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회에서는 대개의 상임위원회 안건 심사 결과가 거의 여과 없이 본회의를 통과 한다.

본회의로부터 처리해야 할 안건을 위임받아 예비적. 사전적 심사를 수행할 뿐인 위원회가 법적 역할의 범위를 초월하여 사실상 최종 의결기구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각 위원회들은 '남의 밥그릇은 건드리지 않기'라는 모호하고도 부적절한 관행을 틈타 최종 여과 장치인 본회의를 무력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회의 효용성이 크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익산시 의회의 경우 의장을 제외한 24명의 의원들이 각 8명씩 3등분되어 기획행정, 복지환경, 산업건설 등 위원회를 구성하고, 특정 위원회 8명의 의원들이 하는 일을 타 위원회 소속 16명은 알려고 조차 하지 않는다.

나무를 보는 눈에 국한하여 숲을 보는 눈을 배제하는 격이다.
지방의원이 소관 분야의 전문지식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태반인 것은 선출직의 한계다.

반면, 특정 위원회에 소속된 의원이 다른 위원회와 관련한 전문성을 갖추고 있는 경우도 종종 만난다.

그러나 가용한 의회의 다수의 인적자원들이 개개의 영역보존을 위한 '무소신의 미덕'을 좇아 사장되면서, 익산시의회는 활력을 잃었다.

불통의 의식으로 인해 의회의 에너지가 터무니없게 누수되고 있는 탓이다. 의원들 각자의 '밥그릇 지키기'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게 익산시 의회의 현주소다.

이런 의회는 평화롭다. 대표성을 버리고 얻은 댓가다. 지방의원들에게 부여 된 '대표성'이 뭔가. 대리자, 중재자, 수탁자로서 지역사람 모두를 위한 공공의 혜택과 비용을 배분하는 일반정책결정 주체가 아닌가.

따라서 표밭 관리에 국한하여 전시효과를 노리는 선심성 지역사업 예산 나눠먹기를 위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해태하는 행태는 파면의 대상이 아닌가. 

'대표성'은 의원 개개인이 단독기관이었을 때 확보된다는 역설을 지닌다.

지방의원들의 첫 번째 책무는 행정권의 독주와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고, 이를 위해 의원들간에도 팽팽한 긴장관계가 유지 되어야 하며, 이런 촘한 감시와 검증 장치를 통해 지역사람들의 전체이익을 위한 의사결정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사람들 간의 복잡하고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대립되는 문제를 지방의회가 다룰 때 라도, 시의원은 중재자 또는 대리인으로서 전체의 이익이 전제된 토의와 타협에 나서기를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이 때, 해당 위원회는 합의점을 모색하는데 그쳐야 하고, 합의점을 도출하거나 표결 결과에 따르거나 전체 의원들의 견해가 망라된 의사결정 구조를 본회의에서 복원해야 한다.

이 같은 민주적 절차와 방식이 집행부 공무원들의 로비에 의해 생략되고 이해관계에 따라 변경된다면 지방의회는 더이상 대의기관으로서 존치 될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본회의장 전면에 '남의 밥 넘보지 않고 내 밥이나 잘 지키자'라는 표어를 게시했을 때 부끄러워 할 의원은 몇이나 될까. 의원 개개인의 미흡한 전문지식은 노력하면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다.

하지만 의회가 무소신에 노출되면 집행부가 하고자 해서 못 할 일이 없게 된다.

익산시에서는 특정 안건을 처리하고자 할 때 해당상임위원회 8명의 구성원 가운데 5명만 로비로 구워 삶으면 만사 일사천리를 보장 받는다는 공식이 횡행한다.

의회는 이런 부적절한 시스템 안에서 집행부의 불순한 의도를 어떻게 걸러내는가. 기실, 알고서도 속수무책인 현실 아닌가.

본회의장에 입정한 모든 의원들은 모름지기 자신 앞에 놓인 위원회별 안건 심사보고서를 성실하게 살펴야 한다.

지역사람들의 희망과 요구를 수용하는 대표자로서 지역사람들에게 고루 배분해 줄 효용과 편익을 얻기 위해 거침없이 의견제시권을 행사해야 한다.

지역사람 모두가 수준 높은 삶의 질을 향유하는데 의원들간의 갈등과 충돌 쯤은 감내해야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