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익현 한의원장

익산맨발대학 설립추진위원장

관우(關羽)가 어깨 수술을 받으면서도 바둑을 두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중국의 고전소설『삼국지연의(三國志演義)』에서 나오는 유명한 일화입니다. 또, 베트남의 승려 틱꽝득처럼 살아있는 상태에서 자기 몸에 불을 붙여 열반에 드는 일도 있습니다. 이들은 아프지 않았을까? 인내심으로 그 큰 통증을 이겨냈을까요? 이들은 통증을 느끼지 않습니다. 뇌에서 강력한 진통제를 분비해내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매일 이렇게 아프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라는 할아버지 할머니는 왜 이렇게 통증 때문에 힘들어하실까? 오늘은 통증에 대해서 알아봅니다.
A.그럼 통증이란 무엇인가부터 알아보죠.
아픈 것이 통증인데 뭘 알아봐요?
그렇게 쉽지 않습니다.
1. 로널드 멜작(Ronald Melzack:캐나다 심리학자)이 정의한“통증은 뇌가 만들어낸 불쾌한 지각”이어서
2. 뇌가 아프다고 해야 통증이고
3. 뇌가 아프다고 하면 통증으로
4. 뇌가 감각신경을 통해 전신에서 올라온 통증 전기 신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개념이고
5. 의학계가?대체로 이에 동의하는 듯합니다.
6. 그러니까 몸이 아무리 아파도, 통증 감각세포가 아무리 아픈 신호를 전해도 뇌가 ‘안 아프다.’ 하면 안 아픈 것이고, 아무런 자극을 전하지 않아도 뇌가 ‘아프다’하면 아픈 것입니다.
B. 이렇게?통증은 뇌에서 인식하는 것인데 뇌가 없는 동물은 통증이 없나요?
해파리, 히드라 같은 일부 원시 자포동물, 불가사리 같은 극피동물같이 뇌가 없거나, 지렁이같이 뇌가 덜 발달한 동물들은 뇌 대신 신경만 흩어져 산재해 있습니다. 뇌는 전신에서 올라오는 감각을 종합하여 평가하고 그에 맞는 행동 지침을 내리지만, 신경망이나 신경절은 몸 전체에 퍼져 있는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이기 때문에, 종합적 대처 능력이 없이 국소적인 반사 작용으로 상황에 대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인간 같은 통증을 못 느낄 수 있어, 도마뱀 같은 경우에는 꼬리를 ‘뚝 잘라’ 두고 도망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C.그렇다면 우리 몸의 통증은 어떻게 뇌로 전달되나요?
1. 통증을 제일 먼저 접하는 곳이 있어야겠지요.
그곳을 ‘특수 신경 종말’이라고 합니다. 통증을 잘 알아차리도록 특수하게 진화되었다는 뜻이지요. 여기서 통증을 전기 신호로 바꾸어서 전달하는데, 통증의 성질에 따라 각각 다른 라인을 가동합니다. 날카롭고 빠른 통증(예:바늘 찌르기)은 뒤에 Aδ 섬유가 이어지는 신경 종말이 담당하고, 느리고 쑤시거나 욱신거리는 통증은 뒤에 C섬유가 이어지는 신경 종말이 담당합니다. 마치 택배의 내용이 뭐냐에 따라 배송 수단을 달리하는 것과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단계에서 염증 물질이나 손상된 조직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들이 ‘통증 수용체(특수 신경 종말)’를 민감하게 만들어 통증 신호를 증폭시킵니다. 즉 통증이 원 자극보다 강하게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를 "말초 감작"이라고 합니다.
2. 그다음 이렇게 말초 감작 과정을 거쳐 증폭된 전기 신호는 C 섬유와 Aδ 섬유라는 구심신경 섬유를 통증의 성질에 따라 각 각 거쳐 등뼈의 척수로 전달되는데 이 과정에서도 환경에 따라 신호의 강도가 조절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구심신경 섬유에서 신경전달물질의 방출이 억제되면 통증 신호가 감소할 수 있습니다.
