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지방선거를 준비하는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고작 6개월이다. 그러나 우리는 익산시장이 '관선'이 아닌 '민선'이어야 하는 이유를 아직까지 모른다.

민선 4기는 불과 출범 2년 만에 주민소환의 대상이 될 만큼 독단과 전횡으로 얼룩졌다. 그동안 사회적 비용과 동력이 과도하게 소진되어 만신창이가 된 주민 정서다.

이 같이 '민선'은 박물관으로 보내진 '관선'보다 더 반민주적이고 반사회적인 자들의 가면이 된지 오래다.

정당들이 자치단체장과 지역의원들의 공천권을 잘못 행사하여 제도의 당초 취지가 궤도를 이탈하고, 정당의 지역할거주의에 주권재민(主權在民)의 정신이 매몰된 탓이다.

익산지역의 경우 민선자치 시행 이래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락을 좌우했고, 민주당은 지난 16년 동안 익산시장 자리를 독식해 왔다.

이는, 민선자치 시스템의 유효성을 떨어뜨리는 가장 큰 요인이다. 단체장이나 지역의원들은 재선에 연연하여 공천권자의 주구(走狗)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주민들은 그들의 정치에서 버려진지 오래다.

그 표본을 멀리에서 찾을 것도 없다. 민선 4기 익산시는 산적한 민원을 경시하고 외면하다가 8개단체 민원인들의 주권행동을 초래했다.

임기 중반에 익산시장이 주민들에 의한 파면 대상이 된 것이다. 주권행사가 추구하는바 목적을 달성하도록 제도의 정합성이 확보되어야 할 절실한 이유다.

자치단체장은 지역사회의 공복이다. 정당은 지역의 심부름꾼을 검증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후보자의 이력 몇 줄을 검토하고 표본여론조사를 하는 정도로 준비된 인물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이런 일과성(一過性) 요식행위의 한계를 정당이 모르고 있을 리 없다.

단체장 공천의 절차로 표방하는 여러 형식들이 결국은, 지역 국회의원의 몫 챙기기나 당내 계파간 지분 나누기를 은폐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의혹을 정당은 여전히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익산지역의 뜻있는 유권자들은, 그동안 지역 단체장 공천 기준이 현역 지역구 국회의원을 누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냐에 있었다는데 대부분 동의한다. 이런 관점에서 그동안 익산에서 이루어진 선거의 결과들은 민선자치의 소산으로 보기 어렵다.

정당이 지역을 위해 일 할 사람을 가려내는 데 1차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성과 현안 과제들을 읽어 낼 수 있어야 한다.

지역내 말단까지 연결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주민 정서와 현안에 맞물린 여론을 상시 점검해야 한다. 적어도 주민들이 원하는 표본 정책을 생산하고 운용할 사람을 가려낼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정당은 현장에서 살아 숨쉬는 이런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하고 있다. 막대한 비용이 수반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익산지역을 독점하는 정당은 메이커 정치를 맹신하고 있다. 각 지역에 산재한 당원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하는 것 조차도 불필요 한 것으로 인식되는 무노동 정치가 유지되고 있다.

민선자치 제도의 정합성은 지역 사람이 지역의 일꾼을 제대로 뽑을 수 있어야 비로소 확보된다. 인물의 검증에 보다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서 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주민들의 존재가치에 의한 보편적인 인식이 인물 검증의 기준이 되도록 해야한다. '민선'이 정합성을 확보하려면 정당이기주의를 탈피하거나 공천제도를 포기해야 한다.

정당이 이의 일차적 여과 기능을 수행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그렇다면 최소한 자치단체장이나 지역의원을 선출하는 기능 정도는 주민들에게 온전히 맡겨야 한다.

지역메이커를 내세운 구태와 무사안일, 정당과 지역구 의원의 득실계산이 판치는 현행 제도 시행의 모순을 치열한 지역 사람들의 참여로 수정하는 것이 제도의 전체 시스템의 유효성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이다.

주민은 안중에도 없는 막장 야합정치의 청산을 더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