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2공단에 소재한 한솔 홈데코 노사분규가 1년 반을 넘어섰지만, 해결의 실마리를 좀처럼 찾지 못하면서 지역경제의 적신호가 되고 있다.

분규의 장기화는 '강성 노조'라는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어 냈고, 익산은 전국에서 기업하기 나쁜 도시로 낙인찍히는 역작용을 불렀다.

위기를 감지하고 노조를 창립했던 이 회사 84명의 노동자들은 권리를 포기하지 않는 댓가를 톡톡히 치르는 중이다.

한 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불안한 미래에 자신과 가족들을 담보한 사업장 안팎의 투쟁으로 그들의 삶은 초토화 되었다.

회사 쪽은 스스로 세운 원칙 지상주의로 낯선 노조에 대응해 오는 동안 인간성과 순리가 배제 된 철옹성이 된 듯 하다.

이런 수동적인 태도는, 익산 진입을 검토하는 기업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도시 이미지 구축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말 길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사 양측에 얽힌 이해나 주장은 사적인 영역이지만, 한솔 홈데코 노사는 원하건 원치 않건 익산의 기업 현실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이미지로 굳어져가고 있다.

더이상 당사자간의 문제로 방치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특히, 이 회사의 분규가 일말의 진전도 없이 악화일로를 치달아 온 것은 사용자 쪽의 노조에 대한 몰 이해에서 비롯 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용자 쪽은 '무노조 원칙'을 고집하는 삼성의 계열사다. 이 회사가 그동안 비타협적인 자세를 고수하면서 노동쟁의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취해 온 것은 여기에서 연유 한다.

한솔 홈데코 노사 양 쪽은 지난 2007년 말 노조가 설립된 이래 일말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양쪽은 상대방의 행위가 법적으로 정당한가를 다투는 데 시간을 모두 허비했다. 문제 해결을 위한 당사자간의 양보나 절충은 없었다.

서로의 극명한 입장차를 거듭 확인하고 있을 뿐이다. 회사 쪽이 노조를 상생의 파트너로 여기지 않고 적으로 간주 하면서 노조의 역기능만 끌어낸 탓이다.

이들 두 주체는 자신과 주변에 아무런 실익도 없는 참혹한 댓가를 치르도록 강요하고 있다. 농성 노동자의 가족들은 벼랑 끝에 내몰린 현실과 불투명한 미래를 차마 정면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내부가 타들어가는 목마름을 겪고 있다.

또, 사용자 쪽은 내.외부의 노동력을 총 동원하여 조업 규모를 최대한 줄이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한솔 홈데코는 교섭 도중에 생존을 이유로 특정한 생산라인에 투입 되는 노동력을 외부 용역업체에서 충당하는 방안을 세우고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노동자들은 하루아침에 정규직의 지위를 상실하고 비정규직으로 내몰리게 되는 상황을 감지하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당초, 이 회사에서 노조가 출범한 것은 임금투쟁이나 후생복리와 같은 일반적인 목적에 기한 것이 아니라, 당장의 '고용 불안'에서 기인한 방어권 행사일 뿐이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법의 테두리만 벗어나지 않으면 다음은 아쉬울 게 없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다는, 노림수가 수반 된 조처들로 일관했다.

노조는 억울했고 말해야 했다. 상대가 들으려 하지 않으면 행동하게된다. 행동하는 쪽은 실수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위법의 여지는 항상 노조 쪽에 있었다.

천막농성 500일, 쟁의 중이던 한솔 홈데코 노동자 36명은 정리해고 됐고,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면 회사 쪽이 기다렸다는 듯이 직장폐쇄를 단행하는 바람에 조합원들은 283일 동안 임금을 전혀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해고자들의 원직 복직을 요구하고 있지만,  회사 쪽은 요지부동이다.

중재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무엇보다 이들의 분규는 지역경제를 위기에 빠뜨리고 있다. 자치단체 차원에서 상생의 묘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해타산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상호 양보를 통한 접점 찾기를 조정해 지역경제의 앞 길을 터야 한다.

익산시의 왜곡 된 노동환경 이미지를 개선하는 것도 고용을 늘리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것을 지표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