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광대학교 세무회계학과 명예교수 이 강래

세상이 갈수록 삭막해져 가는 것 같습니다.
우선 인간성이 저부터도 줄어드는 것을 느낍니다. 남이 봉사를 하는 것은 좋아 보여도 내가 하려면 불편해집니다.

현대인들이 5일에서 30일이면 다시 형성되는 피를 이웃에게 주는 것을 점점 꺼려하고 있답니다. 특히 소위 지식인 일수록 그렇다고 합니다.
저도 이런 흐름에 결코 예외일 수가 없고요. 한 2년 전부터 대학의 종교동아리나 봉사동아리를 중심으로 누가 먼저일 것도 없이 헌혈 움직임이 다시 우리 대학에서 일어났습니다.

교수님이나 직원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종교나 봉사 모임을 중심으로“생명 대학이라면서 우리라도 앞장서야지 않나요“라는 반성의 소리가 다시 일고 있다고 합니다.
요사이는 캠퍼스에서 제법 조직적으로 생명나눔의 헌혈 사랑이 이루어질 예감과 즐거운 압력을 받아 들떠집니다. 무뚝뚝한 3학년 학생이 자기는 이 학교에 들어와서 14번이나 했다고 해요. 정말 놀랍고 부끄러웠습니다. 20년 전 기억이지만 57번 헌혈을 했다는 가냘픈 학생을 만났습니다. ‘비결이 뭔가?’했더니 질문이 넘 무겁다는 반응이었어요. 그냥 평범하게 어쩌면 게으르게 했다는 것인데 내가 소영웅시 하는 태도가 아이러니 했다는 것입니다.

요즈음은 일단 필요한 피 성분만 추출하고 다시 집어넣어 주는 프로세스가 일반화 되어 가고 있는 현실이지만, 그 옛날 헌혈 행사가 펼쳐지면 사뭇 엄숙했습니다. 야전에 전상자들이 널려서 치료를 받고 있는 것 같은 긴박함이 깔리기도 했으니까요. 한 대학의 “1만인 헌혈 운동”은 이러한 분위기를 집약하고도 남음이 있었습니다. 아예 인공피(AB)가 곧 출현한다는 보도가 흘러 나와도 올 것이 왔다는 젊은 세대들의 반응이지요. 헌혈이 생명 헌신이 아닌, 생명 살림이 아닌 혈액 공급의 수지 대조표로 전락할 상황이 펼쳐질 미래가 벌써 현실로 다가왔다는 것이지요.

인공지능(AI)도 인공피와 다를 바 없지만? 자본의 힘으로 빅데이터링이 가능해진 인공지능은 도저히 인간의 서투른 지혜를 대체 할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物性의 혁신으로 꼭 필요한 피의 성분을 대신해 주는 인공피를 급조한다고 할 수 있겠으나, 고독한 추론과 의사 결단까지 소위, 인공지혜에 맡길 수는 없지요. 그러나 현실은 쓰나미가 되어 센다이 해변을 덮치고 있습니다. 물성 쓰나미가 필터링도 없이 생명 존을 삼키고 있다니까요. 한번 밖으로 나와 보세요!! 칠흑 속에 밀려오는 저 검은 흙탕물을 말입니다.
그러나 자본을 앞세운 이 반동 앞에 생명 살림 운동이 그렇게 쉬운 일이었다면 다른 대학에서 일찍이 다 하셨겠지요.

며칠 전 졸업해서 취직한 제자가 첫 월급 타서 레스토랑에서 비싼 양식을 사주었는데
제가 ‘너희 후배들이 1만 학우 헌혈 운동을 한다는 데--’ 이렇게 말하자 그 제자가 갑자기 시무룩해지더니 ‘저는 선천적으로 헌혈 못하는데’라고 말꼬리를 흐렸어요.
순간 말이 끊어졌습니다. 잠시 후 제 마음은 그렇지, 인공적으로 불가역은 극히 자연스러운 것일 뿐인 것을~~~. 그때 느꼈던 무거움 이상의 하중이 지금은 트럭처럼 가슴을 통과 합니다.

이 교정에서 헌혈, 자립준비키퍼운동 같은 생명 살림이 계속되려면 , 물성에서 벗어나 생명성을 회복하고 인류 정신사적 역정에 생명 대학으로서 세상에 일획이라도 그으려고 생각한다면, 생계 겁박을 벗어나서 제2의 르네상스인 생명살림을 선언하세요. 자본집중적 물성 주도적 왜곡에 철저히 반기를 들면서 여러분이 나서야 합니다. 그것도 생명 충동적으로 자애적으로 떨쳐 일어나야만 합니다.

이 생명살림운동이 출범하기까지 대학은 여러분의 손과 발이 되어 드리겠지만, ‘일만인 헌혈운동’, 자립준비, “예나데이”가 바다에 나아가면 여러분이 주체가 되어야 끝내는 삽니다. 헌혈 사랑은 사람 사랑이며 바로 자기 사랑입니다. 우리의 사랑을 피에 실어서 간절한 자에게 조건 없이 보내드리는 이 희망에 우리 대학은 ‘心부름꾼’이 되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