3. 그다음 신호 바톤은 구심신경섬유(C 섬유와 Aδ 섬유)에서 등뼈 속의 척수 후각(등각)으로 전달되는데 여기에서 다시 한번 통증 신호는 변조될 수 있습니다. ‘게이트 컨트롤 이론’에 따르면, 척수에서 통증 신호가 다른 감각 신호(예:압력, 진동)와 상호작용하며 억제되거나 증폭될 수 있습니다. 즉, 통증 신호가 뇌로 전달되기 전에 척수의 등각에서 "게이트"가 열리거나 닫히면서 신호의 강도가 조절됩니다. 또 뒤에 설명해 드릴 ‘하행성 통증 억제 경로’ 따라 내려온 신경전달 물질들이 여기서 작동하여 통증 신호를 억제합니다.
4. 그다음 신호 바톤은 척수 후각 근처에 이르러 구심신경섬유 (이제까지는 말초신경)에서 시냅스 (두 개 신경의 연결 부분)를 지나 2차 뉴런으로 넘어갑니다. 2차 뉴런은 긴 오징어 다리 같은 축삭(軸索)들을 내어, 머리의 뇌간을 거쳐 시상이라는 곳으로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데, 이 축삭들의 숫자는 수백만 개나 됩니다. 이것은 묶음으로 되어 있는데 이 묶음을 ‘척추 시상로’라고 합니다.
5. ‘척추 시상로’를 통해 위쪽으로 올라간 통증 신호는 뇌간 속의 특정 구조(중뇌의 회백질:PAG, periaqueductal gray)를 자극하여 통증 억제 신호를 내게 하고, 이 신호를 받아 망상체가 세로토닌이나 노르에피네프린 같은 신경전달물질이 분비합니다. 이 물질들은 ‘하행성 억제 경로’라는 통로를 통해 척수 후각까지 내려가 거기서 통증을 억제하거나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6. 뇌간으로부터 통증 신호를 전달받은 ‘시상’은 ‘올라온 통증을 어떻게 처리할까?’ 대책을 세우기 위해 다양한 뇌 영역으로 통증 신호를 보냅니다.
첫째, 체성감각 피질(S1)이라는 곳으로 보내 통증의 위치, 강도, 성질과 같은 감각적 측면을 파악하게 합니다.
둘째, 체성감각 피질(S2)로 통증 신호를 보내 인지적, 해석적 측면을 파악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자극이라도" 이건 가벼운 통증이니까 괜찮아"라고 해석하거나, "이 통증은 위험할 수 있어"라고 인식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합니다.
셋째, 전두엽으로 통증 신호를 보내 통증의 감정적, 의사 결정적 측면, 즉 통증에 대해 ‘고통스럽다’, ‘불안하다’는 감정적 반응을 느끼고, 그에 따라 회피하거나 대처할 결정을 내리도록 합니다.
넷째, 변연계에 통증 신호를 보내 전두엽처럼 감정적 반응(고통, 불안, 두려움, 스트레스)을 느끼게 하지만, 변연계는 주로 본능적이고 강한 감정을 처리하는 역할을 하고, 전두엽은 그 감정을 더 논리적으로 평가하고 대처 방법을 결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섯째, 편도체로 통증 신호를 보내 위협이나 위험을 인식하고 이에 대해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합니다. 예를 들어 뜨거운 물체를 만졌을 때 두려움과 위험을 인식하여 손을 재빨리 뗄 수 있도록 하고, 어두운 골목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으면 편도체가 불안과 공포를 느끼게 해 빨리 위험을 회피하거나 대처하도록 촉진합니다.

정리하자면 통증은 여러 차례 통증을 조절할 수 있는 시스템이 우리 몸 안에 있습니다. 이 부분들을 극히 활성화한 사람들이 관우(關羽)이고, 틱꽝득 스님 같은 분들입니다. 역으로 이 부분을 관리하지 못하면 작은 통증도 크게 느껴지는 것이고, 맨발은 이 통증 신호가 ‘전기 신호’이기 때문에 생체전기를 안정화하여 통증을 조절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