수 있고 남은 기간 동안 유권자들이 의정활동을 또렷하게 살필 수 있도록 완전히 열려야 한다.

자치단체를 견제하는 의회에서 극비나 대외비를 생산해서도 안 되고 그래야 할 필요도 없다. 무슨 이유로든 누구라도 접근하는 것을 차단해서는 안된다. 모든 의사기록이나 검토자료 등은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 무엇보다 시의원들이 악용하는 비공개 간담회를 철폐하는 것이 시급하다. 비공개 간담회는 정의나 도덕성, 책임성이 배제된 야합의 방편이다.

소수의 올바른 목소리를 다수의 힘으로 억압하고, 다수의 목소리를 소수의 정당 앞잡이들이 전혀 다르게 바꿔놓기도 한다. 비공개 간담회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속기록 밖의 일이어서, 모든 공적인 사안이 사적으로 논의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합의의 중심에 있게 된다. 주민을 위한 의회 활동이라면 비공개를 선택해야 할 이유가 없다.

스스로 잘하는 일인데 그것을 감출 필요가 없지 않은가. 밥 값을 잘 하고 있다면 주민들이 적극적으로 알도록 해야 재선 경쟁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 지방의원의 유급제 시행은 주어지는 권한 못지 않게, 주민들의 감시를 강화하는 제도장치를 동반한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지 않은가.

올해 안으로 지방의회별 의정활동 실적을 주민들에게 공시하는 '의정성과공표제'가 도입되는 것을 주목해야 한다. 익산시의회는 조속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훈련에 나서야 한다. 앞만 보고 바르게 가는 법을 습득하고 바르게 가기 위해 불법의 온상이 되는 비공개 간담회를 우선 철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