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형택 Like익산포럼 대표, 제7.8대 익산시의원

데자뷰는 프랑스어로 "이미 본” 이란 뜻으로 최초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과거에 이와 같은 일을 경험한 것 같은 느낌을 일컫는 말이다. 익산신청사 건립사업과 광역상수도 전환사업이 꼭 그런 닮은꼴이다.

익산신청사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공간이 매우 비좁다는 이야기들이 많다. 과별 공간을 분리하는 가벽도 없이 책장으로 과와 과를 분리하고 있는 상황으로 현재의 낡은 청사보다도 공간 편의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들이 나온다. 향후 50년 이상 사용해야 할 시민의 집인데 왜 이렇게 비좁게 지어진 것일까?

이 모든 것이 공사비 때문이다. 정헌율 시장이 2018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청사 건립추진을 자신의 치적으로로 홍보하기 위해 사실에 대한 과장과 왜곡이 너무나 심했다.

2018년 2월 익산시가 최초 발표한 계획에 의하면 19,000㎡ 규모로 건립하는데 480억 원이 소요되는데, 이 비용 역시 ‘공공건축물 리뉴얼사업’에 선정되어 LH가 익산시 공공부지에 건축하고 수익을 거둬 충당하므로 “익산시는 돈 한 푼도 들이지 않고 신청사를 짓게 되었다”고 발표했다. 정헌율 시장은 “시 돈을 들이지 않는 특전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하려니 몇십 년을 두고도 못 지은 것을 당장 세금 한 푼 안 걷고, 시민에게 부담을 전가하지도 않는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2018년 ‘익산시청 신청사 건립에 대한 시민 토론회’에 참석한 어느 건축기술사는 “익산시에서 발표한 건축비 평당 단가인 747만 원으로는 절대로 건축할 수 없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당시 소규모 청사인 마동 주민센터, 동산동 주민센터 신축 시 평당 건축비가 850만 원이었는데 향후에 짓게 될 대규모 청사가 그보다 평당 100만 원이 덜 든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것이었다.

당시 19,000㎡로 발표했는데 이는 본청 건물만 계산한 것이다. 하지만 신청사 건립이라 하면 통상적으로 시의회, 시민편의시설, 주차장이 당연히 포함되는 것이 모두의 상식이다. 건립비 480억원이 드는데 그 비용을 LH가 익산시 소유 땅에 건물을 지어 480억 원의 수익을 내서 충당할 것이기 때문에 시민 돈 한 푼 들어가지 않는다는 이야기에 맞추다 보니 평당 건축비도 낮춰서 설명하는 등 모든 것이 엉터리였던 것이다. 당시 일각에서는 “익산시 신청사 계획은 익산시민을 우롱하고 농락한 사건이다”고 비판했다.

익산시가 최근 추진하려 하는 광역상수도 또한 마찬가지다. 익산시는 신흥저수지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여 공원을 조성하고, 자체정수장 수돗물 생산을 폐쇄하고 100% 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광역상수도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면서 광역상수도 전환에 관로 연결비용 189억 원만 필요한데 이 금액도 수자원공사가 지원할 것이어서 돈 한 푼 들지 않고 전환이 가능하다고 홍보한다. 또 수도요금이 더 저렴하고 기후위기 시대 물부족 대응에 월등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방적인 주장이다. 광역상수도로 전환하고 나면 수도요금은 40.5% 인상하고, 하수도요금도 40% 인상하여 시민들은 매년 100억 원 정도 요금을 더 부담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시설확충 및 개량에 1,000억 원 넘게 들어가게 될 것이며 이는 모두 시민의 혈세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한편, 익산시가 9월 실시한 광역상수도 전환 관련 시민여론조사 4문항 응답 결과를 보면, 첫 번째 광역상수도 전면 전환사업에 대해 시민들이 알고 있는지 묻는 질문에 13.6%만 알고 있다고 답해서 공론화가 부족해 시민들이 정확히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여론조사에 임하고 있음이 여실히 드러났다. 두 번째 자체정수장 유지에 대한 질문에 84.5%가 찬성하고, 세 번째  광역상수도전환에 찬성하는지 묻는 질문에서는 87.3%가 찬성하는 매우 모순되고 이상한 결과가 나왔다. 끝으로 광역상수도 전환 찬성에 57.2%가 선택하여 환경부가 광역상수도 전환 승인조건으로 요구하는 사회적 합의에 이르렀다고 보기에 충분하지 못한 상황이 확인되었다.

익산신청사 건립사업은 시간이 지나면서 허와 실이 모두 드러났다. 1,000억 원을 모두 시민의 혈세로 충당해야 한다. 광역상수도 역시 시간이 지나면 허와 실이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신청사 건립사업은 엎질러진 물이 되어버렸지만, 시민의 생명줄인 수돗물 만큼은 시민들에게 소요예산, 장단점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충분히 소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결국 수자원공사만 돈을 벌고 비싼 요금은 시민이 오롯이 부담해야 하므로 충분한 시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순리에 맞다. 무리하게 추진하면 반드시 탈이 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